[칼럼] 한국 풍류 정신문화의 신명…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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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 풍류 정신문화의 신명…①
  • 나채근 영문학박사
  • 승인 2016.08.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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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정서의 맺고 풀림, 한과 씻김의 고유한 특성
▲ 나채근 영문학박사(영남대학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학과')

신명은 실재하는 모든 존재자에게 내재하는 생기(生氣)인 감정과 느낌이 기존의 질서를 초월하여 표출되는 기운이라고 할 수 있다. 신명은 한국의 ‘멋’과 ‘신명’과 ‘조화’로 구성되는 풍류정신의 한 범주인데, 고대 제천의식의 ‘가무강신 소원성취(歌舞降神 所願成就)’에서 오는 인간과 신, 인간과 자연의 합일이 일으키는 감정의 분출과 씻김 그리고 새로운 활력의 기운이라고 할 수 있다.  

브라질 리우(Rio)에서 개최된 하계올림픽이 오늘 끝났다. 한국 선수들의 멋진 경기 장면에 더운 여름밤 잠을 설쳐가며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지 교민들의 응원도 경기장 안 밖에서 적극적이고 열정적이다. 국내외에서 한국인만큼 열정적인 응원을 하는 나라도 흔치 않은데, 그 이유는 한국이 나름대로의 독특한 신명을 지닌 민족이기 때문이 아닌가한다. 
 
그런데 이 신명이 한국만의 것인가? 물론 이 정서는 세계인이면 누구나 지니고 느낄 수 있는 공통의 정서이다.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서 세계인의 눈길을 끈 리우카니발(Rio Carnival)의 음악과 춤이 그 예이다. 리우 카니발은 매년 2월말에서 3월 초에 4일 정도의 기간으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축제이다. 카니발이란 금욕기간인 사순절을 앞두고 즐기는 축제를 의미하는데, 리우 카니발은 포르투칼에서 브라질로 건너 온 사람들의 사순절 축제와 아프리카 노예들의 전통 타악기 연주와 춤이 합쳐져서 생겨났다고 한다. 
 
리우 축제에서 보여 지듯이 신명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관찰된다. 브라질 리우 카니발을 비롯한 남미의 열정적인 문화 축제는 정서의 고양, 춤동작과 리듬의 파격을 절정으로 끌어 올린다는 점에서 한국적 신명과 유사하다. 
 
그러나 같은 정서라도 강도와 역량 면에서 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한국적 신명은 한국만의 특성으로 형상화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신명의 한자말은 신명(神明)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적인 신명은 종교적 의미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신명은 일상의 삶에서 느껴지는 ‘흥’의 의미로 한자적 의미에 제한되지 않는 우리말인 ‘신명풀이’ 혹은 ‘신바람’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일탈의 이미지가 멋으로 승화되어 강강수월래(强羌水越來)란 한국적인 신명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한국인이면 경험한 적이 있다. 정월대보름 밤 달불놀이를 통해 풍년의 소망을 달에 빌어보는 강강수월래 놀이는 정월대보름 밤이란 시간과 강강수월래가 재현되는 공간을 노래와 춤으로 채우며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느낌과 정서를 점진적으로 고양시킨다. 
 
춤의 리듬은 진양조에서 자진모리에 맞추어 진강강술래-중강강술래-자진강강술래로 빨라지면서 흥이 생성되고 노래와 춤사위는 점차 역동적으로 변해간다. 원무(圓舞)에서 맺고 풀며 자연과 합일되어 가는 춤사위는 맺히고 풀리는 반복의 과정을 되풀이하며 신명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강강수월래는 느낌과 정서의 문턱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느낌과 세계를 맞이한다는 데에서 외면적으로 리우 카니발과 유사할 수 있지만, 그 내재적인 고유한 속성에서는 차이를 드러낸다. 한국만이 경험했던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인 특성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강강수월래로 재현되는 한국적인 신명은 고대 제천의식이 시작된 이래 오랜 시공간적 연속 과정에서 한국만의 정서와 느낌의 차이성으로 축적되어 왔다. 한국적 정서의 맺고 풀림, 즉 한과 씻김의 고유한 특성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을 수 없는 한국적 정서인 신명의 주요 특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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