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국적 이탈(포기)의 자유…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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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국적 이탈(포기)의 자유…②
  • 차규근 변호사
  • 승인 2016.07.2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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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규근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호에 이어서)

나. 헌법재판소의 판단(다수의견)

현행 법제상 한국 국적의 이탈로 인한 불이익·불편이 병역면탈 의도의 국적이탈을 저지할 만큼 심각하지 않아서, 위 조항들과 같은 규제가 없다면 이중국적자들의 국적선택제도를 이용한 병역면탈이 보다 용이하게 되어,

첫째, 병역자원의 일정한 손실을 초래하고, 둘째, 이중국적자가 생활의 근거를 한국에 두면서 한국인으로서 누릴 각종 혜택을 누리다가 정작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할 때에는 한국 국적을 버리는 기회주의적 행태가 허용되는 결과가 되어 병역부담 평등의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폐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높다. 

국적법 제12조 제1항 단서 및 제14조 제1항 단서에 의하더라도 국적선택의 자유가 완전히 박탈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인 제한을 받을 뿐이다. 18세가 되어 제1국민역에 편입된 때부터 3월이 지나기 전이라면 자유롭게 국적을 이탈할 수 있고, 그 이후부터 입영의무 등이 해소되는 시점(36세)까지만 국적이탈이 금지되므로 일정한 시기적 제약을 받을 뿐이다. 제1국민역에 편입된 때부터 3월이 지났더라도 병역의무를 이행하거나 면제받는 등으로 병역문제를 해소한 때에는 역시 자유롭게 국적을 이탈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국적이탈에 관한 이 정도의 시기적 제한마저 두지 않는다면 병역의무 이행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 어느 때라도, 심지어 군복무 중에라도 한국 국적을 이탈함으로써 병역의무를 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현행 병역법체계와 커다란 부조화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성실한 대다수의 병역의무 이행자와의 관계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것은 입법자가 국방과 병역형평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한 축으로, 국적이탈이라는 개인의 기본권적 가치를 다른 한 축으로 하여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지 아니하고 나름의 조정과 형량을 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만 주된 생활의 근거를 외국에 두고 있는 이중국적자에 대해서는 그 정도의 국적이탈의 제한조차 부당한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병역법에 의하면 국외에 체재 또는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징병검사나 징집ㆍ소집을 연기할 수 있고, 국외에서 출생한 사람 또는 해외이주법에 의한 해외이주신고를 하고 국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재외공관의 장, 법무부출입국관리소의 장이나 법무부출입국관리소출장소의 장의 사실 확인에 의하여 징병검사 또는 입영을 연기할 수 있다.

따라서 상주거소를 외국에 두고 있는 이중국적자는 징병검사 또는 징집의 연기를 통하여 36세에 이르러 징병검사 또는 입영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사실상 병역의무를 면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법 제12조 제1항 단서 및 제1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적극적으로 국적이탈을 함으로써 병역의무를 조기에 해소할 수도 있고, 소극적인 방법으로 병역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주된 생활의 근거를 외국에 두고 있는 이중국적자들에 대하여 위 법률조항들의 적용을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이들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이 사건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주된 생활근거를 외국에서 두고 있는 등의 이유로 귀책사유 없이 국적선택기간을 알 수 없었던 경우가 있을 수 있음에도, 이에 관하여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고 국적선택기간이 경과하면 병역의무를 해소한 후에만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청구인들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외국의 일정한 지역에 계속하여 90일 이상 거주하거나 체류할 의사를 가지고 그 지역에 체류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재외공관에 이를 등록하여야 하고(재외국민등록법 제2조), 외국에 거주하는 복수국적자는 부모 쌍방 또는 적어도 일방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거나, 그 외국의 한인 사회를 중심으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바, 이와 같은 복수국적자가 대한민국 국민의 병역의무나 국적선택제도에 관하여 아무런 귀책사유 없이 알지 못하는 경우란 상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아무런 귀책사유 없이 국적선택기간을 알지 못할 정도로 대한민국과 관련이 없는 외국 거주 복수국적자이라면, 그의 생활영역에서 그가 외국의 국적과 대한민국 국적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법적 지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관한 예외조항을 두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외국에서 복수국적자가 일정한 공직에 취임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는 극히 우연적인 사정에 지나지 않으므로, 입법자에게 이러한 경우까지를 예상하고 배려해야 하는 입법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다음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