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스승의 반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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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스승의 반대말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5.05.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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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국제교육원 원장)
  늘 스승의 날이 되면 여러 가지로 말이 많다. 답답한 일이다. 선생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학생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그렇다. 고마운 선생님께 선물을 하는 게 잘못이 되고, 고맙다고 찾아올 학생이나 학부모를 피해야 하는 선생의 현실이 그렇다. 자식을 잘 지도해 줘도 고마움을 표시하면 안 된다. 무슨 그런 날이 다 있는가?(하마터면 욕을 할 뻔했다.)
 
  물론 지나친 사람들이 지나친 행동을 하여 생긴 문제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학생은 고맙지도 않은데 고마운 것처럼 와서 큰 선물을 놓고 간다. 별로 열심히 선생 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선물에 대한 기대는 크다. 선물이 작으면 화가 나기도 한다. 부모는 자식을 잘 이끌어줘서 고마운 게 아니라 앞으로의 보험 성격으로 선물을 드리고 간다. 이런 풍토가 문제다. 그러니 스승의 날을 아예 없애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스승의 날을 보면서 왜 ‘선생의 날’이 아니고 ‘스승의 날’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11월 3일은 ‘학생의 날’이다. ‘제자의 날’이 아니고 ‘학생의 날’이라는 점도 궁금증을 준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름 짓기의 추측이 가능하다. 학생이라는 말은 배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학교에 다니고 있으면 학생이 된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학생의 반대말이 선생일지 모르지만, 학교 밖에서는 학생의 반대는 ‘학생이 아닌 사람’이 된다. 예전에 성인의 반대말을 학생이라고 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차표 등에 학생 할인이 있었는데,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은 혜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학생 대신 ‘청소년’ 요금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사실 스승의 날은 선생도 부담스러운 날이다. 스승이라는 말이 담고 있는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의 스승은 원래 ‘무당’이라는 뜻이었다. 왜 스승이 무당이었을까? 지금의 무당을 떠올리면 잘 연결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의 무당, 제사장의 모습을 떠올리면 스승의 모습과 역할이 느껴질 수 있다. 예전에 무당이라는 사람들은 지혜를 가르쳐주고, 병을 고쳐주고, 우리의 아픈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나는 현재의 스승도 그래야 한다고 본다. 아니, 스승은 그러려고 노력해야 한다. 학생의 잘못을 호되게 야단치지만 왜 잘못을 했는가에 대한 고민이 적다. 어디가 아픈지,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공부가 너무나도 싫은 것은 아닌지. 스승은 살펴야 할 일이 참 많다.
 
  스승의 반대말은 ‘제자’다. 사람들은 쉽게 ‘내 제자’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제자의 뜻을 알면 이 표현을 쓰는 것이 두려워진다. 제자는 ‘지식이나 덕을 갖춘 사람에게 배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내가 제자가 있으려면 지식이나 덕을 갖추어야 한다. 스승이 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생은 늘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지식과 덕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스승이 될 수 있다.
 
  제자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제자는 자기가 우겨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구의 제자가 되려면 스승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공자님이나 부처님이나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것이 쉽겠는가? ‘누구의 제자’라는 것은 큰 자랑이기도 하다. 반대로 ‘누가 내 제자’라는 것이 큰 자랑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스승과 제자는 서로가 고맙고 자랑스럽다. 스승의 날을 맞아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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