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며늘아기
상태바
[우리말로 깨닫다] 며늘아기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5.04.21 0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조현용(경희대 교수, 국제교육원 원장)

  봄기운이 깊어가면서 여기저기에서 청첩장이 오기 시작합니다. 바야흐로 결혼의 계절이 된 것 같습니다. 결혼을 앞둔 신부들에게 물어보니 아무래도 결혼 생활에 대해 걱정이 많았습니다.

  신랑과 지낼 일에 대해서는 기대가 많았는데, 시집 식구들과 지낼 일은 아무래도 걱정이 많아 보였습니다. 걱정이 되겠죠. 새로운 환경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어찌 걱정이 되지 않을까요?

  아들을 장가보내는 부모들도 걱정이 많습니다. 이런저런 결혼 준비도 머리가 아프지만 아무래도 새 식구를 맞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며느리를 잘 대해 주어야지 말씀들은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결혼 생활에서 가장 문제가 많다고 하는 고부 갈등도 알고 보면 시어머니와 며느리에 대한 생각이 잘못되어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어머니나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부를 때, ‘아가’ 또는 ‘애기’라고 합니다. 또 ‘새아가’라고도 하죠. 다른 사람에게 며느리 이야기를 할 때도 ‘우리 며늘아기’라고 합니다. 시집까지 온 다 큰 어른에게 ‘아기’라고 한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심지어는 아기까지 낳은 며느리를 ‘아가’라고 하는 것은 이상하면서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이에 남자가 여자를 ‘애기’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어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baby'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아직 무엇인가 익숙하지 않고, 보호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일 것입니다. 아기는 미숙하기에 다 이해해 주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아기의 잘못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무라기 시작한다면 문제가 많아질 것입니다.

  우리말에서 며느리를 아가라고 부르는 것은 참 좋은 느낌입니다. 우리 집에 새로 들어와 무엇에도 익숙하지 않은 이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여 주어 안심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며느리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 집에 익숙한 이들이 갖고 있는 잣대로 쉽게 평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입으로는 ‘애기’라고 부르면서 모든 것은 어른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며느리는 처음이기 때문에 많은 실수가 있을 것입니다. 음식도 그러하고, 어른을 대하는 태도도 그러하고, 배워야 할 것이 많을 것입니다. 시집 식구들이 따뜻하게 가르쳐 주면, 며느리도 아기가 자라나듯이 조금씩 익숙해져 갈 것입니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자라온 사람이기에 예기치 못한 실수도 있을 겁니다. 사랑하는 내 아들과 결혼해서 새로운 삶을 두려워하는 어린 아기 같은 ‘새아기’, 우리 집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는 ‘며늘아기’에게 한없이 따뜻한 눈길을 보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며느리도 나를 ‘애기’로 보아주시는 분들을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처럼 따라야 할 것입니다. 나의 미숙함을 많이 참고 이해하고 계시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시부모님과 내 시부모님을 비교하는 것은 내 부모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서운해 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어찌 부모를 다른 이들과 비교할 수 있나요?

  결혼은 행복의 시작입니다. 허나 결혼은 그저 주어지는 행복이 아닙니다. 새로운 노력이 필요합니다. 노력만 하면 기쁜 일이 많을 겁니다. 며느리를 ‘아가’로 부르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