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 교육하는 한겨레중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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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청소년 교육하는 한겨레중고등학교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0.05.0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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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 2만명 시대… 국내사회와 교류 확대

“잠깐만. 사진 찍으면 안 되는 사람? 이제 모두 괜찮지.”

지난달 27일, 조용한 안성 죽산면에 위치한 한겨레 중·고등학교.

국어를 가르치는 이희주 선생님은 중간고사를 마친 학생들을 조용히 시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수업을 진행한다.

혹시나 취재를 통해 신변노출에 피해는 없는 걸까요?

“큰 문제없을 거예요. 시대가 변했는걸요.”그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10여명의 탈북청소년들.

“함경북도에서 두만강을 넘었어요. 연변에서 중국동포들과 수개월간 생활했지요. 지금은 영화촬영에 필이 꽂혔죠.”(가명 이철우)

“천진에서 머물다가 미얀마로 갔어요. 그리고 운 좋게 한 달 만에 한국에 왔어요. 군인이 되는 게 꿈이에요.”(가명 김나영)학생들도 스스럼없이 본인을 소개한다.

이같이 2006년 설립 탈북청소년들을 가르치는 ‘한겨레중고등학교’가 변화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홍보를 자제하던 예년의 모습과 달라진 모습이었다.컴퓨터실에는 아이돌 그룹의 동영상을 보고 따라 춤추는 일반학생들과 똑같이 명랑한 풍경. 탈북이주민(새터민)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우리사회에 깊숙이 동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까지 600여명에 그쳤던 새터민 가족은 6배 이상 급증하며 2만명 시대를 맞고 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는 탈북청소년도 4천명을 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교육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언론과의 접촉은 거의 없었습니다. 학생들과 북측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지요. 하지만 우리학교가 점점 외국 언론과 국내 단체들로 부터 주목받고 있어요. 우리사회에 학교를 알리는 게 순리라고 느껴집니다.”창립초기부터 함께 했다는 곽정문 교장의 설명이다.

한겨레학교는 2007년 5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후 2008년 14명, 2009년 18명 그리고 올해 46명의 졸업생을 내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국내 중·고등학교와의 통일교육 교류, 민주평통, 지방자치단체와의 교류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KT 소닉붐 농구단 일행이 방문해 작은 화제를 부르기도 했다. 학생들은 신기성 조동현 등 스타급 플레이어를 직접 만나고 다른 학교에서 통일교육을 하는 데 참가했다.현재 한겨레학교에서 수업 받는 학생은 모두 160여명.숫자는 상당히 유동적이다. 200명을 넘었다가 다시 30~40명이 빠지기도 한다.

“학생 수를 늘리려고 학교를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 수 변동이 큰 편이죠. 성적이 올라가고 적응이 끝났다고 판단하면 사회로 돌려보냅니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하니까요.”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곽 교장이 두는 학교의 첫 번째 목표는 뜻밖으로 학생들의 실력향상. 학생들의 문화적 이질감을 줄이는 게 아니다.

그는 북한에서는 공부에 대한 경쟁이 없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과 비교해 성적이 크게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피타고라스 정의와 같이 기본적인 질문에도 낯 설은 것이 사실.

“우리학교는 다문화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북한에서 온 학생들은 한 달이면 우리문화에 완벽히 적응해요.” 윤도화 교감 역시 학생들을 다르게 보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한민족이기 때문에 문화적 차이는 적다는 게 그의 설명.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우리사회에 적응하는 문제를 실력향상이라 꼽는다.

“특례입학제도가 있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은 높아요. 하지만 대학입학 보다 성적이 중요해요. 실력이 있지 않으면 대학에서 적응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사회에서 성공하기도 어렵지요.”

도서실에서 만난 한 학생은 한 학생들은 탈북청소년들이 성적문제로 예상보다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학과는 중국어학과. 중국에서 수년 이상 거주한 후 우리나라로 온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전치균 교무장의 설명이다.  이밖에 뷰티아트학과 자동차학과 제과제빵과 등 특성화학과로의 진출하길 희망한다.

희망적인 것은 입학한 후 학생들의 성적을 조사한 결과, 평균 20~40점대 했던 성적들이 70~80점대로 껑충 뛰는 통계결과가 나온다는 것.

그러나 전 교무장은 “어느 통계나 주관적 견해가 담겨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우리사회에 얼마나 적응하느냐”라면서 단순한 통계에만 집착하지 말기를 당부했다.

한겨레 학교는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을 완비했다. 약 7천㎡ 규모에 컴퓨터실, 도서실, 과학실 등을 포함, 첨단 시설을 구비했다. 기숙사생활을 원칙으로 하고 전교생이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식당을 마련했다.

한겨레학교는 대안학교 헌산중학교를 설립한 박정수 교무에 의해 2004년부터 추진됐다. 학교부지는 학교법인 전인학원에서, 건물은 교육부가 운영비는 통일부가 지원에 2006년에 설립됐다. 기숙사비, 교육, 체육부, 교재 등 모든 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

특이한 점은 한겨레학교가 점차 국내 사회와 함께 재외동포에 대한 교류가 생기고 있다는 점.

전치균 교무주임은 학생들 중 10여명은 지난 2008년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청소년 모국초청 사업에 함께 참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도 중국동포, 재일동포라고 하지요. 그런데 미국에 우리 동포들이 그렇게 많은 걸 알고 깜짝 놀랐어요.”이 대회에 참가했던 학생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 캐나다 등 다른 동포들을 보고 다른 나라로 나갈 수 있다는 꿈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 후배들도 보다 이러한 교류가 넓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겨레중고등학교가 한민족 교류의 매개체가 될 수 있길 기대해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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