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기침체로, 기피직종에 구인인파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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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기침체로, 기피직종에 구인인파 몰려
  • 류수현 재외기자
  • 승인 2009.06.1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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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미국 내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호황기에는 거들떠보지 않던 기피직종에 구직인파가 몰리면서 현지주민과 이민자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월스트릿저널에 따르면 테네시주 쉘비빌에 위치한 육가공회상인 ‘타이슨 푸드’ 공장 등 이른바 기피직종의 일자리를 놓고 테네시 현지주민과 이민자들 사이에서 갈등과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

시간당 9.35달러 임금을 받는 도축장 일은 컨베이어 벨트 앞에 줄지어 선 채 닭 뼈를 발라내고 토막 내는 힘들고 위험한 일로, 호황기에는 이민자들의 몫이었지 현지주민들은 쳐다도 보지 않던 직업이다.

그러나 극심한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면서 실업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과일 따기, 사무실 청소, 육류가공 등 한때 기피직종을 놓고 이민자들과 경쟁구도가 조성되고 있으며, 그같은 갈등의 한 장소로 테네시주 쉘비빌이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신문은 이 지역 주립고용센터 앞에 매일 이른 아침부터 길게 늘어선 구직자들의 대열에 이민자들과 현지주민들이 섞이면서 많은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하순의 어느날 미얀마 출신 난민여성 초 아예(22)씨는 테네시주 내시빌에서 무려 100km를 운전해 쉘비빌 고용센터 밖에 늘어선 구직자 대열의 맨 앞에 섰다.

그의 뒤에는 아이다호와 플로리다 등지에서 온 다른 16명의 미얀마 인들도 서있었다. 그러나 당시 이 줄의 한참 뒤에 서있던 현지주민 데이빗 커티스(31)씨는 “이 일은 내가 지금껏 구한 직업 가운데 최악”이라고 말했다.

이미 편의점과 펜 제조공장, 피자헛 등에서 일자리를 찾는데 실패한 바 있는 용접공 출신의 커티스 씨는 이날 자신의 앞에 선 이민자들을 노려보면서 “미국인들이 필요로 하는 일자리를 외국인들이 가져가는 데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쉘비빌의 고용센터에서는 종종 이러한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지난 2월 타이슨 푸드가 구인공고를 냈을 때 대열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현지주민과 이민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고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는 것. 그동안 타이슨푸드 같은 육가공 공장들은 노동자들의 출생지를 따지지 않았고, 그래서 불법체류자들을 고용하기도 했다.

미 식육협회는 불법체류자들로 가득했던 이러한 공장들에 최근 미국 태생 노동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밝혔고, 여기에는 대학교육을 받은 미국인들도 몰리고 있다고 육가공업체 JBS SA의 채용담당 부사장 밥 도벤스펙 씨는 덧붙였다.

따라서 이민자들이 주를 이루던 기피직종들에 현지주민들이 몰리면서 올해 의회 내에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포괄 이민개혁법안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실제로 미 의회 내에서는 불황기에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합법화하면 미국인 노동자들에게 타격을 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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