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 해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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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 해를 보내며
  • 이병우 SJ 수출 컨설팅 대표 컨설턴트
  • 승인 2023.12.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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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우 코트라 전문위원/ 중국 시장경제연구소장
이병우 SJ 수출 컨설팅 대표 컨설턴트

2023년도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어가는 중이다. 우리는 많은 사연을 간직한 채 다시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 우주의 사계(四季)는 춘하추동의 엄연한 질서를 인간에게 부여했지만, 인간은 평소의 삶 속에서 늘 바쁘고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간다. 음(陰)과 양(陽) 그리고 사계와 오행(五行)의 순환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사는 거다. 고달픈 인생의 수레바퀴가 사색과 사유의 공간을 주지 못하고 그냥 굴러가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렇게 한 해가 저무는 어느 날에 문득 돌아본다. “일 년 동안 나는 잘 살았는가?” 사실, 잘 살았다는 생각은 개인마다 차원이 다를지 모른다. 학생과 직장인 그리고 정치가와 공무원의 삶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의 본질은 그런 직업의 종류와는 크게 상관이 없을 것이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공자의 말씀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깊은 통찰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지나온 내 삶의 순환과 우주의 질서를 연관을 지어 생각해 본다. 새벽 찬 공기가 여전한 날, 차 한잔을 들고 고요한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광활한 우주의 세계를 사색해 보는 거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높은 산을 바라본다. 그 가운데 내가 서 있다.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삶이 서로 떨어져 있지만, 현재의 우리는 공존의 틀 속에 엄연히 있다. 젊은 날에는 늘 내가 먼저 있고 하늘과 땅은 저절로 있는 거로 생각했다.

이런 공존의 개념과 사유는 올 한 해 나에게 작은 변화를 주기도 했다. 그 변화는 아마 질서와 순응이라는 단어일지 모른다. 돌아보면, 내 삶이 우주 자연의 질서와 화합하지 못했을 때 번민과 시련이 찾아왔다. "희로애락의 감정이 아직 생겨나지 않은 것을 '중(中)'이라고 하고, 그것들이 생겨나서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을 '화(和)'라고 한다. '중은 천하의 근본(本)이요, '화'는 천하에 통하는 도(道)다." 중국의 고전인 중용(中庸)에 나오는 말이다.

지난 일 년 동안 나는 가능한 많은 시간에 '중(中)'과 '화(和)' 그리고 도(道)에 대하여 생각하려고 애쓴 듯하다. 이제 노년의 초기에 접어든 내가 남은 인생을 조금은 더 가치 있고 보람있게 살려면 우선은 그 추구하는 가치를 지탱해 줄 깊은 바탕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외람되지만, 그런 삶의 가치와 보람을 실천할 수 있는 전략적 도구로 “위자패지 집자실지 (爲者敗之 執者失之)”를 선택했다.

“세상일을 억지로 해서는 안 되며, 집착은 끝내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라는 뜻이다. 결국, '중(中)'과 '화(和)'를 지키며 사는 것이 도(道)의 실천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작금의 혼란한 국제정세와 아귀다툼의 국내 정치도 그 원인은 “위자패지 집자실지 (爲者敗之 執者失之)”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나 공자와 노자 그리고 예수와 부처는 돈도 명예도 없는 '중(中)'과 '화(和)'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아마도 나는 이런 사색을 내년에도 더해야 할 듯하다.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삶의 전선에서 고생하신 분들께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부디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가 되시길 기원한다. 

天之道, 不爭而善勝, 不言而善應, 不召而自來, 繟然而善謀. 天網恢恢, 疏而不失.
하늘의 도는 다투지 않아도 잘 이기고, 말하지 않아도 잘 응해 주고,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오고, 느슨해 보이지만 잘 도모한다. 하늘의 법망은 크고 넓어 엉성해 보이지만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