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황의 이라크 방문과 야지드 여성 법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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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황의 이라크 방문과 야지드 여성 법 통과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1.03.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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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교황의 이라크 방문

이라크 정치인들이 코로나 백신을 비밀리에 접종했다는 뉴스 보도를 보다가 가톨릭 교황이 3월 5일부터 8일까지 이라크를 공식 방문한다는 기사를 읽게 됐다. 

필자는 이라크 정부의 초청으로 1995년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하고 이라크 정부가 호위한 버스를 타고 이라크 남부 우르(Ur)와 북쪽 모술과 니느웨를 방문한 적이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여행객들이 우르를 방문했지만 그 뒤 이라크 전쟁과 정치적 불안으로 이라크 관광 산업은 다시 살아나지 못했다.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국내 여행객들도 우르를 방문하지 않고 있다. 

바그다드 남쪽 300km에 위치한 지구라트는 100년 전 영국인 Leonard Woolley에 의해 발굴됐다. 성서에서 '갈대아 우르'는 아브라함이 살았던 곳인데, 유대교인에게 아브라함은 히브리인의 조상이고 기독교인에게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이다. 

꾸란에 나오는 이브라힘은 예언자들의 조상으로 알려져 있다(공일주, 아브라함의 종교, 살림 출판사, 2019년 참조). 이라크인들은 이브라힘의 집터가 우르의 지구라트 옆에 있다고 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이라크 방문을 한다고 발표한 뒤 1999년 이브라힘의 집터가 복원됐으나 당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면서 방문이 취소되고 말았다.

이번 교황의 방문이 성사되면 이라크의 기독교인, 일부 무슬림, 싸비인, 야지드인 등이 기도 모임에 참석할 것이라고 한다. 이라크인들은 이번 교황의 방문을 통해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라크, 테러의 위협이 여전하고

이라크는 현재 야간 통행금지와 주말에 3일간 연이어 록다운(lock down)을 시행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교황이 방문하는 6개 도시의 치안을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바그다드 시장에서 자살 폭탄으로 32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다쳤다. 교황은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대통령과 총리를 만나고 토요일에는 나자프로 내려가 시아파 무슬림의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를 만난다.
 
소수의 이라크 기독교인들을 위해서 교황은 이라크 북쪽으로 올라간다. 이라크 북부 지역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IS 조직에 의해 수천명의 기독교인들이 살해된 곳이고 수십만명의 기독교인들이 박해와 폭력에 시달리다가 끝내 고향을 등진 곳이다. 

모술에서 교황은 IS조직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위한 기도회를 갖고, 이르빌에서는 축구 경기장에서 미사를 집전한다. IS 점령 기간에 이라크 북쪽의 기독교인들 수천명이 이르빌로 피난했다.

'야지즈 여성 법' 통과  

이라크 의회는 지난 2년 동안 계류 중이었던 법안을 지난 3월 1일 통과시켰다. IS 조직으로부터 생존한 자들의 배상을 위한 법인데 ‘야지드 여성 법(Yazidi Female Survivors)’이라고 불리고, 이 법안은 IS 인종 청소의 범죄로 고통을 당한 야지드 여성들을 위한 법이다. 

이라크 대통령은 이들이 이라크 공공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국가 전체의 일자리 중에서 2%를 확보해 주겠다고 했다. 

처음에 이 법안은 IS조직에 착취당한 야지드 여성에게만 국한되어 있었으나, 3월 1일 통과된 법안은 IS에게 착취당한 투르크멘(Turkmen), 샤박(Shabak)과 같은 소수 인종 그리고 기독교인과 같은 소수 종교인들도 포함됐다. 

야지드 여성 법의 한계 

2014년 대부분의 주민이 야지드인이었던 산자르 지역을 IS가 점령하고 난 뒤 수백명의 남자들이 살해당하고 여성들은 성폭행을 당하고 그들은 고향을 떠나야 했다. IS의 인종 청소와 살해 작전에서 살아남은 여성은 야지드 여성뿐만 아니라 기독교인, 샤박, 투르크멘 여성들도 있었다. 

이번 법안은 야지드 여성이 IS 무슬림에게 성폭행당한 뒤 낳은 자녀들을 위한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무슬림 여성 라하이 압드 알후세인은 IS에게 당한 무슬림 여성들을 위한 보상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라크 총리 무쓰따파 알카지미는 “이번 법안이 평등의 가치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이라크 정부가 가톨릭 교황의 이라크 방문을 준비하고 야지드 여성 법을 통과시킨 것은 이라크의 소수민족과 소수 종교인들에게 치유와 재활의 길을 열어준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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