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본 윤여정의 드레스
상태바
[기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본 윤여정의 드레스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1.04.27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언론, 아랍어 표기 원칙을 만들어 사용하자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이집트인 디자이너 마르마르 할림의 의상

4월 26일(한국시간) 미국 LA에서 한국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입었던 드레스가 ‘마마르 할림’의 의상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한국 언론에는 ‘마마르 할림’이라고 했는데 아랍어 단어에서 온 발음이므로 ‘마르마르(marmar) 할림’이 맞다. 아랍어 Marmar는 음절구조가 CVC-CVC(C는 자음, V는 모음)라서 Mar–mar로 구분해 발음한다. 마르마르는 ‘옥합’(alabaster: 주성분은 설화석고)이란 뜻이다.
 
마르마르 할림은 이집트인이고 두바이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이다. 마르마르 할림은 동양의 고풍스러움과 서구의 멋을 조화시키는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2020년 라마단에 현대풍과 단순함 그리고 아랍의 신여성을 표현하기 위한 보수적인 맵시를 추가한 의상을 선보였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이 마르마르 할림의 의상을 입었다고 하니 아랍여성들의 패션 활동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두바이의 패션 디자이너 4인

두바이에서 활동하는 4명의 아랍 패션 디자이너로는 파띠마 파르단(Fatima Fardan), 힌드 아딥(Hind Adib), 파이자 부게사(Faiza Bouguessa), 마르마르 할림을 꼽을 수 있다. 

파띠마 파르단은 런던의 리전트(Regent) 대학교를 졸업한 아랍에미리트 출신의 디자이너이고 2015년 뉴욕 패션 위크(fashion week)에 자신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힌드 아딥은 이라크에서 태어나 두바이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여성들이 기존의 판에 박힌 패션을 깨도록 힘쓰는 디자이너이다. 

파이자 부게사는 프랑스계 알제리 여성으로 12살 때부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했고 두 문화 간의 다리를 놓은 디자인에 관심을 가졌다. 

마르마르 할림은 유명 가수나 TV 방송 사회자 그리고 할리우드 배우들까지 그의 관심 영역을 확대시킨 이집트인 디자이너이고 우아하고 다재다능한 솜씨를 보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대사

아랍 여성들이 패션에만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017년 무슬림 여성에게 자동차 운전을 처음 허락했고(다른 아랍 국가에 비해 아주 늦었지만) 이제는 여성 운전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주 스웨덴과 아이슬란드 겸임 대사로 임명된 이나스 알샤흐완이 사우디 국왕과 왕세자 앞에서 선서를 했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사에서 세 번째 여성 대사로 임명된 이나스 알샤흐완은 2007년 사우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외교부에 입부했고 호주의 대학에서 국제관계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외교부에서는 정치·경제 부서에서 일했고 최근에는 차관의 정치 자문역을 했다고 한다.

2019년 미국 주재 대사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주 리마 빈트 반다르 븐 술딴이 임명됐는데 그녀는 외교관으로서 이력은 없지만 1983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에서 살았고 1999년 조지 워싱턴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2020년에는 노르웨이 주재 대사로 아말 알무알리미가 임명됐는데, 아말 알무알리미는 미국 덴버대학교에서 매스커뮤니케이션과 저널리즘을 공부했고 주로 교육계에서 일하다가 2013~2015년에는 국민 대화를 위한 킹 압둘 아지즈 센터에서 여성국장을 역임했다.

세 여성 대사의 프로필을 보면 모두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공부한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이처럼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들의 공직 등용을 확대하는 것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이다. 물론 사우디 여성들이 금융과 은행 그리고 사회 분야에서 더 많이 활약하고 있지만 우리와 비교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윤여정 수상 소식에 대한 아랍어 뉴스 

윤여정은 이번 수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이야기 하는 도중에 자신의 이름이 정확하게 발음되지 않는 사실을 재치 있게 말했다. 사실 한국인의 이름을 아랍어로 표기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우리말의 여러 모음을 아랍어 글자로 어떻게 표기하느냐가 관건이다.
 
KBS World 아랍어 뉴스에는 윤여정을 아랍어로 ‘윤유중’이라고 전사(음성으로 된 것을 글자로 옮겨 적음)했다. 아랍어에는 단모음 /a,i,u/ 셋이 있어서 이 셋으로 ‘여’와 ‘정’을 표기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KBS World 아랍어 뉴스 사이트에 나오는 윤여정의 수상 소감 중에 “그녀의 수상에 대한 소감에는 코미디와 냉소(sukhriyyah)가 가득했다”고 썼는데 냉소라고 쓴 것은 실제 사실과 다른 부분이고 또 정이삭 감독의 이름 중 이삭을 영어 발음에서 직접 전사해 ‘아이작’이라고 썼다.
 
반면에 연합뉴스 아랍어판은 ‘아이작’이라고 하지 않고 원래 아랍어 발음을 찾아서 아랍어 독자가 알기 쉽게 ‘이스학’이라고 썼다. 그런데 윤여정이 정감독에 대해  “(그는) 우리의 캡틴이고 우리의 감독이다”라는 말을 연합뉴스 아랍어 판에서는 “우리의 ‘까이드’이고 우리의 ‘무디르’라고 번역했다.
 
한국 언론사, 아랍어 표기 원칙을 만들자

한국말에서 감독은 영어로 director라고 할 경우 director에 해당하는 아랍어 단어가 mudir, mukhrij 등이 있는데 감독이란 말을 mukhrij가 아닌 mudir라고 한 것은 정확한 번역이 아니다. 

그리고 여우조연상을 받은 “첫 번째 한국인 배우”라는 말을 아랍어로 번역할 때 알샤르끄 알아우사뜨 신문에서는 “아우왈 무맛실 아우 무맛실라(’awwal-u mumaththil-in ’aw mumaththil-atin)”라고 해 “남자 배우 또는 여자 배우” 중에서 첫 번째라고 했으나 연합뉴스 아랍어판에서는 “남자 배우(아우왈 무맛실)”라는 말로 번역돼 아랍어가 갖는 특징(성 구별)을 반영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아랍어로 뉴스를 내보낼 때 문맥에 따른 정확한 어휘 선정과 아랍어 특성에 맞는 문장 그리고 보도 사실에 가까운 아랍어 표현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한국인의 성과 이름을 쓸 때 이름을 먼저 쓰고 성을 나중에 써야 아랍인 독자들이 혼동하지 않는다.
 
한국어로 쓴 언론 기사에 ‘마르마르’를 ‘마마르’라고 표기해 아랍인의 이름을 정확히 표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아랍인들도 한국어 자모음을 정확히 표기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에, 한국 언론사만이라도 아랍어 표기 원칙을 만들어 사용하면 아랍인들도 조금씩 배워 가지 않을까?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