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복수국적자, 이탈 기간 제한은 헌법불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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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복수국적자, 이탈 기간 제한은 헌법불합치
  • 서정필 기자
  • 승인 2020.09.2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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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9월 24일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결정

2022년 9월 30일까지 개선 입법 없으면 같은 해 10월부터 효력 상실
서울시 종로구 계동 헌법재판소 전경
서울시 종로구 계동 헌법재판소 전경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 병역 문제 처분 없이는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게 한 국적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결과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미동포 2세 크리스토퍼 멀베이 주니어 씨는 국적법 12조 2항 등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러한 법 조항들이 국적 이탈 자유 등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헌법소원 제기 이유였다.

앞서 재외동포사회에서도 한국 국적 보유자라는 이유로 거주국의 군 입대, 공무원 임용, 정계 진출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치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와, 이번 헌법소원 심판 결과에 재외동포사회의 관심이 모아졌었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판결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을 제한하는 조항, 즉 국적법 제12조 제2항 본문 및 제14조 제1항 단서 중 제12조 본문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 법률조항은 2022년 9월 30일을 시한으로 개정 시까지 계속 적용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역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국적이탈 신고 시 신고서에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를 첨부하도록 하는 국적법 시행규칙 제12조 제2항 제1호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2월 12일 공개변론을 연지 9개월 만이다.

현행 국적법은 외국에서 출생했더라도 부모 중 어느 한 명이 한국인이면 자녀는 대한민국 국적이 자동 부여된다. 이렇게 복수국적을 보유한 사람은 한국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는 만 18세 이후 3개월 내에 한국 국적 포기를 결정해야 한다. 이 시한을 넘기면 병역 의무를 완수하거나 병역 면제 판정을 받지 않는 이상 38세까지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었다.

헌법재판소는 “종래 심판대상 법률조항과 동일한 내용의 국적법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던 ‘헌재 2006. 11. 30. 2005헌마739 결정’ 및 ‘헌재 2015. 11. 26. 2013헌마805, 2014헌마788(병합)’ 결정은 이 결정 취지와 저촉되는 범위 안에서 이를 변경한다”며 “이 결정은 대한민국 남성인 복수국적자가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이 지나면 병역의무를 해소하기 전에는 어떠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고 국적이탈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들이 국적이탈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의 의의에 대해 “복수국적자 중에는 주된 생활근거를 국내에 두고 상당한 기간 대한민국 국적자로서의 혜택을 누리다가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할 시기에 근접하여 국적을 이탈하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이는 ‘병역의무 이행의 공평성 확보’를 저해하므로 허용되기 어렵다. 이와 달리 외국에서만 주로 체류 또는 거주하면서 대한민국과는 별다른 접점이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전혀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위 시기가 경과하면 병역의무에서 벗어나는 경우에만 국적이탈이 가능하도록 규정해 이러한 일률적인 제한에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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