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새로운 국적 부여 방식이 필요할까 - 혈통주의와 출생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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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새로운 국적 부여 방식이 필요할까 - 혈통주의와 출생지주의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20.09.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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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정부는 2020년 8월 27일 제2기 범부처(기획재정부, 법무부 등 10개 부처) 인구정책 TF가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향’을 통해, 국내에 있는 외국인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 등에 대해서도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할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해외사례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발표내용에는 짧게만 언급됐지만, 국적과 관련해 1948년 국적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일관되게 유지돼 왔던 ‘혈통이 한국인이어야 한국 국적을 부여한다’는 ‘혈통주의’ 원칙에, ‘한국에서 태어나면 한국 국적을 부여한다’는 ‘출생지주의’의 요소를 추가해 국적 제도를 수정할 여지가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어서 그 중요성은 크다고 볼 수 있다.

법무부는 2019년에 ‘국적 제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라는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연구를 맡은 이민정책연구원에서는 전국 만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및 그 결과를 토대로 한 연구 성과를 보고서로 제출했다. 그 내용 중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포함돼 있었다.

1. 레오의 부모님은 한국계 러시아인(고려인) 동포로 한국에서 살면서 레오를 낳았다. 레오에게 한국국적을 부여해야 하는가?
 찬성 75.20% / 반대 9.90% / 모르겠다 14.90%

2. 크리스의 부모는 한국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합법적으로 한국에 살던 중 크리스를 낳았다. 크리스에게 한국국적을 부여해야 하는가?
 찬성 55.40% / 반대 26.20% / 모르겠다 18.40%

3. 지니의 부모는 한국에서 일하고 있으나 법으로 허용된 체류 기간을 넘어서 계속해서 한국에 불법체류 하던 중 지니를 낳았다. 지니에게 한국국적을 부여해야 하는가?
 찬성 22.60% / 반대 60.50% / 모르겠다 16.90%

4. 도윤의 조부모님은 미국으로 이민 가서 도윤의 부모님과 도윤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다. 도윤의 가족은 3대 모두 생활의 기반이 미국이다. 도윤에게 한국국적을 부여해야 하는가?
 찬성 11.80% / 반대 72.80% / 모르겠다 15.40%

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들은 한국에서 출생한 합법체류 외국인의 자녀에게 한국 국적을 주는 것에 대체로 긍정적이었고, 부모인 합법체류 외국인이 한국계 동포인 경우에는 더욱 긍정적이었으나, 불법체류 외국인이 낳은 자녀에게 한국 국적을 주는 것에는 부정적이었다. 한편, 한국 혈통을 가졌더라도 외국에서 3대째 살아온 집안에서 출생한 자녀에게는, 한국 국적을 주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들이 매우 많았다. 이렇듯 일반 국민들은 국적을 부여하는 기준으로 혈통뿐만 아니라,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그리고 출생 당시 가족들의 생활기반이 어디에 있었는지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재 국적법은, 원칙적으로 혈통에 따라서만 국적을 부여하고 있으며, 부모가 분명하지 않거나 부모 모두 국적이 없는 자녀가 한국에서 출생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한국 국적을 부여하고 있다(국적법 제2조). 즉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는 달리, 출생지 및 출생 당시 가족생활기반을 거의 고려하고 있지 않은 국적 부여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이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 실제 제도 운영이 차이가 나는 점도 고려하여, 정부에서는 제도 개선을 위한 관련 연구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법무부는 2007년에도 ‘대한민국 국적제도의 개선방안’이라는 연구용역을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연구를 맡았던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는 출생지가 미국 영토 내이기만 하면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미국식의 출생지주의보다는, 부모 중 일방이 영주권을 가졌거나 8년 이상 계속해서 합법적으로 체류를 하고 있는 경우 등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그 자녀가 독일 영토 내에서 출생한 경우에 독일 국적을 주는 독일의 ‘보충적 출생지주의’를 적절히 변형해 한국에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 연구가 있었던 때로부터 13년이 지난 만큼, 정부에서 새로 진행하는 연구는 새로운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그리고 당면한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는 국적 부여 방식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법률칼럼’에서는 재외동포신문 독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평소 재외동포로서 한국법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dongponews@hanmail.net 으로 보내주시면, 주제를 선별하여 법률칼럼 코너를 통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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