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아동의 출생등록권 - 미혼부 출생신고와 사랑이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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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아동의 출생등록권 - 미혼부 출생신고와 사랑이법 (2)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20.07.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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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호에 이어서) 사랑이법은 2015년 새로 생긴 법으로, 혼외자를 출생하고 출생신고를 할 의무가 있는 모친이 잠적해버린 경우, 모친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도 부친이 가정법원에 ‘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신청해 그 확인을 받으면 혼외자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사랑이법’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2013년 경 ‘사랑이’라는 아이의 부친은, ‘사랑이’의 모친과 약 8개월 정도 교제하다 헤어졌는데, 2014년 1월 사랑이의 모친이 갑자기 사랑이를 안고 나타나 부친에게 사랑이를 맡긴 후 잠적해버렸다. 사랑이는 출생신고도 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고, 모친의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등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사랑이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는 것이 대단히 복잡하고 기간도 오래 걸리는 방식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사랑이의 부친은, 양육비 지원이나 건강보험혜택도 받지 못하고 사랑이를 어렵게 키울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사정이 알려지자, 국회에서는 2015년 사랑이와 같이 미혼부가 홀로 양육하는 자녀에 대해,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서 미혼부 단독으로도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을 ‘사랑이법’이라는 이름으로 통과시켰고, 그 법이 위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57조 제2항이다. 미혼부는 ‘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신청’을 가정법원에 하는 방식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었다.

그런데 A의 경우는, 사랑이의 경우와는 조금 다른 경우였다. 미혼부 단독으로 출생신고를 하려는 경우가 아니었고, 미혼모도 함께 살며 출생신고를 원하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A가 사랑이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랑이법이 도입된 취지가 “아이들의 생명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으로, C와 같은 아이들도 당연히 사랑이법이 보호해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A는 사랑이법에 따라 ‘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신청’을 법원에 접수했다. 그러나 1심 법원과 2심 법원은, 사랑이법이 ‘미혼모의 인적사항을 모를 때에만 적용된다’고 보아, A의 경우 미혼모인 B의 인적사항을 아는 경우라는 이유로, A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 사랑이법이 도입될 당시에는, 딱 ‘사랑이’와 같은 경우만 도와줄 수 있을 정도로 법 규정을 마련했었던 것이므로, 그와 같은 1, 2심 법원의 판단은 법 규정에 충실한 판단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먼저, 사랑이법이 적용될 수 있는 경우가 반드시 ① 미혼모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경우만이 아니라, ② 미혼모가 소재불명이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협조하지 않아서 필요한 서류를 제출할 수 없는 경우, 그리고 ③ 미혼모가 외국인으로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할 수 없는 경우 등도 포함한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B의 경우도, 외국인이자, 중국 정부의 박해를 받고 있어 중국 정부로부터 신분증명을 받을 수 없는 난민이므로, B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아, A의 ‘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대법원은, 이와 같이 사랑이법의 적용범위를 넓게 해석한 이유에 대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지고, 이러한 권리는 ‘법 앞에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써도 이를 침해할 수 없다(헌법 제37조 제2항)”고 설명했다. 즉,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국적 아동의 ‘출생등록권’이라는 기본권이고, 사랑이법은 ‘출생등록권’을 법적으로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므로, 사랑이법의 규정도 아동의 ‘출생등록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의 그와 같은 판단에 찬성하며, 이번 결정으로 인해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아픔을 겪는 대한민국 국적 아동과 가족들이 없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다만 이번 결정은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국적 아동’의 ‘출생등록권’만을 인정한 것이므로, 외국 국적 아동이 한국에서 출생등록될 권리가 인정된 것은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법률칼럼’에서는 재외동포신문 독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평소 재외동포로서 한국법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dongponews@hanmail.net 으로 보내주시면, 주제를 선별하여 법률칼럼 코너를 통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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