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관짝소년단 논란 - 차별금지법안과 평등법 시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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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관짝소년단 논란 - 차별금지법안과 평등법 시안 (1)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20.08.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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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매년 졸업생들이 참신하고 기발한 형태로 졸업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유명한 의정부고등학교에서, 올해는 일부 졸업생들이 ‘관짝소년단’이라는 가나 전통 장례식 댄서들의 ‘관짝댄스’ 영상을 패러디한 졸업사진을 촬영하였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SNS에 그 영상을 공유했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관짝소년단’의 ‘관짝댄스’는, 수명이 다하여 편안히 죽음을 맞이한 경우에 고인을 즐겁게 보내기 위한 풍습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의정부고 졸업생들의 패러디 졸업사진은, 촬영한 학생들은 단순히 재미있어 보이는 영상을 패러디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 패러디 방식이 문제가 되었다. 그들은 ‘관짝소년단’의 의상이나 소품들만을 패러디한 것이 아니라, ‘관짝소년단’의 피부색도 모방하여 얼굴을 검게 분장하였는데, 그 사진을 본 가나 출신 유명 방송인 샘 오취리(Samuel Okyere)가 ‘얼굴 색칠까지 해야 하느냐’며 분개하는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이 되었다.

샘 오취리의 그와 같은 반응은, 의정부고 졸업생들의 패러디가 인종차별 내지 흑인 비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샘 오취리의 의견에 동의하는 쪽과, 학생들이 비하하려는 의도가 없었으니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반박하는 쪽으로 나뉘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정부고 졸업생들의 패러디는 인종차별 내지 흑인 비하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얼굴을 검게 분장하는 행위는 역사적으로 ‘흑인 비하’의 의미로 쓰여 왔기 때문에, 분장하는 당사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흑인들에게는 비하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되어 모욕감을 유발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처음에 논란이 된 졸업사진을 봤을 때는 ‘비하 의도가 없었으니 문제가 없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동안 TV나 각종 대중매체에서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검게 분장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지만, 그것이 명백히 비하 의도를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동안 그러한 표현들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그런 프로그램들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로 한정되어 있었고, 그런 프로그램을 보고 불쾌감을 느낄 만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으며, 설령 있더라도 샘 오취리만큼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인사가 본인에 대한 비난을 감수하고 불쾌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정부고 졸업사진만 하더라도, 졸업생들이 얼굴을 검게 분장한 졸업사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으며, 이전에도 여러 번 다른 졸업생들이 유사한 분장을 해왔었다. 그럼에도 그 동안은 아무런 논란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상당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검은 얼굴 분장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는 당사자가 의견표명을 하였고, 이것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충격을 불러왔다.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흑인 중에서도 그와 같은 불쾌감을 공식적으로 드러내어 논란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사회 구성원들이 생겼다는 것이고, 이는 이미 상당수의 흑인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흑인 외에도 다양한 인종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로서 생활하고 있으며, 국내 체류 외국인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그 수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점점 더 많은 다른 인종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있으므로, 이제는 우리도 그들과 서로 존중하며 함께 사는 법을 고민해야 할 때가 왔으며, 최근 국회에서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대표발의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시안(평등법 시안)’을 제시하며 입법을 촉구하는 등의 움직임도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 차별금지법안과 평등법 시안은, 사회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을 고용・교육하거나, 물품을 매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영역에 한하여, 차별적 대우나 성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것, 차별 대우를 조장하는 광고를 하거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 등을 금지하고 있다(차별금지법안 제3조 제1항, 평등법 시안 제3조).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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