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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빌려준 외국인등록증
강성식 변호사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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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3  11: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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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중국동포 A는 몇 년 전 방문취업(H-2) 비자를 받고 한국에 입국하여,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며 생활하였다. 열심히 일을 하여 착실히 돈을 모아, 한국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원래 앓고 있던 지병이 심해져 병원에 잠시 입원하였는데, 중국 고향 친구인 B가 한국에 방문취업(H-2) 비자를 받고 들어와 A를 찾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담소를 나누던 중, B는 A에게 외국인등록증을 빌려달라고 하였다.

A는 다소 황당한 B의 부탁에 이유를 물었고, B는 본인도 방문취업(H-2) 비자를 받기는 했는데,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서 외국인등록증을 신청하였지만 외국인등록증이 나오려면 1달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면서, 본인이 당장 생활비가 없어 급해서 그러니 A의 외국인등록증을 빌려주면 본인이 1달 동안만 A라고 말하면서 A 대신 일을 하고 생활비를 벌겠다고 이야기하였다.

A는 병원에 입원해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일을 할 수 없던 상황이었고, 친한 친구인 B의 사정이 딱해 보이기도 했기 때문에, A는 B의 간곡한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외국인등록증을 복사한 종이를 건네주었다. 그런데 몇 개월 뒤, A는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출석하라는 전화를 받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갔다가 황당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A가 누군가와 싸우고 법원에서 처벌받은 사실이 있으니 법원에서 판결문을 받아오라고 하였던 것이다.

누구와도 싸운 사실이 없던 A는 크게 놀라 법원으로 달려갔고, 법원에서 A의 이름이 적힌 판결문을 받아볼 수 있었다. 그 판결문에는 A가 다른 사람들과 크게 싸우고, 특수상해죄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이 적혀있었다.

판결문을 받고 크게 놀란 A는,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다시 찾아가 본인은 그 판결문에 나오는 싸움을 한 사람이 절대 아니며,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고, 출입국관리사무소 공무원은 본인이 한 일이 아닌데 어떻게 본인이 판결문에 나올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렇게 말이 오가던 중, 피고인은 판결문에 나온 본인의 주소가 실제 주소와 다른 것을 발견하고 그 이야기를 공무원에게 하였고, 공무원도 A의 전산상 등록된 주소와 판결문의 주소가 다른 것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면서 한번 법원이나 검찰청에 가서 확인해보라고 하였다.

법원과 검찰청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확인을 요청한 후, A는 그 사건의 기록을 받아볼 수 있었다. 그 사건 기록에는 B의 전화번호가 A의 전화번호로 기재되어 있었다. 설마 친한 친구였던 B가 A의 신분을 도용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A는, 그제서야 B가 이 사단의 원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바로 B에게 연락을 해보았으나 B는 이미 중국으로 출국하여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었다. 이에 A는 그 길로 우리 법무법인을 방문하였다.

우리 법무법인은 A를 상담한 후, A에게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검찰청에 A의 범죄경력 삭제를 청구하는 방안, 그리고 두 번째는 법원에 재심(확정된 판결에 오류가 있는 경우 다시 재판을 하는 절차)을 청구하는 방안이었다.

사실 A가 가장 빠르게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는 방법은 첫 번째 방법이었지만, 관할 검찰청 민원실은 A의 범죄경력 삭제는 법원의 재심 없이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결국 A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였고, 우리 법무법인은 법원에서 수사기록에 나오는 사진이나 수사기록에 날인된 지문이 모두 A가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며, 재심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그러면서 수사기록에 날인된 지문과 A의 지문이 다르다는 점을, 지문감식 감정서를 제출하여 입증하였다.

이렇게 A에 대한 판결이 잘못되었다는 부분을 입증하였지만, 법원은 다른 사람의 신분을 도용하여 판결을 받은 경우는, 검사가 제기한 공소(검사가 법원에 피의자의 처벌을 요청하는 것)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공소기각판결을 해야 하는 대상이므로(대법원 1982. 10. 12. 선고 82도2078 판결), A의 사건은 재심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A의 딱한 사정을 고려하여 검찰이 A의 전과를 삭제하는 절차를 진행해주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하였고, 결국 검찰에서 A의 전과를 삭제해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전과가 삭제되어 한국에서 계속 살 수 있었지만, A는 B에게 외국인등록증을 한 번 잘못 빌려주었다가 큰 곤란을 겪었다. 출입국관리법은 부정하게 사용할 목적으로 외국인등록증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제33조의2, 제9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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