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국제결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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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국제결혼 (5)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18.01.1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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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호에 이어서) 위와 같은 법원의 의견은 어디까지나 양측의 입장을 절충한 조정권고안으로, 판결문과 같은 최종적인 법적 판단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사증발급과 체류자격변경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사증발급기준을 체류자격변경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원의 의견은 아쉬웠다. 법원의 의견대로 결혼이민(F-6) 사증 및 체류관리 통합지침을 규범해석규칙이라고 보더라도, 법률유보의 원칙상 당사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항은 반드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당사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항인 결혼이민(F-6) 체류자격변경 기준에 대해서 법률이나 심지어 하위 법령에도 아무런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법무부의 내부지침으로 ‘체류자격변경 심사는 사증발급의 기준에 준하여 심사’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만을 근거로 사증발급 기준을 체류자격변경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의견을 낸 것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소득요건이 결혼이민(F-6) 사증발급이나 체류자격변경에 있어서의 절대적인 기준이 아님을 법원으로부터 확인받은 점, 그리고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9조의5 제1항에서 규정하는 ‘자녀 출생’ 이외에 ‘자녀 임신’의 경우에도 소득요건 면제가 가능할 수 있는 여지를 확인하였다는 점은 의미 있는 성과였으며, C가 체류자격변경허가를 받고 D와 한국에서 혼인생활을 계속할 수 있게 된 것은 대단히 기쁜 결과였다.

다음으로 결혼이민 체류자격과 관련하여 문제가 많이 되는 요건은, ‘귀책사유 없는 혼인 단절’이다. 이는 혼인단절자(F-6-3) 체류자격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요건으로, 외국인 배우자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이 한국인 배우자와의 혼인이 단절되어야 한다는 요건이다. 이는 한국인 배우자와 혼인하여 한국에서 계속해서 생활할 것을 기대하고 한국으로 온 외국인 배우자가, 본인의 잘못이 아닌 사유로 갑자기 혼인이 해소되어 국민의 배우자(F-6-1) 체류자격의 기간 연장을 받을 수 없게 되면, 모든 생활기반이 한국에 형성되어 있음에도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는 점이 외국인 배우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귀책사유 없는 혼인 단절’의 종류는 국민인 배우자의 사망, 실종, 그리고 외국인 배우자의 귀책사유 없는 이혼으로 나뉜다(출입국관리법 시행령 [별표 1] 28의4 참조). 사망과 실종의 경우는 사망이나 실종이라는 객관적인 사실이 있는지 여부만 판단하면 되는 것이므로 문제의 소지가 적지만, ‘귀책사유 없는 이혼’은 ‘귀책사유’라는 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시절, 법무부는 국민의 배우자인 외국인들에게 당시 거주(F-2) 체류자격의 일종이었던 국민의 배우자 체류자격(F-2-1)을 허가해주었고, ‘귀책사유 없는 이혼’을 한 외국인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국민의 배우자 체류자격(F-2-1)을 허가해주었으나, 그 당시에는 ‘귀책사유 없는 이혼’여부에 대한 세부적인 판단기준이 충분하게 마련되어 있지는 못했다.

때문에 그 당시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외국인이 ‘한국인 배우자에게 귀책사유가 인정된다’는 내용의 문구가 포함되어 있는 이혼 조정조서・화해조서(판사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당사자 간의 합의를 통해 재판을 종결한 결과)만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제출해도 바로 ‘귀책사유 없는 이혼’을 인정하여 국민의 배우자(F-2-1) 체류자격을 허가해주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실무가 알려지자, 한국인 배우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임에도 외국인이 한국인 배우자와 말을 맞추어 한국인 배우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는 내용의 이혼 조정조서・화해조서를 받은 후 국민의 배우자(F-21) 체류자격의 기간연장을 허가받는 제도 악용 사례가 많아졌다. ‘귀책사유 없는 이혼’을 한 번 인정받게 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속해서 국민의 배우자(F-21) 체류자격의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받아 계속 체류하며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증가하는 결혼이민자들을 적절히 관리하고 위와 같은 문제점을 비롯한 각종 문제점들을 시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1. 11. 1.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이 신설되었고, 세부자격으로 혼인단절자(F-6-3) 체류자격도 마련되었다. 그리고 2011. 12. 15. 법무부는 결혼이민(F-6) 사증 및 체류관리 통합지침도 신설하여, 위와 같은 악용 사례들을 방지하기 위해 혼인단절자(F-6-3) 체류자격의 허가요건인 ‘귀책사유 없는 이혼’을 인정하는 기준을 보다 충실하게 마련하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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