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바라보며
상태바
[기고]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바라보며
  • 이병우 중국시장경제연구소장
  • 승인 2017.12.13 0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병우 중국시장경제연구소장

겨울 찬바람이 아주 매섭다. 사연 많았던 2017년 한 해를 과거의 언덕으로 보내는 일이 이토록 춥고 힘들다. 그래도 우리는 이 언덕을 넘어가야 한다. 미래가 반드시 희망적일 수는 없지만 미리 낙담할 필요도 없다. 운(運)이 좋다면 내년 1년도 무사히 넘길 수 있겠지만 운이라는 것도 실력이 있어야 찾아오는 법이다. 새로운 국면의 한중관계가 목하(目下) 엄습하고 있는 중이다. 북방에서 불어오는 강하고 세찬 바람이 문득 암울한 미래를 암시하는 듯도 하지만 세상만사를 느낌만으로 예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여러 말들이 무성하다. 보수 언론의 염려와 걱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비교 우위적 자산이 많지 않은 우리로서는 그냥 앉아서 상대를 쳐다볼 수는 없는 일이다. 호랑이를 잡던 파리를 잡던 상대를 만나서 풀어야 하는 것이 외교이자 소통의 힘이다. 언론의 근심과 불안은 단지 말과 글로서 하는 것이지만 대통령의 방중은 실전이고 현실이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국가의 풍전등화 같은 현실의 위기를 온 몸에 안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사람의 심정은 ‘사설과 칼럼’의 경지와는 다른 것이다.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아주 진부하고 평범한 논제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물음에 대하여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가? 굳이 말하자면, 중국은 이제 우리에게 안보와 경제라는 두 축에서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한 나라의 운명이 안보와 경제를 제외하면 무엇이 있을까? 그 동안 우리는 대 중국 인식에서 경제를 먼저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기업인들의 인식을 보더라도 중국과의 거래성사가 우선이지 다른 것은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제 북풍 찬바람이 불면서 대 중국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변화다. 어쩔 수 없는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고뇌이자 미래를 향한 디딤돌의 변화다. 문 대통령은 중국 국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말했다. 아주 좋은 이야기다. 중국에도 “지피지기 백전 불태 (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의미다. 백전백승의 의미가 아니다. 인류의 전쟁사에 백번 싸워서 백번을 이긴 경우는 없었다. 다만, 승리를 위해서, 위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를 파악하라는 의미다. 우리의 대 중국 인식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이 점이다.

장사에서의 거래도 일종의 외교고, 외교적 행위도 역시 거래다.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가 상대 진영을 미리 파악하고 적군의 장수가 누구인지 그의 특기는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일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래서 겸손하고 신중한 장수는 패전의 확률이 낮은 법이다. 나의 장점보다는 상대의 장점을 우위에 놓아야 그에 따른 대비책이 나온다. 이것이 겸손이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말은 제갈량이 눈물을 머금고 마속을 처벌한 데서 나온 고사다. 마속(馬謖)의 인생은 한 순간의 자만으로 끝이 난 것이다.

제갈공명의 신출 기묘한 병법(兵法)은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병력이 많고 장수가 뛰어나서 승리한 전법도 아니다. 상대의 약점과 전략을 깊이 연구한 결과다. 우리 기업들의 대 중국 전략도 새해부터는 좀 더 변화되었으면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중국 바이어를 만나면 ‘물건’을 팔려고 한다. 앞으로 우리는 ‘기술’을 팔아야 한다. 중국에 물건이 없어서 그 사람들이 외국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중국인의 관심은 우리들의 아이템이고 기술이다. 우리는 물건을 팔려고 기술을 전부 노출시키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그래서 견본품을 들고 간 중국 바이어는 끝내 주문이 없는 것이다.

대(對) 중국 수출을 생각한다면 기술의 탁월함을 정확하게 정리하고 핵심을 설명하라. 만약 중국인이 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3년의 시간과 50억의 자본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우리 제품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아니면, 우리와의 합작을 요구할 것이다. 이 모두가 우리의 기술을 파는 일이다. 이미 중국은 제품을 제조하는 경쟁력에서 우리를 앞서는 중이다. 우리 중소기업이 중국의 대량 생산과 원가 절감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현실이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전반적으로 디테일이 약하고 기술적 부문에서 핵심 역량이 부족하다. 이곳을 우리가 파고들어야 한다.

아마도 이번 대통령의 방중에서 우리의 자존심과 체면이 조금 상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중국에 진출한 또는 중국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을 위해서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선 것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안보와 경제 모두를 중국에서 가져올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적절한 균형과 전략적인 순환을 위해서는 자존심보다는 겸손과 양보가 필요하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상대하는 전술은 자존심이 아니다. 사설과 칼럼으로 내뱉는 대책없는 배짱도 아니다. 등소평(鄧小平)이 개혁 개방 초기에 '도광양회(韜光養晦)'을 외친 것도 일종의 전략이고 전술이었다. 그는 역시 고수 중의 고수였다. 우리도 고수가 되어야 한다.

새해가 다가오는 중이다. 추운 겨울에 우리 대통령이 이웃의 큰 나라의 지도자를 만나러 가는 일은 여당을 위해서도 아니고 야당의 비난을 피하고자 함도 아니다. 이 순간만큼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나가는 일이다. 상대를 모르고 자존심만 내세운다면 되는 일은 없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국가의 위기 앞에서는 오로지 지도자의 위신과 체면을 존중해 준다. 먼 길을 떠나는 자식의 괴나리봇짐을 정성스럽게 싸주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라면, 국민들의 마음도 그럴 것이다. 오늘도 바람이 차갑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