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로운 한중관계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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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로운 한중관계를 기대하며
  • 이병우 중국시장경제연구소장
  • 승인 2017.10.2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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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는 하루종일 오지않고, 회오리 바람은 아침내내 불지 않는다

 

▲ 이병우 중국시장경제연구소장

가을이 저물어 갑니다. 수출 전선에 있는 저 같은 사람은 요즘 갑작스런 소강상태가 불안하기도 합니다. 다름 아닌, 북핵 사태로 이어진 한중 간 사드문제와 일촉즉발의 긴장상태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북한이 중국의 제19차 중국공산당전국대표회의를 의식해서 최소의 예의(?)를 차리고 있는 듯 합니다. 중국은 지금 시진핑(習近平)정권의 전반기 5년이 끝나고 후반기 5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중국의 향후 5년의 방향과 변화의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북한도 여러 각도에서 중국과 미국의 의중을 살피면서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쟁은 북한 정권의 막말이 내포하고 있는 위협과 경고의 정도를 넘어 막상 현실에서는 그렇게 쉽게 생각 할 일은 아닐 겁니다. 미사일 몇 대와 핵의 위협이 실제 전쟁으로 실행되기까지의 과정도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국가와 국민이 “살자”고 했던 전쟁은 있었지만 다 같이 “죽자”고 했던 전쟁은 인류 역사 상 없었던 겁니다.

아무튼, 한중 관계는 중국의 19차 당 대회를 기점으로 모종의 변화가 있을 듯합니다. 아니, 당연히 그런 변화가 있어야 할 겁니다. 물론, 우리의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도 병행돼야 합니다. 그러나 한중 관계가 사드문제로 계속 갈등과 마찰을 빚기에는 양쪽이 입는 피해(Damage)가 너무 큰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마침,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집권 후반기를 맞이하며 “새로운 중국”을 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등소평의 실용주의와 장쩌민, 후진타오의 고도성장을 출발과 준비의 단계로 본다면, 이제 시진핑이 맞이하는 향후 5년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이 시작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스스로가 “명실상부한 강대국, 모든 인민이 잘 사는 나라”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진입을 원하고 있는 겁니다. 때문에 우리의 대 중국 인식과 경제활동도 나름의 변화된 시각을 갖고 바라봐야 할 겁니다. 중국인들의 사유는 전통적으로 아주 ‘현실적’입니다.

“삶도 아직 잘 모르는데 죽음을 어찌 말 할 수 있겠느냐?”고 했던 공자의 말도 중국인들의 사고가 늘 현재에 있음을 설명해 줍니다. 5천 년의 유구한 역사가 흘러오면서 매년 홍수 때가 되면 장강(長江)에는 수많은 시체들이 떠내려 왔던 겁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중국인들은 인생의 무상함과 동시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시련 앞에서 가능한 한 우주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삶이 현명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겁니다. 거대한 장강의 물줄기도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고요해 진다는 것을 알았던 겁니다.

그래서 중국인들의 사유에서 진정한 일 년의 시작은 봄이 아니라 겨울이 되는 겁니다. 음(陰)이 흥하고 양(陽)이 쇠하는 겨울에는 깊숙한 안채에 앉아 책을 읽고 생각하면서 다시 다가올 봄을 준비했던 겁니다. 중국의 공산당 대회가 5년에 한 번씩 가을에 열리는 이유도 그런 뿌리 깊은 중국인들의 사유에서 나왔을 겁니다. 소나기가 하루 종일 오지 않고 회오리바람이 아침 내내 불지 않는다는 중국 속담도 있습니다. 자연의 질서는 늘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겁니다.

이번 기회에 한중 관계, 특히 우리의 대 중국 외교도 이러한 중국인의 사유를 참고하여 새로운 단계로 진입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중국도 누구보다 동북아의 평화를 원하고, 동시에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의 현실 감각과 오랜 사유 방식은 결국은 합리적으로 귀결될 겁니다. 회오리바람과 소나기가 성숙한 이 가을날에 계속 불어서는 안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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