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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호모데우스와 동양철학의 줄다리기인류 진화의 귀결이 비인간화일까? 헌신적 사랑과 희생은 살아남을까?
이병우 코트라 전문위원/중국 시장경제연구소장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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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1  09: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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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코트라 전문위원/중국 시장경제연구소장
긴 연휴가 끝났습니다.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느껴보는 일 중에 하나는 아마 분주함에서의 탈피가 아닌가 합니다. 가능한 한 세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여행의 목적지도 달라지는 듯합니다. 복잡하고 소란스런 곳 보다는 고요한 풍경이 함께 숨을 쉬는 곳이 좋은 겁니다. 이런 선택이 제게 준 여유는 비교적 많았습니다. 밤에는 호모데우스라는 책을 읽고 낮에는 다시 동양 철학에 관한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신이 된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데우스는 과학 문명의 발전이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진화시킬 것인지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인류는 더 기계적으로 진화한다는 겁니다. 데이터가 주도하는 인류의 삶은 지적인 감성과 휴머니즘이 사라지고 데이터에 의존하는 단순한(?) 생물체가 된다는 겁니다. 반면에 낮에 펼쳐든 동양의 철학은 호모데우스와는 판이하게 다른 겁니다.

인류 문명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문화의 전통과 변천은 여전히 인간의 삶과 죽음을 천명(天命)과 음양오행(陰陽五行) 그리고 무위자연(無爲自然)을 통해서 말하고 있는 겁니다. 탄생 신화가 없었던 중국의 동양적 사고는 애초부터 신(神)과 인간을 구분하지 않았던 겁니다. 신과 인간을 구분했던 서양의 이분법적인 문화와는 달랐던 겁니다. 때문에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사고 체계를 지녔던 중화문명권의 동양인의 입장에서는 원래 신(神)이 되려고 했던 마음이 없었을 겁니다.

중용(中庸)에서도 天命之謂性(천명지위성) 率性之謂道(솔성지위도) 修道之謂敎(수도지위교)를 첫머리에서 말합니다. 하늘이 명한 것을 성(性)이라 하고, 성(性)에 따르는 것을 도(道)라 하고, 도(道)를 닦는 것을 교(敎)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늘의 마음이 곧 인간의 마음이고 우리는 하늘의 뜻을 헤아려 도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존재인 겁니다. 그러나 호모데우스에서 저자가 말하는 인류의 진화는 이런 것과는 사뭇 다른 겁니다.

인간의 삶이 하늘의 도를 추구한다는 이론은 호모데우스에서는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입니다. 그래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동양의 관점도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오히려 우리에게는 천명과 도가 더 익숙합니다. 다만, 제 삶에서 뭐가 제대로 된 기준이냐는 겁니다. 긴 연휴에 길게 사색했던 주제가 바로 이 문제였을 겁니다. 저녁 산책길에서도, 딸과 동행한 어느 카페에 앉아서도, 이 주제가 제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던 겁니다.

진화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인간은 그저 동물보다 조금 더 진화한 생물입니다. 호모사피엔스가 다른 인류의 조상을 물리친 이유 중에 하나가 ‘뒷담화’라는 겁니다. 자라면서 의(義)와 충(忠) 그리고 효(孝)를 배웠던 우리 세대에게 인간의 뇌가 과학의 발전으로 신 같은 무소불위의 존재로 진화한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어려운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내용이 현대 과학의 놀라운 발전 속도에 비추어 보면 아주 근거가 없는 이야기도 아닌 겁니다.

동양의 문화를 배우고 성장하면서 세상에서는 과학으로 성공해야 하는 우리에게 이런 고민은 자주 더 출현할지도 모릅니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공자 맹자의 인의예지(仁義禮智)와 극기복례(克己復禮) 그리고 그 유명한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같은 단어가 사라진지 오래 된 듯합니다. 자식과 부모, 스승과 제자 그리고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서 진정한 의리와 효를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된 겁니다. 과연 인류의 진화는 이렇게 진행되는 것일까요?

우리들이 생각했던 자식을 향한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은 단지 생물학적 본능이었을까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 살자고 했던 가난한 선비들의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일까요? 제 고민이 좀 더 이어질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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