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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산책] 성충의 자결과 백제의 몰락
이형모 발행인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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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4  15: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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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모 발행인

김유신이 보낸 첩자 '금화'와 백제 좌평(佐平) 임자는 의자왕 주변에서 어떻게 활약했길래 막강한 백제가 그토록 단기간에 몰락했을까?  당시의 백제 왕궁으로 들어가 직접 살펴보자.

충신 형제를 죽여야 백제가 산다?

좌평 임자는 김유신이 보낸 무녀 ‘금화’를 의자왕에게 추천하면서, 미래의 길흉화복, 국가 운명의 장단을 미리 알고 있는 선녀라고 거짓말했다. 의자왕이 이 말에 현혹되어 금화에게 백제의 앞날의 길흉을 물으니, 금화가 눈을 감고 있다가 한참 만에 신령님의 말을 전한다며 말했다. “백제가 만일 충신 형제를 죽이지 않으면 눈앞에 망국의 화가 있을 것이며, 죽이면 천만세 영원히 나라가 복을 누릴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충신을 쓰면 나라가 흥하고 충신을 죽이면 나라가 망하는 것은 고금에 통하는 이치거늘, 이제 충신 형제를 죽여야 백제의 국운이 영원하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냐?”
금화가 대답했다. “그 이름은 충신이지만 그 실질은 충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왕이 물었다. “충신 형제가 누구냐?” 금화가 대답하였다. “신첩은 다만 신령님의 밀명을 전할 뿐 그것이 무슨 말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좌평 임자의 성충 참소

의자왕이 성충과 윤충 형제가 모두 그 이름에 ‘충’자가 들어 있으므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왕이 마침 임자와 한가하게 술을 마시다가 임자에게 물었다. “성충은 어떤 사람인가?”

임자가 대답하였다. “성충은 그 재주와 지략이 동기들 중에서 뛰어나 전쟁의 승패를 예측하면 백에 하나도 틀리는 일이 없고, 남의 뜻을 짐작하여 말하는 재주가 있으므로 이웃 나라에 사신으로 가면 임금의 지시를 욕되게 하는 일이 없으니, 이는 천하에 기재(奇才)입니다. 그러나 기재가 있는 만큼 그를 부리기가 어렵습니다.”

“신이 들으니, 성충이 고구려에 사신으로 갔을 때 연개소문과 친밀하여 개소문에게 ‘고구려에 공이 있고 백제에 성충이 있으니, 우리 두 사람이 합하면 천하에 이루기 어려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라고 하면서 자신이 백제의 연개소문인 것으로 자처하였고, 연개소문은 성충에게 ‘나는 공이 아직도 대권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을 한스럽게 여기고 있소.’ 라고 하여, 성충을 아주 우대했다고 합니다.”

“성충이 이처럼 불측한 마음을 가지고 이웃나라의 강력한 신하와 아주 친밀하고, 또 그 아우 윤충 같은 명장이 있으니, 신은 대왕의 만세 후에는 백제가 대왕 자손의 백제가 아니라 성충 자손의 백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윤충을 파직 소환하자, 월주는 당나라에 뺏겨

임자의 참소를 들은 의자왕이 상좌평(上佐平) 성충을 멀리하고, 중국 월주(越州) 지역사령관 윤충을 파직시켜 본국으로 소환했다. 이때에 윤충은 바야흐로 월주에 남아 있으면서 진을 설치하고 군사들을 훈련시켜, 당나라의 양자강 남쪽을 전부 삼키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갑자기 참소를 당하여 파직 소환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월주가 당나라에 함락되고 백제의 대륙영토는 없어졌다. 이에 윤충은 걱정과 울분으로 인하여 죽었다.

대형 토목공사와 쇠를 말리는 ‘불가살’

나라를 지키는 힘은 인재와 재물과 무기를 만드는 ‘쇠’에 있다. 윤충이 죽고 성충 또한 왕에게 배척당하고 멀어지자, 금화는 더욱 기탄없이 의자왕에게 토목공사를 권하여 웅장한 법흥사와 태자궁을 세워 나라의 재물을 고갈시켰다.

더하여 “백제 산천에 지덕이 험악하니 쇠로 진압해야 좋습니다.”고 하여 각처 명산에 쇠기둥이나 쇠못을 박으며, 강과 바다에 쇠그릇을 던져 나라 안에 쇠를 말리니, 나라 사람들이 원망하고 미워하여 금화를 가리켜 ‘불가살’이라 불렀는데, ‘불가살’은 백제 신화에 나오는 쇠를 먹는 신의 이름이다.

왕이 성충을 잡아 궁중 감옥에 가두고, 좌평 흥수를 고마미지(지금의 장흥)로 귀양 보내고, 서부은솔 복신의 지위를 빼앗아 옥에 가두었다. 부여성충을 따르는 무리들을 모두 제거하니, 의자왕 주변은 어진 재상과 명장들은 없어지고 요망한 무녀와 임자 같은 아첨꾼 소인배와 금수저 왕자들만 남았다. 백제의 운명이 순식간에 풍전등화가 되었다. 

‘신라는 탄현에서 막고, 당은 백강에서 막아라’

성충이 옥중에서 죽음을 앞두고 유언의 상소를 올려 말했다. “신이 천시와 인사를 살피건대, 머지않아 전쟁이 닥쳐옵니다. 만일 적병이 쳐들어오거든 육로로는 탄현을 막고, 수로로는 백강을 막아 전략요충지에서 싸워야 합니다.”하고는, 음식을 끊고 28일 만에 죽었다. 이때는 고구려의 태대대로 연개소문이 죽기 1년 전이었다.

훗날 백제가 망할 때, 신라병이 탄현(보은)을 넘고 당나라 군사들이 백강(서천 백마강)을 지난 뒤에 계백이 황산(지금의 연산부근)에서 싸우고, 의직이 부여 앞강에서 싸웠은즉, 의자왕과 간신배들은 ‘탄현과 백강에서 신라군과 당나라를 막아야 승리한다’는 성충의 ‘유언 상소’를 무시하고 국가적 패망을 자초했다.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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