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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우리말로 깨닫다] 나고야에서 삼국유사를 만나다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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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8  09: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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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일본 나고야에 가면 무엇을 보아야 할까? 나고야에 특강을 가면서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어 볼 수 있는 곳을 생각하고 있을 때, 도쿠가와 미술관에 있는 호사[蓬左] 문고라는 곳을 소개 받았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아니라 문고를 소개받은 것은 특이한 일이었지만 나는 곧바로 좋다는 답을 보냈다.

왜냐하면 호사문고에는 일연선사의 삼국유사(三國遺事)가 소장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국내에도 서울대의 규장각에만 보관되어 있고,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귀중한 문화재이기에 설렘이 있었다.

하지만 호사 문고에 간다고 하더라도 삼국유사를 볼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가장 귀한 문화재이고, 훔쳐간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의 시각에 대해서도 불편해하기 때문에 보여주는 일은 거의 없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설렘과 기대를 갖고, 안내해 주시는 선생님들과 호사 문고를 찾았다. 생각보다는 훨씬 더 엄격한 분위기였다.

호사 문고의 책임자인 도리이[鳥居] 선생이 직접 나와서 맞이하였고 방문 목적을 세밀히 물은 후, 한일 교류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는 내 답변에 마침내 삼국유사를 직접 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 책을 보기 전까지 여러 가지 과정도 있었다. 몸에 지니고 있는 목걸이나 팔찌, 반지 등은 모두 빼야 했고, 손도 깨끗이 다시 씻어야 했다. 귀한 책을 대하는 일본인의 자세가 느껴졌다. 그러기에 오랜 시간 동안 철저하게 책이 보존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대학 때부터 삼국유사의 영인본과 번역본을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전체를 한문 원본으로 읽을 정도의 실력은 아니지만 내용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침내 우리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도리이 선생이 직접 삼국유사 원본을 가져왔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이었다. 원래는 표지 정도만 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으나 한일 교류를 공부한다는 나에게 한 시간 동안이나 볼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 감사한 일이었다.

한 시간 동안 두 분의 선생님과 단군 이야기부터, 주몽, 연오랑 세오녀, 처용까지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영인본이나 번역본과는 전혀 다른 감동의 시간이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 수백 년을 넘어 내 손에 느껴지는 책의 촉감은 그대로 역사였다. 한 시간이 지나자 책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고, 우리는 감사의 인사와 함께 호사 문고를 떠났다.

   
▲ 도쿠가와 미술관에 있는 호사[蓬左] 문고.
처음 나고야의 호사 문고에 삼국유사가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 역시 불편한 감정이었다. 우리나라 책이 일본으로 주로 건너간 시기는 임진왜란 때였고, 그렇다면 그들이 책을 구입해서 갔을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약탈이었을 것이다. 마음이 불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삼국유사가 더 많이 있었을 텐데 한국에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점도 의문이었고, 그래서 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마도 계속되는 전쟁과 삼국유사에 대한 유학자들의 믿지 못하는 태도 등이 책을 보관하는 걸림돌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지 않은 책이 일본에 있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나 무조건 욕만 할 일은 아닐 수 있다. 일본이 잘 보관해서 지금 우리가 볼 수 있게 된 점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없는 자료들은 서로 교류를 통해서 함께 보고, 함께 연구하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감정에 맡길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호사 문고에는 조선에서 가져 온 천여 권의 책이 더 있다고 한다.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이나 내훈(內訓) 등의 목록이 눈에 띄었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이 협력하여 더 깊게 연구할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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