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제사(祭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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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제사(祭祀)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5.02.1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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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제사는 우리 선조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의례 중의 하나입니다. 관혼상제(冠婚喪祭) 중에서 어른이 되는 ‘관(冠)’은 오늘날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혼상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최근 들어서는 종교적인 관점이나 개인적인 신념, 집안의 사정 등으로 제사를 지낼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여러 이견도 존재합니다.

  제사는 왜 지낼까요? 현대인들에게 물어보면 돌아가신 부모님이나 조상이 와서 진짜로 음식을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제사가 종교적인 행위이면서도 종교적이지 않게 바뀌는 이유도 사람들의 이러한 인식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사가 단순히 형식적인 행사가 되어서도 곤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헌 선생님 강의를 들으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선생님은 ‘살아있는 부모님은 속일 수 있지만, 돌아가신 부모님은 속일 수 없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속일 수 없다는 말은 돌아가신 부모님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말도 됩니다. 실제로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 부모님이 모르겠지 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의 바람을 어겨가며 살면 안 된다는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제사를 지내면서 부모님이나 조상님을 생각할 것입니다. 부모님을 기억하면서 그동안 부모님의 바람대로 살지 않은 스스로를 반성하여야 할 것입니다. 제사가 경건해야 하는 것은 부모님의 혼이 오셔서 음식을 먹기 때문이 아니라,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추스르는 자리이기 때문인 것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한국인의 전통적인 종교는 조상숭배라고 이야기합니다. 종교라는 말은 ‘가장 높은 가르침’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그 의미를 되새겨 보면 예부터 우리는 부모님의 말씀대로 사는 것을 중요시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늘 조상이 중요했습니다. ‘조상님의 뜻’이라든가 ‘조상님이 도와서’라는 말에는 조상을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특히 우리에게는 부모님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효’가 가장 중요한 가치였던 것입니다. 어머니,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는 일, 내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일은 ‘제사’라는 현장에서 더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일입니다. 그래서 제사는 부모님을 만나는 자리인 동시에 자식들에 대한 교육의 현장이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제사는 허례허식으로 변해가는 듯합니다. 제사가 형식적인 날이 아니라 부모님을 생각하는 날로 바뀌기 바랍니다. 제사상의 음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사상 앞에서 가족들이 함께 나누는 이야기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제기(祭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말씀을 담고 있는 우리 마음의 그릇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부모님의 말씀을 그리워하며 산다면 부모님은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늘 살아서 우리 가슴 속에 남아 계시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보시기에 좋은 일을 하고, 부모님이 아파할 일은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참 제사의 모습이 될 것입니다. 제사는 아련한 그리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