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눈여겨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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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눈여겨보다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5.01.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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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이라고 하면 세상의 소리를 보는 보살이라는 뜻이 됩니다. 세상의 소리를 듣지 않고 본다는 말에서 자상함이 더 느껴집니다. 본다는 것은 듣는 것보다 수동적이지 않습니다. 중생의 고통을 해결해 주고픈 마음으로 세상의 소리를 본다고 표현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해 보면 눈은 보는 것이고, 귀는 듣는 것이고, 입은 말하고 먹는 것이고, 피부는 느끼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감각기관의 기능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말의 표현을 살펴보면 이러한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가게 됩니다.

  우리말에는 한 가지 감각을 여러 감각으로 표현하는 이른바 공감각적 표현이 발달하였습니다. 시에서 사용되는 ‘푸른 종소리’와 같은 표현은 우리말 속 여기저기에 나타납니다. ‘거친 숨소리, 따뜻한 목소리, 구수한 노래’와 같은 표현이 어느 말에나 다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만히 보면 우리는 눈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입으로 보기도 합니다.

  눈은 보는 기관입니다. 귀의 역할이 듣는 것인 것처럼 눈의 역할은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잘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다고 다 보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우리말에서는 자세히 보라는 의미를 표현할 때 ‘눈여겨보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여기다’는 말은 ‘생각하다’라는 의미이므로 눈으로 생각하고 본다는 의미가 됩니다. 우리는 눈이 생각도 할 수 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눈여겨본 것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됩니다. 그냥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입은 먹는 기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맛은 ‘느낀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본다’라는 표현을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마치 맛을 시각처럼 보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맛을 보라!’고 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입니다. 물론 ‘보다’라는 단어가 ‘먹어 보다’처럼 ‘시도하다’의 의미가 있으니 ‘시음, 시식’의 해석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먹는 행위를 ‘보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맛깔 나는 우리 민족의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사람도 맛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싱겁기는!’이라는 표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구두쇠를 가리킬 때 ‘사람이 짜다’고 합니다. 기름기 많은 목소리와 행동을 보면서 ‘느끼한 사람’이라고도 합니다. 문득 이런 표현을 외국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집니다. 달콤하고, 시큼하고, 새콤하고, 짭짤하고, 쌉쌀하고, 새콤달콤한 우리 민족의 감각 표현이 입 안 가득 궁금함을 더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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