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살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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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살림살이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5.01.1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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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몇 분의 선생님들과 식사를 하는데, 이야기 도중 ‘살림살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살림살이의 단어의 구조나 뜻에 대하여 모두 관심을 보였습니다. ‘살리다’와 ‘살림’이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도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터라 궁금함이 커졌습니다.

  ‘모두를 살리는 살이’가 ‘살림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에게 힘이 되고, 가족에게 힘이 되는 것이 살림살이일 것입니다. 그런데 제 주변의 살림살이들을 바라보면서 많은 것들이 살림살이가 아니라 ‘죽은 살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면 단순히 ‘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리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죽어 있는’ 물건으로 우리 곁에 머물게 되는 것이죠.

  이사를 갈 때, 우리는 살림살이와 ‘죽은 살이’를 구별하게 됩니다. ‘죽은 살이’는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어떤 물건은 지난 번 이사 올 때부터 이번에 이사 갈 때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괜히 이리저리 치이는 물건이 되었던 것이고, 집안을 복잡하게 만들어 놓은 원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내 삶의 진정한 살림살이는 아니었을 겁니다.

  우리는 옷을 사고, 가재도구를 사고, 가구들을 삽니다. 예쁘다고 사고, 언젠가는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삽니다. 싸다고 하나 더 사고, 모자랄까 봐 하나 더 삽니다. 하지만 그것은 다 나의 집착일 수 있습니다. 집안에 놓인 물건들을 봅니다. 저것이 나를 살리는 물건인지, 나를 매어 놓는 물건인지 봅니다. 살림살이가 살아있게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일 겁니다.

  내게 덜 필요한 살림도 다른 이에게는 큰 살림이 될 수 있습니다. 죽은 살림에 혼을 불어넣고 생기를 돌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누어 쓰고 다시 쓰는 것이 소중한 것입니다. 무조건 죽은 물건이라고 버리는 것도 살림살이에 대한 옳은 태도는 아닐 겁니다. 남 주자니 아깝다고 한쪽에 처박아 놓는 것은 내 집착을 쌓아 놓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 있는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다시 구입하지 않을 것들은 다 ‘죽은 살이’일 수 있을 겁니다. 집에 있는 물건들을 봅니다. 없어지면 다시 장만해야 할 것들인지 생각해 봅니다. 집안 가득 살림살이마다 담겨있는 나의 집착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