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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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울음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4.08.0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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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울리는 소리

▲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아가들의 모습을 보면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들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흥미롭습니다. 인간의 본능 속에서 인간이 살아야 하는 길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깨달음을 얻기도 합니다.

아가들의 특성을 보면서 흥미로운 것은 한 아기가 울면 다른 아기들도 덩달아 운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시끄럽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신기해합니다. 왜 아기들은 함께 울까요? 아마도 추측컨대 외부의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물의 경우에도 위험이 닥치면 서로 소리를 내어 알리지 않던가요? 하지만 사람이기에 동물과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나이가 많아지면 눈물도 많아진다고 합니다. 눈물은 단순히 눈에서 나오는 물은 아닙니다. 어떤 이는 눈물을 오장육부를 돌아 나온 액체라고 하였는데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저는 눈물은 공감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 삶의 흔적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공감할 일이 많아야 눈물도 흘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가 되고 나서야 부모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가까운 이들을 여의고 나서야 죽음의 슬픔이 다가 옵니다. 경험이 많아질수록 감정의 이입이 빨리 됩니다. 상대편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만 해도, 그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점점 눈물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은 상대편의 눈물입니다. 다른 어떤 슬픈 이야기보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상황은 상대방의 뺨 위로 조용히 흐르는 눈물입니다. 그리고 뒤돌아 들썩이는 어깨는 우리를 참을 수 없게 합니다. ‘내가 왜 이러지?’하면서 눈물을 닦아내는 모습이 가장 인간다운 모습일 것입니다. 감정은 쉽게 전이 됩니다. 다른 이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여기는 것은 인간의 아름다운 본능입니다.

우리말의 ‘울다’에서 파생된 단어에는 ‘울리다’가 있습니다. 우리말의 ‘울다’는 ‘소리’ 또는 ‘진동’과 연관되어 있는 말입니다. ‘울리다’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아이를 울리는 것도 있고, 가슴을 울리는 것도 있습니다. 가슴을 울리는 것은 북을 울리는 것이나 ‘산울림’과 같이 파장을 일으켜 전달하는 것입니다. 감정의 파장이 전달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말의 ‘울음’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울음은 개인에게서 시작했지만 그 느낌은 서로의 가슴 속으로 전달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눈물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슬픔을 나누는 이유입니다.

슬픔을 나누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아기가 울면 다른 아기들이 모두 같이 울듯이 우리는 다른 이의 슬픔 앞에서 함께 눈물을 흘려야 합니다. 슬픔은 이성적으로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불쌍한 이를 만나면 슬퍼하며 돕고, 아픈 이를 만나면 슬퍼하며 고쳐주려 하고, 배고픈 이를 만나면 얼른 먹을 것을 건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에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우는 장면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입니다. 그 아픔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단순히 눈물만 따라 흘릴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치유해 주기 위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게 다가온 울림을 개인의 감정에만 머무르지 않게 더 큰 울림으로 전달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우는 이유가 무겁게 다가오는 아침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울고, 함께 길을 나섰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