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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姓)이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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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姓)이 뭐예요?
  • 조현용
  • 승인 2014.03.2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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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우리나라 사람은 목숨을 걸고 확신에 차서 이야기할 때 ‘성을 갈겠다’라고 한다. 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기에 성을 간다는 것이 엄청난 약속이 될까? 출세하여 이름을 드날리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이 최고의 효도라 생각하던 시절에 가문을 드높이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였다. 당연히 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성이 그렇게 중요함에도 성을 갈겠다고 말을 한다는 것은 ‘죽어도 내 말이 맞다.’라는 강조의 표시인 셈이다.

여러분은 아마도 성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리고 성은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과 관련된 문화를 살펴보면 다양한 방법의 성이 나타난다. 일본만 하더라도 꼭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할머니의 성을 따르는 경우도 있다. 결혼 후에 남편 성을 따르는 것도 나라마다 다르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는 결혼 후에도 여자가 자신의 성을 유지한다. 서양에서는 가족은 같은 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영어에서는 성을 ‘family name'이라고 하는데 한국의 상황으로 보면 맞는 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성이 주로 다르기 때문에 ‘가족’의 공통적인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물론 ‘last name'도 부정확한 표현이다. 우리는 성을 마지막에 쓰지 않고 처음에 쓰므로 사실은 ‘first name'이 성인 셈이다.

한국어를 가르치다가 미얀마 학생에게 성이 뭐냐고 물어보면 당황스러운 대답을 듣게 된다. 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름만 있고 성이 없다는 대답을 들으면서 성이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여권이나 비자에 늘 성을 쓰는 난이 있고,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성을 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미얀마 사람들은 성이 없다고 어떻게 설명할지를 늘 준비하고 다닐지도 모르겠다. 나는 항상 미얀마 사람을 볼 때마다 우리도 성이 없이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한동안 부모의 성을 함께 쓰자는 운동이 벌어졌었다. 아버지의 성만을 쓰는 것을 일종의 차별이나 불평등으로 본 것이다. 어머니의 피도 물려받았는데 왜 아버지의 성만을 이어 받느냐는 문제 제기인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사실 내 성에는 수많은 어머니, 할머니의 핏줄이 담겨있다. 당연히 지금 내가 쓰는 성 외에 다른 성의 요소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성만을 쓰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는 것은 고정관념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부모의 성을 함께 쓰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라도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인 계통의 언어 중에는 부모의 성을 함께 쓰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아는 한 파라과이 교포 학생은 성이 ‘박김’이다. 아버지가 박 씨이고 어머니가 김 씨인 것이다.

요즘 아이돌 그룹을 보면 이름은 알겠는데 성은 무엇인지 통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소녀시대의 이름을 보고 성을 맞추어 보라. ‘태연, 서현, 유리, 효연, 수영, 윤아, 제시카, 티파니, 써니’의 성은 무엇인가? 모두 알고 있다면 아마도 소녀시대의 광팬일 듯하다. 사실 나는 소녀시대의 이름도 검색을 해 보고야 알았다. 어떤 경우에는 아예 이름도 없는 경우도 많다. ‘비, 세븐, 탑’의 본명은 무엇인가? 이제 성보다는 자신의 이름을 더 중요시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가문을 앞세우기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상을 보여주는 풍조가 아닌가 한다. 아마 이제는 성이 뭐냐고 묻는 것이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쓰는 성도 이렇게 문화와 세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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