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한국화의 만남, 민족 고유 미감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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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한국화의 만남, 민족 고유 미감을 이끈다”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3.03.0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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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감성한글' 창안자, 재미한국화가회 정영심 회장

재미한국화가회(Korean-American Traditional Artists Association) 정영심(사진) 회장은 미주지역 1.5~2세 숨은 예술가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함은 물론, 한국지회도 개설해 모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역량 있는 작가들이 미국 무대에서도 잠재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 회장은 우리 한글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갖고 ‘감성한글’ 프로젝트를 통해 차세대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전통 수묵화의 넉넉한 감성을 소유한 ‘예술가’, 한민족 고유의 ‘미감’이 충만한 ‘교육자’, 정영심 회장으로부터 재미한국화가회의 다양한 활동계획들을 들어봤다.

“민족정체성 표현하는 감성의 울타리에 제한은 없다”

○ 재미한국화가회는 미주지역 한국화 작가들의 모임으로 지난 2004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먼저 재미한국화가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 아시다시피 ‘재미한국화가회’는 미주지역에 거주하는 한국화를 사랑하는 화가들의 모임으로, 2004년 처음 발족됐다. 모국을 떠나 살기 때문에 조국에 대한 애정과 향수가 더욱 많은데, 그러한 작가들의 다양한 감성들을 ‘한국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함께 공감하고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정서를 미국사회에도 전하는 민간 문화사절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구성원들의 특징과 주요 활동사항도 소개한다면?

☞ 현재 한국화를 중심으로 순수, 응용미술, 미술교육 등을 전공했거나 취미로 즐기는 70여명의 작가로 구성돼 있다. 회원들은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LA 등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창립전시회를 시작으로 미주지역을 순회하는 회원 정기그룹전을 갖고 있으며, 차세대 미주한인청소년들의 감성적 비전 제시를 위해 2007년 광복 62주년 기념 ‘제1회 전미주 미술공모전’을 시작으로 2011년부터는 ‘세계미술대전’으로 지역과 대상을 확장·운영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한민족 정체성을 고취하고 ‘감성한글’의 우수한 미감을 창조적으로 시각화하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 또한, 미주한인센터와 연계해 한류의 지속적인 미적탐구도 병행하고 있으며, 2012년부터 미주와 한국 작가들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계회화대전’을 출범시키고 시카고와 한국의 고성박물관에서 60여명의 작가가 참여해 전시회를 개최한바 있다.

▲ 지난해 8월 열린 한국 고성박물관 전시회.[사진제공=재미한국화가회]

○ 지회를 개설하고 조직도 재정비한다고 들었다. 앞으로 한국화가회를 이끌면서 중점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 있다면?

☞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 산업, 문화 등 다방면에서 글로벌시대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재미한국화가회의 위상과 운영에도 변화를 기하고 있다. 그간 미주지역으로만 한정해 운영해오던 작가군(群)을 한국으로 확장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역량있고 우수한 작가들이 미주무대에서도 잠재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한국지회를 올해 개설했고,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재미한국화가회 창립 10주년을 맞이해 기념전시회 및 미래방향 설정을 위한 세미나를 준비 중이고, 해외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모토로 활동하는 우수한 작가들을 발굴해 시상하는 ‘재외동포 미술상’을 제정해 운영하고자 한다. 또, 차세대 양성을 위해 ‘Rising Youth eyes’(30대 작가군) 프로그램 도입도 검토 중이다. 참고로, 3월부터는 자녀와 함께하는 창조교육의 일환으로 ‘CoreArt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장기 비전, ‘한인미술종합학교’ 세우는 것”

○ 한국화 전공자뿐만 아니라 이른바 ‘한국정신’을 발현하는 모든 창작인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고 들었다. 더 넓은 영역으로 확대해 ‘종합예술인단체’로 발전하고자 하는 취지로 이해하면 되는가?

☞ 바로 그렇다. 한국인의 정신은 곧 민족 정체성이며 뿌리다. 이를 표현하는 감성의 울타리에 제한은 없다. 경계를 넘어 상호교류와 시너지를 확대하는 가능성을 최적화하는 것이 시대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재미한국화가회는 한국화뿐만이 아니라 서양화, 수채화, 판화, 공예, 디자인 등 다양한 미술의 범주를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함께 콜라보레이션(협업)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나갈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향후에는 배우고 나누고 가르치는 ‘한인미술종합학교’를 세워나가는 장기비전을 구체화하려고 각계 관련자분들과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 흔히 차세대 교육과 관련해, 정체성 부분에서 ‘한국어’와 ‘한글’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한국화’가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그리고 다른 예술과 달리 ‘한국화’가 해외동포들에게 갖는 매력은?

☞ 한글은 우리 민족의 모국어다. 가장 과학적이고 지혜로운 운영체계라는 것이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됐다. 나는 이러한 우리 한글의 우수한 점을 시각적이고 조형적인 미학에 근거해 우리 아이들이 쉽고 친근하게, 창의적으로 한글을 접하고 익힐 수 있도록 한국화와 연계해 감성한글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한글과 한국화의 만남’, 즉 한글이란 고유소재와 한국화라는 시각적인 매체를 통해 잠재된 미감을 이끌어 내고, 창의력을 발현하고자 한다. 지난해 재외한글학교 워크숍에서도 이러한 감성한글 프로젝트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자국에 도입·확산하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특히 한국화는 한국정신의 뿌리(주체)로서 고향 같은 푸근함이 있다.

○ 직접 창안한 ‘감성한글’은 무엇인가?

☞ 1989년부터 몸담기 시작한 주말 한글학교에서 그림과 한글 지도를 병행했다. ‘좀 더 재미있고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미술수업을 하더라도 이왕이면 ‘한글을 주제로’ 하면 반복학습의 의미로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해서 시도했는데,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며 적극적인 태도로 바뀌는 것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다. 이 시대는 기계 문명의 편리함으로 점점 손으로 하는 작업이 줄어들고 있다. 비록 느리지만 내재된 감수성을 표출할 수 있는 ‘그림’이란 방법으로 학습자의 정서안정을 도모하고자 했다. 한국학교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한글과 전통문화, 자연 이미지를 바탕으로 창의적 상상력을 기르고 미적인 표현력을 길러 주고자 했고, 자연스레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함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단편적인 한글 수업보다는 미술과 한글 두 교과가 융합돼 나타나는 상승효과가 크다고 본다. 단연코 창조교육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조형감각과 창의표현의 결과, 아이들이 한글과 한국어에 보다 친숙해지는 과정을 보였다.

▲ 정영심 회장은 지난해 8월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감성한글'을 발표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은바 있다.[사진제공=재미한국화가회]

“무한자유 예술영역, 아이덴티티 따라 의미는 천차만별”

○ 해외 각지에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수많은 예술인들이 있다.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늘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 다름 아닌 우리문화의 정체성이다. 예술은 무한자유 영역이지만 어떠한 아이덴티티(identity)를 갖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특히 조국을 떠나 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민족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예술의 모토로 소통 교감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문화 사절이라는 자세로 우리의 혼이 깃든 작품 활동을 제대로 할 때 현지문화와의 상호 교류도 진정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 개인적 질문으로 미국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다.

☞ 오래전 한 단체의 ‘학술대회’에서 전문성이 결여된 것을 보고 실망과 충격이 컸다. 한국화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고, 한국화가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다양성을 함께 만들고 나누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시작했다. 자연히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모여들며 한국화에 대한 인식 및 계몽활동이 진행됐다.

○ 혹시, 추가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국립국어원, 국립국악원이 있어 전승·발전이 있는 것처럼, 한국화도 제도적 정책지원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좋겠다. 예를 들면 ‘국립한국화원’을 개설해 심층적인 정책기획, 창작지원, 작가관리 등이 진행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뜻있는 분들의 용기있는 실천을 희망한다. 또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협력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여러 선후배들께 진심으로 감사말씀을 드리고 싶다.

※ 정영심 회장 프로필
- 부산에서 나고 자람. 80학번으로 미술학과 한국화 전공.
- 부산 동성초등학교와 동여자고등학교에서 짧은 교편생활 후 88년 도미.
- 필라델피아에서 창작 활동 중.
- 우리의 한국화전 주관(2004/ Jaisohn Center, PA)
- 재미한국화가회 창립전(2005/Jaisohn Center, PA)
- 광복절기념 전미주미술공모전(2007주최/주관)
- 한국화+나눔전(2008/KMAC, VA)
- The Light of Korea U.S Exhibit Tour (2009/ Washington D.C.PA, CA)
- 한국의 맥전(2010/워싱턴한국문화원/필라델피아)
- 한글날기념 2012 세계미술대전 / 세계회화대전 시카고 한미동행전 주관
- 현재 재미한국화가회 회장, 한글날기념 세계미술대전 준비위원

[고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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