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협상 속도, 대선 후 차기정부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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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협상 속도, 대선 후 차기정부에 달려"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2.08.2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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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민감품목 보호방식 협상 따라 FTA 개방수준 결정될 듯"

지난 5월 협상이 개시된 한·중 FTA 추진과 관련해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중국팀장)은 "한·중 FTA 주요 쟁점은 높은 수준의 FTA를 체결할 것인지, 아니면 낮은 수준의 FTA를 추진할 것인지의 개방수준 결정과 농수산물, 제조업 등 민감품목의 보호방식에 관한 것"이라며 "향후 협상속도는 연말 대선 이후 구성될 한국의 새로운 지도부가 한·중 FTA에 대해 어떠한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 연구위원은 지난 21일, 한국국제정치학회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에서 '한·중 FTA의 쟁점과 전망'이란 주제를 발표하며 "지난 2004년 민간공동연구부터 시작된 한·중 FTA논의가 2010년 산관학 공동연구 종료 이후에도 2년 여에 걸쳐 민감분야에 대한 의견조율을 위한 정부 간 사전협의가 진행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 연구위원에 따르면 정부 간 사전 협의에서 한·중 FTA 협상을 두 단계로 나누어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제 1단계에서 민감분야 보호 방식을 정하고, 2단계에서는 기타 분야를 포함해 본격적 협상을 추진한다는 것. 이는 한·중 FTA 협상에 있어 가장 민감한 부분을 다루는 1단계 협상 결과에 따라 한·중 FTA의 개방수준과 추진 속도가 결정될 것임을 의미한다.

특히, 분야별로 봤을 때 예상되는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역시 농수산물 개방수준이다. 현재 중국 농수산물의 한국에 대한 수출 증가 폭과 관련해 양국은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은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업종에서 경쟁력이 낮아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한국은 노동집약적인 제품에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의 관세율이 한국보다 높은 석유화학, 철강, 기계, 전자, 자동차, 고무, 화장품, 제지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섬유 및 의류, 비철금속 분야에서는 중국산 제품의 대한국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간재 분야에서 즉시 관세철폐 추진 필요"
"서비스 인력, 중국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

한·중 간의 교역 형태를 분석해보면 한국은 그동안 중국의 수출용 중간재와 자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즉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가공무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1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 가공무역 비중이 차지하는 비중은 49.1%, 보세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6%로, 전체 대중국 수출의 64.7%가 재수출용이다.

양 연구위원은 "한·중 FTA의 상품분야 관세협상에서 소비재와 같이 관세율이 높은 분야와 중국 내수시장 진출이 가능한 분야의 관세인하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FTA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양국간 교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간재 분야에서 즉시 관세철폐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비스 시장 개방과 관련해 양 연구위원은 "중국이 체결한 FTA 중 서비스 개방을 가장 많이 한 사례는 홍콩과의 FTA며, 2004년 체결 이래 매년 보충협정을 통해 적극적인 개방 양허를 기재해 왔다"고 말하며 "이러한 중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한·중 FTA에서는 서비스분야 개방 수준 자체가 민감한 협상 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서비스 분야의 인력이동 문제는 중국 측의 최대 관심사항 중 하나로서 한·중 FTA 협상 과정에서 한국 측에 강력하게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투자 분야에서는 "투자 자유화의 핵심 요소인 투자 설립전 단계(Pre-establishment)의 내국민 대우(National Treatment, NT) 적용을 요구하는 한국과 이를 원하지 않는 중국 간의 첨예한 입장 대립이 예상된다"며 "전반적으로 중국은 지금까지 체결한 FTA 투자 챕터에서 투자 자유화 요소를 포함한 선례가 없고, 적극적인 투자자 보호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FTA를 통한 투자분야의 개방에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양 연구위원은 "중국은 정부조달 협정(Government Procurement Agreement, GPA)의 미가입국가라는 점 등으로 인해 외국기업의 입찰참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기업이 외국에서 당하는 지재권 침해의 59%가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고, 피해액은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지재권 보호 규정은 높은 수준의 보호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중 FTA 개방수준, 중간수준 유지 예상"
"민감분야, 패키지 처리 합의… Give & Take 방식"

양 연구위원은 향후 한·중 FTA 협상 전망으로 "포괄적이고 실질적인 자유화를 추진하기로 한 산관학 공동연구의 기본원칙으로 미루어 상품 분야 뿐만 아니라 서비스, 투자 등을 포함한 포괄적 FTA가 될 것이지만, 개방 수준에 있어서는 상호 민감 분야에 대한 보호 요구가 강해 중간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요컨대, 한국은 고부가가치 제조업 및 소비재 분야의 높은 수준 개방, 서비스 분야 개방, 투자 자유화, 정부 조달 시장 개방,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등에 관심을 보이는 반면, 중국은 농수산업과 노동집약적 제조업 개방, 대중국 특별 세이프가드 조기 철폐, 인력이동 분야 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양 연구위원은 "양국은 민감 분야을 우선적으로 협상하고 이를 패키지(package)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주요 쟁점에 대해 'Give and Take'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농수산품 등 민감 분야 이외에도 양국 간 쟁점이 많아 협상이 용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연말 대선 이후 구성될 한국의 새로운 지도부가 한·중 FTA에 대해 어떠한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협상 속도가 가속화될 수도, 지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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