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영토문제·역사의식, 구조적 변화 중”
상태바
“한·중·일 영토문제·역사의식, 구조적 변화 중”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2.08.22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통령 독도방문, 분쟁조장 우려… 현명하지 못했다”

최근 한-일(독도), 중-일(센카쿠열도), 러-일(쿠릴열도) 간의 영토문제가 첨예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손기섭 부산외대 교수는 각국마다 정치·경제적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고, 특히 해양자원 문제가 부각되면서 그동안 잠재된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손 교수는 지난 21일 오후, 한국국제정치학회(회장 안인해)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에서 ‘한·중·일 간의 문화, 역사 및 영토문제’와 관련한 주제발표에서 “일본정부의 역사의식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불황과 일본 내 우경화가 진행되면서 역사의식이 더욱 퇴조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국제정치학회(회장 안인해)는 지난 20~21일 양일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한중수교 20주년을 기념해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협력: 기회와 도전'이란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사진은 21일 오후 플라자호텔 22층 루비홀에서 개최된 '제5세션 한·중·일 협력과 갈등' 중에서 '한·중·일 간 문화, 역사 및 영토문제'란 주제로 진행된 2분과 토론회.

손 교수에 따르면 중-일 간에 대립하고 있는 센카쿠 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오키나와 주민 고가다쓰시로(古賀辰四郞)가 1884년 처음 발견한 이후 일본정부가 1895년 자국영토로 편입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년) 등의 국제법과 실효적 지배 측면에서 일본에 더 유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고지도 등의 증거를 통해 1884년 이전부터 점유하고 있었고, 원래 중국의 땅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러-일 간에 대립하고 있는 ‘쿠릴열도’의 4개 섬(쿠나시르·이투루프·하보마이·시코탄)은 애초에 원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었고, 러·일 양국은 관할권을 주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러 화친조약’(1855년)과 ‘사할린-쿠릴 교환조약’(1875년), 러일전쟁 직후 체결된 포츠머스 조약(1905년) 등은 역사적 관점에서 일본이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2차 대전 후에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은 쿠릴열도를 러시아 영토로 규정하고 있고, 실효적 지배 차원에서는 러시아가 유리한 형국이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 있어 손 교수는 역사적 관점, 실효적 지배 등의 차원에서 한국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관련해 “독도문제는 보편적 인륜 차원인 일본군위안부와 달리 ‘영토분쟁’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현명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졸부근성 벗어나야 진정한 대국”
“각국 언론들도, 제 역할 찾아야”

쳉 지용(Zheng Jiyong) 푸단대(復旦大) 교수는 ‘중국의 시각에서 본 중국과 한국 간의 역사적·문화적·영토적 갈등’이란 주제를 발표하며, 한·중 간의 갈등 배경으로 중국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배타적 민족주의 팽창, 같은 유교문화권 지역이면서도 서로 다른 역사·문화적 배경, 양국 내의 정치이념 문제, 언론의 행태 등을 제시했다.

특히, 쳉 교수는 경제성장과 민족주의 팽창과 관련해 “중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주변국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중국이 진정한 대국이 되고자 한다면 이러한 뿌리 깊은 졸부 근성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중 양국이 갖고 있는 부정적 인식의 틀로써 동아시아 안보문제에 있어 중국이 북한을 감싸고 있다는 생각, 한국전쟁으로 인해 중국은 침략자라는 인식과 한반도를 지배하려 한다는 경계감, 양국 간의 부정적 이미지를 증폭시키는 특정 언론들과 인터넷 매체들의 행태 등을 지적했다.

쳉 교수는 향후 갈등해결 방안으로써 상호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대원칙을 설정하고, 양국 간의 학술토론, 민간차원 공동연구·개발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역사관, 국경문제 등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국내문제와 국제문제를 명확히 구별할 필요가 있고, 양국의 친선을 도모하고 다양한 여론을 수렴할 수 있도록 언론의 역할 정립도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 왼쪽부터 손기섭 부산외대 교수, 쳉 지용(ZHENG Jiyong) 푸단대 교수, 이이지마 와타루(IIJIMA Wataru) 아오야마카쿠인대 교수.

“한·중·일 역사인식, 세계사에서 공통점 찾아야”
“정치인들, 국민정서 악용은 절대 금물”

이이지마 와타루(IIJIMA Wataru) 아오야마가쿠인대학(靑山學院大學) 교수는 ‘세계사에 숨겨진 한·중·일 삼국의 공통점’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중·일 간에 큰 차이를 보이는 역사인식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세계사에서 공통점을 찾을 것을 제안했다. 즉, 세계사의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상호이해를 도모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는 “8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서 3국의 역사인식이 충돌하기 시작했다”며 “그동안 3국 학자들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비정부기관들도 부단히 노력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이이지마 교수는 이러한 원인으로 “해당국의 역사연구가 그 국가의 학자들 주도로 진행돼 왔기 때문에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이지마 교수는 한·중·일 역사교과서를 세계사 교과서에서 추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구체적 방법으로 외국인 학자들도 함께 참여하는 한·중·일 역사학자 및 강의(Lecture) 교류, 학점 상호인정 등을 통해 동일한 세계사 속에서 균형점을 찾을 것을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한 국가 차원의 역사 단위가 아닌 보다 넓은 차원에서 역사인식의 다원화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최근 벌어지는 역사, 영토 갈등 등으로 인해 신냉전이 도래할 것이라는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물론 갈등과 마찰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지만, 한·중·일 간에 상호 협력기반은 굳건히 존재하고 있기에 이러한 위기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각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각국 정치인들의 자세로써 “국민들의 감정을 이용해 국익을 해치는 행동은 적절치 않다”며 “동아시아 지역의 공동번영과 평화라는 기조 아래 영토, 역사문제 등을 다뤄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