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 공정성 시비...논란 계속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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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 공정성 시비...논란 계속 돼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0.11.0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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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선거 모든 것을 알아봅시다"
재외선거 당신의 생각은? 선관위가 재외선거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9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은 재외국민이 공관을 방문해 재외선거인등록을 신청하겠다는 응답은 69.2%, 주민등록이 돼 있는 재외국민이 국외부재자신고를 하겠다는 응답은 69.9%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결과와 비교해 각각 6.4%P, 10.4%가 증가한 것이다. 재외선거를 인지하고 있는 동포 유권자는 76.4%로 2009년 63.9%에 비해 12.5% 증가했으며, 2012년 재외선거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자도 2009년의 70%에서 8.9%P 증가한 78.9%를 기록했다.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것으로 전망하는 응답자는 72.8%였으며 응답자의 45.7%가 '인터넷'이 유력한 위반 유형이 될 것으로 지목했다. 선거법 위반 주체에 대한 질문에서는 한인단체가 위반을 주도할 것이라는 응답이 42.9%를, 선거관계자가 위반행위에 나설 것이라는 응답이 40.8%를 차지했다.
2012년 4월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에 재외국민 투표권 행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중앙선거관리의원회가 최근 재외국민 모의선거(11월 14,15일) 투표인단을 모집한 결과, 참가를 원하는 재외국민이 목표치인 7,000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2012 재외국민 선거에 대한 기대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재외국민 선거를 둘러싼 각종 쟁점을 정리해 봤다.<편집자주>


쟁점 1. 몇 명이나 모일까?

외교통상부가 조사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재외국민 수는 영주권자 121만 9,561명을 포함해 총 286만 9,92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2009년 기준) 선관위는 이 중 80%인 229만5,937명을 예상 선거인수로 집계하고 있다.

재외국민 선거에 얼마나 많은 투표자가 나서느냐에 따라 선거 판도가 변할 수 있다는 주장이 공공연하다. 실제로 1997년 대선의 39만표, 2002년의 57만표의 표차로 당락이 결정됐던 점을 감안한다면 재외국민 선거 투표율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9월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이 재외국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29.7%, ‘가급적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도 29.8%에 달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미주지역에 집중돼 있고, 여전히 아․중동 지역 등의 투표 여건이 고르지 못한 점을 감안할 때 재외국민 선거 전체 투표율이 10%를 밑돌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정인 주무관은 “2012년 치러질 재외국민선거에 530억 정도의 예산을 예상하고 있다”며 “이는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 230만명 중 50% 정도가 투표인단으로 등록하고 그 중 80% 정도가 실제 투표에 나선다는 것을 가정해 추산한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된 후 최초로 갖게 될 선거인만큼 선거인 등록이 시작된 후 변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

이 주무관은 “국내 선거의 경우 예년에 실시한 데이터를 토대로 예산을 책정하지만, 재외선거의 경우는 현지 등록이 이루어진 후 예산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재외국민선거는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달 5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는 재외국민선거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준비상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진영 한나라당 의원은 “홍보가 부족하고, 멀리 있는 공관에 직접 등록하러 가야해 불편한 점이 있다”며 낮은 투표율을 우려했다.

이후 지난달 12일 열린 통계청 국정감사에서는 부정확한 재외국민 통계가 지적됐다.

이날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은 “선관위조차 재외국민 선거인수에 대한 추정치만 갖고 있을 뿐 정확한 선거인단 파악이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외교부 자료는 주재국의 인구관련 통계자료, 동포단체 조사자료, 재외국민등록부 등 공관민원 처리기록 조사 내용을 근거로 산출한 추산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쟁점 2. 선거법 추가 개정 ‘될까?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지난달 18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최고위원회를 통해 “2012년 재외선거에서 우편․인터넷 등을 통해 선거인 등록신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안 대표는 이날 “헌법에서 정한 선거권을 실제로 보장하기 위해 재외선거인의 등록 신청을 공관에 직접 방문하는 것 외에도 우편으로 할 수 있게 하고, 인터넷을 통해서도 등록신청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또한 공관 이외의 시설에 추가 투표소를 설치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미 앞서 지난해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과 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우편투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역시 현행의 선거법을 개정해 재외 유권자들의 편익을 제고해 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지난 6월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상태다.

유권자총연 배희철 대표는 “현행의 법안대로라면 투표율이 10%만 나와도 대성공”이라며 “일본의 경우 재외국민 참정권 획득 원년에 실시한 투표에서 3%의 투표율 밖에는 얻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정안들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느냐에 따라 실제 재외선거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배 대표의 설명이다.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적지 않은 내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표에 투자해야 하는 재외동포 유권자들의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하지만 재외동포들의 입장이 얼마나 반영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4일 세계한인의 날 재외동포정책 포럼에 참석한 한 정치인은 “내년에 선거 분위기가 조성되면 개정안 통과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장의 한 재미동포는 “연단에 서면 저마다 동포들을 위해 법안을 만들어 줄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지만, 행사가 끝나고 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리고 만다”며 “결국 동포들의 표심이 향하는 곳은 듣기 좋은 말을 늘어놓는 쪽이 아니라 실제로 동포 유권자의 마음에서 법안을 드라이브해주는 쪽일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 9월 열린 가을 정기국회에서도 재외국민선거법과 관련한 개정안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을 정기국회를 통해 논의한 후 연내 개정안을 통과한 후 선거를 1년 앞둔 2011년 후속조치를 논의하겠다던 정치권의 입장에 대해서 회의적인 분위기가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쟁점 3. 선거 공정성 시비 끝날까?


선거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자주 문제로 거론되는 것은 현지 선거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재외공관 인력의 선거관리 경험 부족, 전문성 결여 등으로 선거 준비 및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현지에서 발생하는 선거사범에 대한 단속 실효성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우리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외국에서 선거사범에 대한 단속이나 체포의 근거가 없다”며 “선거사범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윤석 의원 역시 “현지 공관이 선거에 개입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며 “또 한인단체가 불법적 선거운동을 할 경우 실질적 단속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에 선거를 주관하는 선관위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재외동포재단, 한국국제교류재단 등 외교통상부 산하 단체 임직원들이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도록 공직선거법에 관련 규정을 신설했다.

진종호 재외선거 지도과장은 지난 27일 세계한인언론인워크숍 재외선거 관련 설명회에 나서 “선거 공정성 확보 방안의 하나로 올 1월 공직선거법에 관련 규정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외국 시민권자에 대한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선관위 측은 여권발급, 출입국 제한 등의 별도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입장이다.

재외선거가 1년 남짓의 시간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재외동포 사회의 갈등 가능성, 홍보부족으로 인한 파행 가능성 등이 여전히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선거 공정성 확립을 비롯해 이 같은 문제들은 추후 제도적인 정비 및 동포 사회 자체의 자구적인 노력이 맞물려 개선될 여지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참정권 이후 최초의 선거인만큼 양 측의 공명선거에 대한 열망이 높은데다가, 국․내외의 관심이 높다는 점도 낙관적이다.

배희철 유권자총연 대표는 재외선거에 대한 국내 여론이 보다 전향적으로 바뀌길 기대하면서 “재외동포를 활용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주장이 많이 있지만, 동포들의 편의나 권리가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주장은 공허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재외국민선거. 선관위는 “내달 있을 재외국민 모의선거를 통해 문제점을 점검하고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베일을 벗게 된 재외국민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