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치인들, 너무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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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치인들, 너무 부자다
  • 장동만
  • 승인 2008.04.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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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인들은 너무나 부자다. '부자 내각'에 이어 부자 국회, 부자 후보들이다. 그들을 왜 돈 많은 부자들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가?

1인당 GNP 대비 약 2.5대 1인 미국과 한국, 두 나라 정치인들의 재산을 한 번 비교해 본다.

워싱턴DC에 있는 '책임정치센터(CRP=the 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부자 정치인들이 몰려 있는 연방 상원 의원(월봉 16만 9천 달러)들의 평균 순자산은 2004~2006년도에 어림잡아 170만 달러였다. 같은 기간 하원 의원(월봉 14만 5천 달러)들의 평균 자산은 이보다 훨씬 적은 67만 5천 달러(약 6억 7천500만원)에 불과했다(로이터 및 중앙일보 보도). 서울시 구(區)의원들의 평균 재산 87만 달러(8억 7천만원)에도 못 미친다.

상원 의원 중 가장 부자는 '존 캐리'(민주당, 매사추세츠) 2억 6천790만 달러, 하원 의원 중 가장 부자는 '제인 하먼'(민주당, 캘리포니아) 4억 900만 달러였다. 정몽준 의원의 3조 6천44억 원(약 36억 4천400만 달러)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인 셈이다. 그런데도 CRP는 "이들이 개인 투자와 다른 자금을 통해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고 비난을 퍼붓는다.

한편 두 나라 대통령의 재산 상태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약 3천538만 달러(353억 8천30만원-후보 때 신고액), 부시 대통령은 900만~2천600만 달러(2004년도)이다. 이번에 후보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은 10~51만 달러(상원 재산 순위 9위)이고, 버럭 오바마는 46만~142만 달러(순위 67위), 존 매캐인은 28~45만 달러(순위 8위)로 CRP 웹사이트(www.opensecrets.org)에 나타나 있다. (2006년도 기준)

그런데 한국은 어떠한가?

지난 3월 28일 공직자 윤리 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7대 국회 의원들의 평균 재산은 정몽준 의원을 포함하면 142억 6천830만원, 정 의원을 빼면 22억원(약 220만 달러)였다. 미 하원 의원들 평균 재산의 세 배를 훨씬 넘고, 부호의 전당인 상원 의원들 보다도 더 많다. 특히 이 중 총액 상위 20명의 자산은 최저 약 540만 달러(약 54억원)에서 랭킹 2위(고희선 의원)인 약 8천790만 달러(약 879억원)에 이른다.

다른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을 보면, 중앙 부처 상위 10명은 최저 약 680만 달러(약 68억원)에서 최상 2천228만 달러에 이르고, 지방 자치 단체장 상위 10위 권은 최저 약 780만 달러(약 78억 원)에서 2천577만 달러(257억 9천835만원)까지 이른다. 또한 헌재 상위 11위 권은 약 150만~750만 달러이며, 법원 10위 권은 약 410만~771만 달러, 검찰 10위 권은 250만~593만 달러의 재산을 각각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재산 증가율을 보면, 입법 행정 사법 3부 고위 공직자 2천182명 중 그 절반이 지난 한 해 동안 재산이 1억원(약 10만 달러)이상 늘어났고, 열 명 중 하나는 5억원 이상이 늘어났으며, 각 부 상위 10위 권은 불과 1년 동안에 무려 100만 달러(약 10억원) 이상씩 불어났다.

한편 '부자내각'이라는 명예(?)를 얻은 이명박 정부 새 장관들의 평균 재산은 39억 1400억원 (약 391만 달러)에 이른다. (참여정부 첫 각료 17명의 평균 재산은 11억 8천967만원).

자, 우리는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정치인들이 돈 많은 것이 뭐 나쁠 것은 없다. 허나, 한국 국회의원들의 평균 재산이 미국 하원 의원들의 평균 재산의 세 배가 넘는다니, 어딘가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유엔 대학 '세계 경제 개발 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2000년 기준 미국의 개인 자산은 평균 14만 4천 달러, 한국은 4만 5천849 달러였다. 다시 말해, 한국인의 재산은 미국인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1인당 GNP 2.5 대 1 과 엇비슷한 수치다.

그런데 한국 정치인들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은 이같이 미국 정치인들 보다 몇 배가 된다. 재산 증가율도 미국 정치인들 보다 훨씬 빠르다. 어떻게 해서 이 것이 가능할 것인가?

여기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첫째, 그들의 재산 형성 과정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건설적 방법 아닌, 부동산과 주식, 증권에 투자, 투기로 얻은 일종의 불로 소득이 아닌가?

둘째, 전체 국부에서 '민중의 머슴'이 너무나 큰 몫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셋째, 그리해서 그들이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역 구실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인도의 성인 간디는 일찍이 자기 이마에 '땀 없이 얻는 부'를 '5대 사회악'의 하나로 손꼽았다. 그리고 로마 교황청이 최근 발표한 '신 7대 죄악' 중엔 "소수에 의한 과도한 부의 축재로 인한 사회적 불공정'이 들어 있다. 간디와 교황이 보기에 이들은 모두가 사회악을 범한 범법자인 셈이다.

한국의 '부자 내각', 부자 정치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바라는 바는, 이제 의식주를 걱정 안 해도 될 만큼 큰 재산을 지닌 그들, 새 전기를 맞아 더 이상 부정부패와 비리를 저지르지 말고, 진정 새 정부의 모토인 '민중의 머슴'이 됨으로써, 직업 윤리 순위에서 꼴찌(시의회 의원 16위, 국회의원 17위)를 차지하고 있는 그 불명예를 하루 빨리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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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만(e-랜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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