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거주 고급인력들, 귀국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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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거주 고급인력들, 귀국 꺼린다
  • 류수현 재외기자
  • 승인 2007.09.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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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한국 유학생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꺼리는데다, 한국의 인력들은 기회가 닿는 로 미국 등 해외로 진출을 꾀하고 있어 한국의 산업현장에서 고급인재가 점차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명문 사립대 생화학과를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 온 정 모(37)씨는 최근 박사과정을 끝냈지만 귀국을 포기하고 미국에서 직장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정씨는 “턱없이 높은 사교육비와 물가와 집값 등을 생각하면 한국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 등에 입사지원서를 넣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대기업의 연구원으로 일하다 미국에 온 김 모(43)씨는 “학연과 지연이 판치는 한국 기업의 조직문화에선 더 이상 자기계발이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미국행을 결행한 것은 한국의 경직된 연구 환경도 한 이유다. 김씨는“연구 주제나 방향을 마음대로 정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한국내 인재들은 외국으로 떠나려고 하고,, 외국인 인재들은 한국을 기피하면서 고급 두뇌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서울대학교 공대가 학생들을 한 학기 동안 미국 등 외국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파견하는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GLP)에 참가한 학생들은 “외국에서 박사학위룰 따고, 왜 꼭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요, 그 곳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미국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택이나 자녀교육 등 현실적 문제로 한국 귀국을 꺼리게 된다'고 말한다. 한 학생은 “미국의 대학들은 서울대에 비해 연구환경이 훨씬 더 좋다"며 "미국인들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 연구자들이 많아 폭넓은 시각을 교류 할 수 있는 것도 좋아 한국과 미국 중 하나를 택하라면 미국 잔류를 택하겠다”고 말했다.

고급인력의 이같은 한국 기피 현상에 대해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한국은 현재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인재 육성·유치전략 수립이 없으면 국가경쟁력 강화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6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입국한 외국인 가운데 고급 인력인 교수, 연구·기술지도 목적으로 입국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9천832명으로 전체 외국인 입국자 532만 1천593명의 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국인 고급인력 입국 비중은 1995년부터 10년이 넘도록 0.5%를 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한국의 인력난은 세계 각국이 치열한 고급 두뇌확보 전쟁을 치르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 일본은 2001년 정보기술(IT) 경쟁력 강화 및 노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해 'e-재팬'프로젝트를 만들어 한국의 IT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중국은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기업 엔지니어를 통째로 빼가는 등 전방위 인재 사냥에 나서고 있다. 한편 미국에 남아있는 한국 고급인력들은 한국정부가 해외인력 유치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은 주택 문제, 한국어가 서툰 자녀들의 교육 문제 등에 더 큰 특혜를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지난 2002년 해외 우수 기술인력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골드카드(첨단제조업 분야 기술인력 대상), IT카드(첨단IT분야 기술인력 대상), 사이언스카드(교수·연구개발인력 대상) 제도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제도는 한국정부가 비자 발급 등을 지원해 기업의 기술인력 채용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였지만 이를 이용해 한국으로 들어간 기술인력은 지난 7월말 현재 골드카드 831명, IT카드 1천277명 및 8월말 현재 사이언스카드 602명 등 모두 2천692명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5년에 불과한 체류 허용기간,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 등이 걸림돌”이라며 “각 부처를 통합하는 종합적인 국가 인재정책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내 인재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두뇌유출지수(BDI)에서 한국은 지난해 4.91로 61개 조사 대상국 중 40위를 기록했다. 두뇌유출지수는 고급인력의 해외 진출 경향이 얼마나 강한지를 수치화한 지표로 10에 가까울수록 인재 유출보다 유입이 많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이같은 고급인력 해외 유출을 돈으로 환산하면, 24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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