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33만명이 '불법체류자' 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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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33만명이 '불법체류자' 신분
  • 오재범 기자
  • 승인 2007.09.0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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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권리 보장 못 받고...국가 이미지 실추

전세계 재외동포 중 한국 국적을 가진 약 33만 7천55명이 체류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생활하면서 개인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가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현재까지 밝혀진 국내외 자료에 따르면,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불법체류하는 주요 국가로는 미국이 전체의 76%를 차지하는 25만명으로 가장 많으며, 그 뒤를 이어 일본이 4만 203명, 필리핀이 2만 5천명, 캐나다가 1만명, 영국이 4천명, 호주가 1천800여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미국 국토안보국 이민통계국은 지난달 31일 지난해 1월까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불법체류자를 총 25만 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2000년 18만 명보다 7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미 주요 한인 일간지는 이 사실을 대부분 1면 머릿기사로 내보냈으며, 미 한인사회에서는 대부분 내년 7월 시행될 한.미간 비자면제 프로그램(VWP) 가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외교부 정병후 재외동포정책 1과장 역시 "미국 내 한인 중 25만명의 불법체류자가 있다는 발표는 곧 체결될 무비자협정에 나쁜영향을 미칠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8월까지 약 4만 명의 불법체류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02년 5만 5천164명에서 1만 5천여명이 감소한 숫자다. 이는 일본 정부가 해마다 늘어가는 외국인범죄에 대응해 강력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재일본한국인회의 한 관계자는 "80년대 이후 일본에 건너온 뉴커머 동포 중 일부는 불법체류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벌러 일본에 왔기 때문에 이를 크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동경시내 유명 한국식당의 주방에서 일하는 아줌마가 단속반이 주방안에 들어와 잡아갈 정도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동포사회에서 여전히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필리핀은 15만여명의 국민이 장단기로 체류하고 있으며, 이중 약 2만 5천명이 불법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닐라에 거주하는 한 동포는 “필리핀은 이민이 받아들여지는 곳이 아니기에 장기체류비자나 워킹비자를 받기 어렵고, 동포들이 후진국인 필리핀 정부를 우습게 아는 경향이 있어 불법체류자가 많은 편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게다가 거주하는 많은 동포들이 돈만 주면 쉽게 서류위조를 통해 체류자격을 합법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불법체류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캐나다와 호주의 경우에는 이민으로 구성된 국가이지만, 상당수 동포들이 불법체류상태로 놓여 있다.

호주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던 윤영곤 국제통상전략연구원장은 "호주의 경우, 한국인 입국이 3개월 무비자로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불법체류자의 성격이 오버스테이(장기체류자)다”며 “이들은 합법적인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노동법에 적용받지 않은 3D업종에 종사하게 돼 저임금에 불법노동자 상태로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 불법체류하는 한인 중 윤락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있어, 현지 동포들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에 따른 피해를 우려했다.

최승현 순천향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불법 체류하는 동포들이 많을수록 현지 주류사회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면서 “그렇게 되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동포들이 현지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며, 이는 전체 동포사회에 피해를 입힐 것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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