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만 번듯한 외국인처우기본법’ 비판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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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번듯한 외국인처우기본법’ 비판 거세
  • 오재범 기자
  • 승인 2007.05.0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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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안 의무조항 적어 실효성 ‘미지수’
  정부 제안으로 신설된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기본법안 내 정책들에 대한 의무조항이 거의 없어, 정부가 법안내용을 실시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졸속법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한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을 분석한 김재련 이민법 전문 변호사는 “법안이 꼭 비단옷을 입은 이빨 빠진 호랑이 같다”며 겉모습만 화려한 법률이라 지적하고 나섰다.

그가 지적한 법안 부분은 △재한외국인 등의 인권옹호를 명시한 제 10조 △재한외국인 사회적응 지원 조항인 제 11조 △결혼이민자 및 그 자녀의 처우에 해당하는 제 12조 △난민처우에 대한 제 14조 △전문외국인력의 처우개선을 명시한 제 16조 등 대부분의 조항을 예로 들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법안 내용 중 마지막에 ‘…노력해야 한다’ 혹은 ‘…할 수 있다’로 끝나는 항목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아무런 지장이 없는‘있으나 마나’한 조항이라는 설명이다.

또, 제 5조에 있는 ‘법무부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5년마다 외국인정책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항에서도 그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5년에 한번씩만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행정편의적 생각이다”며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세부 정책을 심의 결정하는 ‘외국인정책위원회’ 설립에서도 위원장 1인을 포함한 30인 이내의 위원을 구성함에 있어 위원장이 위원을 직접 위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중앙정부의 의지만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운영자들의 편의만 반영한 것”이라 꼬집었다.

그는 또 “실제로 다른 국가의 경우, 대부분의 이민행정은 각 지방자치제가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결혼이민자들은 지자체의 활동이 더 활발하기 때문에 법안 내에 지자체를 포함시켰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안에는 또한 재한외국인, 불법체류외국인 및 귀화자에 관한 실태조사를 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불법체류외국인은 이 법의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조항으로 실태조사를 할 수 있게 한 것은 법안 자체의 미숙함”이며 추후 업무중복으로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그밖에 그는 재한외국인의 범주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제2조에서 ‘결혼이민자’라 함은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한 적이 있거나 혼인관계에 있는 재한외국인을 말한다’와 제 15조 ‘국적 취득한 후 3년이 경과하는 날까지 이 법안의 혜택을 받는다’고 명시해 결혼이민자 중 국적 취득 후 3년을 넘긴 사람은 더 이상 법안 대상자가 되지 않는 것.

그는 법안 대상자인 결혼이민자가 만약 육아활동 등 가족생활 때문에 주어진 기간 동안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라고 반문했다.

김 변호사는 “결국 이 법안은 우리 사회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이 자연스럽게 우리사회에 들어오는 동화가 아닌 무조건적인 통합을 위주로 만들어 졌다”며 “어느 국가의 이민법에도 무조건적인 통합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 박화서 명지대 이민학과 교수는 “호주 결혼 이민자 및 난민의 경우, 호주인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받는다”며 “이민법 자체가 외국인이 호주에 살면 내국인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기본법안은 말그대로 기본적인 사항만 담기 때문에 내용은 큰 의미가 없다”며 “시행령이 만들어 지더라도 각 부처의 업무분장 정도만 들어갈 것이다”고 법안 제정에 의의를 둬 실효성에 더욱 의구심이 가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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