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 앞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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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통과 앞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안'
  • 이현아 기자
  • 승인 2007.04.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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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차별과 인권유린 시정요구

신년 벽두부터 들려온 여수 화재 참사는 감금, 강제 추방 등으로 집약되는 우리 사회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처우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사고 이후, 현재 계류 중인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안(이하 기본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24일 국회 법사위 공청회에 참석한 이혜경(한국이민학회수석부회장, 배제대) 교수는 제출한 자료를 통해 “내국인 노동력의 감소, 시장개방화 등의 내외적인 요소로 인해 2006년 90여만 명으로 국민의 2%에 달했던 국내체류 외국인의 규모가 더욱 증가할 전망”이라고 입안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노동인구의 유입 뿐 아니라 국제결혼 등으로 인한 새로운 형태의 가정이 늘어나면서 결혼 이민자 자녀 등 국내법의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인구 군이 늘어났으며, 이들이 지금껏 폐쇄적으로 유지돼 왔던 한국사회에 불러일으키는 파장이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상황의 필요에 따른 통제와 배제 위주의 재한외국인 관리 정책은 '전체 외국인 근로자 중 불법체류자 80%(2002년 당시)'라는 비정상적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재한외국인에 대한 인권유린 등의 문제는 국제사회에서도 주시하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국제적 위상과 신인도를 제고하는 한편, 국내유입인구를 장기적 국가 동력으로 환원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이 바로 ‘기본법’에 있다.

하지만 ‘기본법’에 대해 정부와 시민단체 등 각 주체들이 부여하는 의미는 다르다. 장기적 세수 및 전문 인력 확보 등 어디까지나 국내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목적으로 국내에 합법적으로 정주 및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에게 적용한다는 이 법안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불법체류 외국인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점이 우선 비판을 받는다.

때문에 애초에 재한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인권유린을 시정하고자 법제정을 촉구해 왔던 시민단체는 이 법안이 충분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지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이 법안이 재한외국인을 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선별적으로 흡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책무만을 규정하고 있다'고 강화명(국제가정지원센터) 소장은 지적했다.

이 법안은 재한외국인이 한국 사회의 문화와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그들의 문화를 폭넓게 수용하는 한국 사회의 책무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 것. 문제의 핵심을 이 사회의 폐쇄적 배타성에서 찾는 시민사회 일각의 판단과, 미래적 가치 창출에 두고 있는 정부의 인식이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날 공청회에 참석한 이규용(한국노동연구원) 위원은 “외국인 정주 및 체류, 노동시장 교란, 복지 등에 따르는 미래적 비용을 편익으로 바꾸어나가는 노력의 일환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기대를 피력했다.
이는 이 법안이 통용되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부수적 효과이다. 그러나 이것이 이 법안의 근본적 목적으로 작용할 때, 애초에 근본적 재한외국인 대상 법안으로 향후 재한외국인 관련 법안의 근거로 작용할 것이라는 본 법안의 취지는 무색해지고 만다.

다문화사회로의 진입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미성숙한 사회적 차별과 그로 인한 갈등을 완화하겠다는 이 법안이 과연 제대로 구실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공청회에 참석한 최병국(한나라당)의원은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본 법안의 도입이 필요하나, 다문화 사회가 가속화될수록 불가피한 문화적 갈등 문제가 불러올 파급효과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최 의원뿐 아니라 참고인들 사이에서도 우리사회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 통합의 한계를 어디까지 둘 것인가 하는 문제 등에 대해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상록(다문화국제학교 설립위원장) 목사는 “이 법안은 아직 재한외국인에 대한 뚜렷한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재한외국인의 인간이 마땅히 가져야 할 기본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의미를 저변에 깔고, 이후 논의를 거쳐 시대적 흐름에 따라 상당히 유동적일 수 있는 정책을 반영할 것”이라며 법안을 지지했다.

또 박화서(명지대학교)교수는 “국제 사회의 틀보다 다문화 사회화 경향이 더 빠르기 때문에 갈등에 대한 우려보다 필요악인 갈등에 대해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기본 틀을 마련할 것”이라며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한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재한외국인의 처우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놓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법무부는 외국인정책 총괄 추진체계 구축을 포함하는 2007추진사업을 지난 2월 발표했다. 세부항목으로 이 추진체계의 근거인‘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을 연내 통과시키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부족하든 넘치든, 우선 이 법안의 통과가 향후 재한외국인 관련 정책의 기초가 될 것은 확실하다. 법안의 추진과 함께, 이를 시행할 구체적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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