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 공격, 그 원인과 전망 및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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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 공격, 그 원인과 전망 및 시나리오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3.10.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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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아랍 무슬림이 보는 하마스의 급습

지난 10월 7일 토요일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비롯한 여타 무장 세력들이 이스라엘 남부의 여러 지역을 기습해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이스라엘 사람들과 외국인들을 납치해 갔다. 국내 일부 언론에서는 시아파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역내 주도권을 갖는 것을 내버려둘 수 없어서 이란이 하마스를 지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충분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하마스의 군사조직인 알깟삼 여단이 이번 급습의 선봉에 섰다는 것이고 하마스뿐만 아니라 사라야 알꾸드스(예루살렘 대대) 등 여타 무장 세력들이 이번 급습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는 아랍 이슬람국가의 공식 성명을 보면 알아즈하르가 하마스의 급습에 가장 적극적으로 옹호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정부는 중간 입장을 대변하는 어휘들을 사용했다. 이집트는 연말에 대선이 예정돼 있고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진행 중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 아랍 연맹의 사무총장을 지낸 아므르 무싸는 이번 하마스의 급습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의 관계 정상화을 중지시키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팔레스타인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팔레스타인 이슈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란 틀 안에서 미국과 협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부 아랍 무슬림들은 하마스가 출구전략이 있었느냐고 아쉬움을 표하면서 이번 전쟁 이후에 가자지구의 주민들이 겪게 될 생활고와 청년들의 실직 등 경제 상황의 악화를 우려했다.   

하마스의 이슬람 저항 운동

이번 사태에 대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사는 주민들과 하마스 등 무장세력들을 구분하고 이번 급습과 상관이 없는(?) 가자지구의 주민들을 제외한 하마스와 여타 무장 세력들을 “적” 또는 “테러리스트”라고 했다. 반면에 아랍 무슬림들은 이스라엘을 “적”과 “시온주의와 그들의 테러”라고 했다.  

이제 하마스가 어떤 집단인지부터 살펴보자. 

팔레스타인의 해방기구(PLO)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려고 이스라엘이 묵인했던 하마스는 이슬람 저항운동(Harakah al-Muqawamah al-Islamiyyah)의 약자인데 그것은 아랍어 세 단어의 첫 자음을 따서 Ha-Maa-s라고 불렀다. 

일부 언론에서는 1973년 10월 6일 욤 키푸르(Yom kippur)라서 휴가를 떠난 이스라엘 군의 방심한 기회를 이용해 이집트 군대가 탱크와 소련제 미사일을 동원한 전쟁을 이번 하마스의 급습과 연결짓기도 했다. 

2023년 10월 7일 토요일 아침 초막절(Feast of Tabernacle) 하마스가 수천발의 로켓포를 폭우처럼 퍼붓고 이스라엘로 물밀듯이 육해공으로 기습한 이번 작전을 ‘뚜판 알악싸(The Flood of al-Aqsa: 알악싸의 홍수)’라고 부르고 있다. 아랍 언론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기사를 보려면 ‘뚜판 알악싸’라고 치면 된다.
 
알악싸라는 단어는 예루살렘에 있는 알악싸 사원에서 연유한 단어다. 알악싸 사원은 이슬람에서 세 번째로 중요한 모스크이고 매주 금요일 무슬림들이 기도하는 곳이다. 

2000년 이스라엘의 전 총리 아리엘 샤론이 알악싸 근처를 방문하는 중에 팔레스타인 무슬림들의 거센 반발과 분노를 샀고 이것을 팔레스타인 무슬림들은 제2의 인티파다(민중봉기)라고 한다. 

2021년 4월 라마단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 경찰과 팔레스타인 시민이 충돌했다. 이번 작전을 하마스가 ‘알악싸 홍수’라고 명명한 것은 무슬림들의 성지 이름을 통해 전 세계 무슬림들이 동참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한때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총리를 지냈고 지금은 하마스의 정치적 리더인 이스마일 하니야는 “우리가 세계에 경고했다. 이번 작전은 피와 불을 볼 것이다. 가자 뿐만 아니라 서안 지역의 팔레스타인 무슬림 그리고 해외 팔레스타인 무슬림이 동참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가자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땅 전체 그리고 이슬람 움마(이슬람 공동체) 전체가 하마스의 대이스라엘 전쟁에 참여해 달라고 촉구했다. 튀니지는 하마스라는 말은 빼고 팔레스타인 국민들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논평을 냈다.  

하마스의 무장세력인 알깟쌈 여단(kata’ib al-Qassam)

2023년 10월 7일은 1973년 10월 전쟁의 50주년에 되는 날이었다. 알깟삼 여단이 창설된지 36년이 되는 해이다. 알깟삼 여단은 미국과 EU와 영국과 이집트가 테러단체로 지목했다. 

언론에서 지난 10월 7일 토요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했다고 하지만 실제 무장 세력을 이끄는 것은 알깟삼 여단(1987년 창설)이다. 이들은 가자 지구에서 저항과 군사적 활동을 수행한다. 이들의 무장 활동으로 2005년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했다. 하마스가 2006년 선거에서 승리한 후 가자지구를 장악했고 그들의 라이벌인 파트흐(Fath: 한국언론에서는 파타흐라고 함)를 2007년 가자지구에서 몰아냈다. 파트흐 운동은 1959년 창설돼 이스라엘의 점령을 종식시키고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세력이다. 파트흐 운동은 야세르 아라파트, 무함마드 야신, 아흐마드 샤끼르 등의 리더십으로 창설됐고 현 팔레스타인 수반인 마흐무드 압바스(아부 마진)도 파트흐 운동의 주요인물이다. 

이슬람 지하드의 군대인 알꾸드스 대대(saraaya al-Quds)와 10여개 군사조직들

가자 지구에는 1981년에 창설된 ‘이슬람 지하드(al-Jihad al-Islami: 이슬람의 칼<sayf al-Islam> 여단으로 불리기도 함)’ 조직이 있고 이들의 군사조직은 1987년에 창설된 알꾸드스 대대(saraaya al-Quds)이다. 이들은 가자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군사력을 갖고 있다. 하마스와 알깟쌈 여단과 가끔 협력하지만 독자적으로 작전을 전개하기도 한다. 

사라야 알꾸드스라는 이름은 2002년에 언론에 알려졌고 2022년에 이들 조직의 요인을 이스라엘이 체포하려고 할 때 이에 대한 대응을 하면서 또 언론에 이름이 등장했다. 

가자지구에는 이밖에도 알나씨르 쌀라흐 알딘 여단(‘alwiya al-Nasir salah al-Din, 시민 저항 위원회의 군사조직, 2000년 창설), 카타입 알안싸르(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의 군사조직, 2007), 카타입 슈하다 알악싸(파트흐 운동의 군사조직), 카타입 아흐마드 아부 알리쉬(파트흐 운동의 군사조직), 카타입 압둘 까디르 알사이니(카타입 슈하다 알악싸에 속하는 무장 세력), 카타입 알무자히딘(카타입 알무자히딘의 한 부대로 시작했으나 이슬람 지하드 운동에 치우쳐 있음. 2006년), 카타입 아부 알리 무쓰따파(팔레스타인 해방 민족 전선의 군사조직, 2000년), 카타입 알무까와마 알와따니야(팔레스타인 해방 민주 전선의 군사조직, 2000년), 자이쉬 알이슬람(2006년 창설), 자이쉬 알움마(2006년), 마즐리스 슈라 알무자히딘(2012년), 알타우히드와 알지하드(안싸르 바이트 마끄디스라고 불리기도 함) 등이 있다. 따라서 이번 이스라엘 급습에는 오로지 하마스만 참여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일부 아랍 신문은 ‘가자의 파싸일’(소규모 군사 집단)이라고 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간의 충돌을 막기 위한 해법

런던 전략연구소장 마으문 판디(Mamoun fandi, 이집트 태생)는 '이스라엘과 역내 혼란'이란 글에서 가자의 봉쇄가 이번 전쟁이 일어난 원인이라고 했다. 수년간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의 봉쇄를 지속했고 이것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삶을 더욱 어렵게 했다고 했다. 이런 봉쇄가 가자에서 경제와 사회 생활의 큰 영향을 주어서 이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봉쇄를 아랍인들은 부도덕과 권력의 오만으로 보는데 이것이 곧 역내 혼란의 주된 원인이라고 했다. 이런 충돌을 해결하려면 팔레스타인들에게 정의가 실현되고 그들만의 국가가 세워지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다. 

‘중동’신문의 편집국장 갓산 샤르빌(Ghassan Charbel)은 이번 충돌의 불씨를 없애려면 우선 먼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독립된 국가에 대한 권리를 주라고 했다. 이것이 아닌 다른 해법은 더 많은 손실을 가져다준다고 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설립되면 이 지역 안정의 열쇠가 된다고 했다.
 
레바논의 외무장관은 이번 하마스의 급습의 원인을 이스라엘의 오만과 팔레스타인 국민의 권리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한다.

최근 아랍 이슬람국가들이 발표한 공식 성명을 읽어보면 알아즈하르는 이번 급습을 적극 지지하면서 시온주의와 그들의 테러에 저항하다가 순교한 팔레스타인 무슬림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점령군 사이에 전례없는 충돌로 번지는 것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하면서 전쟁 확산을 즉시 중지하라고 했다. 이집트 외무성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측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중단해달라고 하면서 자제력을 서로 발휘하기를 요구했다.   

그렇다면 왜 하마스가 이스라엘 땅을 급습했을까?

어느 언론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두 극단 세력이 빚어낸 비극이라고 한다. 이런 시각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오랜 역사를 간과한 표현이라고 본다.

또 다른 언론에서는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의 정정 불안과 중동의 평화무드에 제동을 걸려는 하마스의 계산이라고 했다. 이것은 현재의 정치적 상황의 일부를 대변하고 있다. 

BBC 한국어 신문에서는 100년 묵은 현재 진행형 이슈들을 지목하고 양측이 합의하지 못한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하면서 양측이 서로 동의할 때까지 충돌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한 이유 중에는 현재의 상황을 바꿔보려는 시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아브라함 협약으로 이스라엘이 아랍국가들과 관계개선을 확대해 가면서 하마스는 이런 협약이 이스라엘의 가자에 대한 압력이 강화될 것을 불안해 했다.

둘째, 가자지구 내부의 경제적 위기는 하마스가 일부 아랍 국가로부터의 지원이 즐어들고 있었기 때문인데 이로써 가자지구 주민의 분노가 높아졌다.

셋째, 지난 2년 동안 하마스가 아닌 ‘이슬람 지하드’ 운동이 이스라엘과 대립했는데 하마스가 이런 투쟁에 참여하기를 꺼려하는 것 때문에 하마스가 가자 주민들의 민심을 사지 못했다.
 
넷째, 지난 여름 서안지역 특히 제닌에서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운동의 여러 기지들을 이스라엘 당국이 제거해버린 후에 하마스가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다섯째, 라말라를 중심으로 하는 마흐무드 압바스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국제적으로 대화를 확대해가면서 가자지구에 동떨어져 있는 하마스가 미래에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안정과 팔레스타인 이슈에서 홀대당할 거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 일어날 시나리오 

적어도 지난 2년동안 전쟁 준비를 철저히 했던 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 내부에서 다음과 같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이번 이스라엘의 초동단계 대응 실패는 앞으로 수년간 이스라엘 정부와 군대에게 심리적, 안보적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둘째, 하마스의 급습이 성과가 있었느냐의 여부는 이스라엘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셋째, 전쟁 결과에 상관 없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특히 서안과 가자지구의 상황을 평가하는 일을 맡고 있던 ‘샤바트’(shin bet)에게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또 정보기관에 멈추지 않고 이스라엘 군대의 책임을 물을 텐데, 군 수뇌부에서부터 남부 전선 사령관 그리고 국방부 장관과 고위 장성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넷째, 지금 이스라엘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레바논의 히즈불라(한국언론에서는 헤즈볼라이지만 아랍어 원래 발음은 히즈불라)가 전쟁에 참여하느냐의 여부다. 히즈불라가 레바논 내에서 그들의 입지에 대해 복잡한 셈법을 따져 볼 것이고 만일 히즈불라가 전쟁에 참여하면 제일 먼저 국제사회가 비난의 화살을 이란으로 돌릴 것이다.

우리가 생각해 볼 일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일은 가자지구의 무슬림들이 10여개가 넘은 소규모 군사 집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가자 주민들과 무장 세력이 이스라엘 사람에게 적개심이 많다는 것이다. 

하마스 공격이 있던 다음 날 알렉산드리아에서 2명의 이스라엘 여행객이 길가던 무슬림에게 총에 맞아 살해당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이스라엘에 대해 좋게 말하던 이야기를 분쟁이 일어나는 이슬람 국가나 반 이스라엘 감정이 심한 무슬림들 앞에서는 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에 한국인들이 어느 이슬람 국가에 가서 이슬람을 공부했느냐에 따라 그의 이슬람 성향이 달라지는 것처럼 국내 유학생들이 이슬람 국가들 특히 살라피 운동이 심한 국가나 극단주의 세력과 테러가 잦은 곳으로 유학을 가지 않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