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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아버지와 닮았다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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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9  10: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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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아버지’는 18세기에 돌연 등장한 어휘입니다. 모음조화라면 ‘아바지’가 되어야 하는데 아버지가 먼저 나타난 것도 특이한 일입니다. ‘아바지’는 19세기에 나타납니다. 지가 왜 갑자기 생겨났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습니다. ‘-어지, -아지’가 붙었다고 이야기하는 학자도 있으나 기능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어지, 아지는 주로 대상을 축소할 때 사용하는 접미사이기 때문입니다. ‘강아지, 송아지’라고 할 때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축소사라고도 합니다. 저는 ‘-지’가 외래의 요소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라는 표현은 아무에게나 쓸 수 없는 표현입니다. 당연히 아버지가 한 분인데 아무한테나 쓰지 못하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어머니를 생각해 보면 아버지가 얼마나 특이한지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니라고 부르는 사람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시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르죠. 하지만 시아버지는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아버님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학부모를 선생님이 부를 때도 어머니라고 할 수 있지만 아버지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좀 다른 느낌입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라면 잘 부르지 않는 호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자신의 아버지도 아빠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서 아버지라는 호칭은 극히 드물게 들립니다. 나이를 먹은 사람도 이제 점점 아버지 대신에 아빠라고 부릅니다. 이러다가 아버지라는 호칭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저는 어려서부터 아빠라고 부른 기억이 없습니다. 아빠라는 말에서 정이 훨씬 느껴질 때도 있어서 가끔은 아쉽기도 합니다. 이제 제가 아빠라고 부를 일은 정말 없겠죠.

아버지라는 호칭이 특별하게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종교에서 그렇습니다. 기독교에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저는 참 특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아버지라는 호칭은 함부로 부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에서 놀라움을 느낍니다. 아버지라는 단어에는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아버지는 유일한 느낌이 있기도 합니다. 물론 어머니나 엄마라는 말에서 훨씬 더 감정의 울림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저는 제 아들의 아버지입니다. 또한 제 아버지의 아들이기도 합니다. 아들로도 살아보고, 아버지로도 살아보니 즐거움과 안타까움이 스치며 웃음이 나기도 하고 상처가 나기도 합니다. 어릴 때는 아버지와 닮았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특히 겉모습은 많이 다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목소리나 식성, 걸음걸이 등은 비슷해도 말입니다. 제 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저와 많이 닮았다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 아이들도 아마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겁니다. 자식이 부모를 반씩 닮았으니 완전한 일치는 어렵겠죠.

어떤 광고에서 몇 십 년 뒤의 모습으로 자신을 분장해 보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즐겁게 촬영하던 사람들이 나중에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감동적인 장면이 많이 나왔습니다. 남자 중 몇 명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 분장한 모습에서 아버지 모습이 보여요.’ 아들이 아버지처럼 나이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어머니와 딸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저도 요즘 사진을 찍어보면 제 사진에서 아버지가 보입니다. 약간 멀리서 찍거나 흐린 곳에서 찍은 사진에는 아버지가 더 잘 보입니다. 물론 지금의 아버지가 아니라 예전에 내가 어릴 때 보았던 아버지 말입니다. ‘그 때 참 힘드셨겠구나.’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돕니다. 아버지께 더 자주 연락을 드려야겠습니다. 저도 좋은 아버지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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