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신문
편집 : 2019.5.18 토 20:19
오피니언
[우리말로 깨닫다] 새해에는 재미있게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12.27  11:42:0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재미’의 어원은 무엇일까요? 어릴 때 어른의 말씀에서 재미를 ‘자미’라고 표현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미가 좋다든지, 자미 있게 놀라는 말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재미’와 ‘재미있게’를 달리 쓴 것이겠죠. 저는 자미가 재미의 사투리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재미의 어원을 찾으려면 자미와의 관계부터 살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자미를 찾으면 한자어가 등장합니다. 즉, 자미(滋味)는 ‘재미의 잘못’이라고 나옵니다. 재미가 자미에서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는 재미를 자미라고 하면 틀린다는 해석입니다.

어원적으로 보면 재미는 순 우리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한자어 자미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자미는 ‘영양분이 많고 맛있는 음식’이라는 뜻입니다. 재미가 있다는 말은 이렇게 맛이 있다는 말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興味)도 비슷하죠. 흥미도 내 속에서 일어나는 맛입니다. 재미와 흥미는 모두 맛에서 온 말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맛있는 게 좋은 겁니다.

우리는 보통 사는 재미라고도 하고, 사는 맛이라고도 합니다. 재미가 맛의 의미로도 그대로 쓰이는 겁니다. 우리가 세상을 사는 것을 ‘살다, 보내다, 지내다’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이 말에는 즐거움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는 것은 살아 있는 것이고, 보내는 것은 떠나게 하는 것이고, 지내는 것은 지나가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가능하면 사는 재미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는 맛을 느끼면서 살면 좋겠습니다. 모든 일에 기뻐하라는 말, 작은 일에도 감사하라는 말은 사는 재미를 느끼라는 말이 아닐까요?

재미가 어원적으로 맛과 관련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생각할 점을 줍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도 있지만, 단맛만 좋은 게 아닙니다. 좋은 맛은 단맛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단맛만 좋은 것인 줄 알고 단맛을 찾지만 쓴맛도 맛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죠. 쓴맛도 익숙해지면 맛있습니다. 오히려 단맛보다 쓴맛이 귀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커피에 설탕을 넣겠냐고 물으면 손사래를 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힘든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서 고생이라고 하지만, 힘든 일이 주는 쾌감도 있습니다. 일부러 높고 험한 산을 찾아 오릅니다. 거기에 산이 있으니까 라는 싱거운 말을 하면서 말이죠.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42.195 킬로미터를 뜁니다. ‘벌’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아무튼 쓴맛도 맛있는 겁니다.

맛은 다양합니다. 음식마다 다릅니다. 단맛도 하나가 아닙니다. 달달하고, 달콤합니다. 어떤 때는 너무 달아서 별로일 때도 있죠. 쓴맛도 하나가 아닙니다. 짠맛, 신맛, 매운맛도 하나가 아닙니다. 음식에 따라 감칠맛이 나기도 하고, 얼얼한 맛이 나기도 합니다. 과일의 단맛이 다르고, 밥의 단맛이 다릅니다. 그래서 밥을 먹고 과일도 먹겠죠. 모든 맛이 같다면 여러 가지를 맛보고 경험할 이유도 없을 겁니다.

사는 재미가 없다는 말을 사는 낙이 없다고도 합니다. ‘낙(樂)’은 즐거움이라는 뜻이죠.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재미가 없다는 말도 합니다. 어쩌면 이 말은 사실일 겁니다. 나이가 적을수록 말초적인 즐거움이 많습니다. 몸과 마음이 자라야 하니 영양분도 많이 필요하겠죠. 자미(滋味)라는 말에서 영양분이 많은 음식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영양이 필요한 사람에게 영양분이 많은 음식은 즐거움이 될 겁니다. 음식뿐만이 아니죠. 여러 가지 배울 일이 많은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물론 배우는 게 싫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건 배우고 싶지 않은 것을 배우기 때문일 겁니다. 배우고 싶은 걸 배우면 재미있습니다.

저는 재미라는 말에서 다양성을 봅니다. 어린 시절의 재미와 나이가 들어서의 재미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육체를 자라게 하는 재미와 육체를 유지하는 재미가 다릅니다. 배우는 재미도 나이에 따라 다릅니다. 재미가 있어야 낙이 생깁니다. 재미있는 일은 찾아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재미에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저도 재미있게 살고 싶습니다. 새해에도 이왕이면 살맛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재미있게 지내세요.
 

< 저작권자 © 재외동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기사]

조현용 교수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
[역사산책] 세종대왕과 단군세기의 특별한...
2
블록체인 기반 차량호출서비스 ‘타다’ 캄...
3
애틀랜타서 ‘대구-애틀랜타 문화 교류 미...
4
쿠웨이트 평통 제7회 통일골든벨 대회 개...
5
민주평통 ‘2019 세계여성위원 컨퍼런스...
6
대한장기연맹 아르헨티나지회 발족
7
애틀랜타서 ‘제9회 마스터 김 태권도 대...
8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열...
9
캄보디아 · 미얀마에서 우리 농식품 로드...
10
[기고] 2차 미중 무역전쟁을 바라보며
오피니언
[역사산책] 세종대왕과 단군세기의 특별한 만남
세종장헌대왕 실록 제1권, 즉위년(1418년) 기사“세종장헌대왕의 휘는 도(祹)요, 자는
[법률칼럼] 미등록 이주아동과 출생신고 (2)
그런데 위와 같이 미등록 이주아동들이 계속 발생하는 상황을 방치한다는 것은, 한국
[우리말로 깨닫다] 엄마, 어머니, 엄마
철이 든다는 의미를 설명하는 글을 읽다가 아빠를 아버지라고 부를 때 철이 드는 게
한인회ㆍ단체 소식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03173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30, 711호(내수동, 대우빌딩)  (주)재외동포신문사 The overseas Korean Newspaper Co.,Ltd. | Tel 02-739-5910 | Fax 02-739-5914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아00129 | 등록일자: 2005.11.11 | 발행인: 이형모 | 편집인: 이명순  | 청소년보호책임자: 이명순 
Copyright 2011 재외동포신문. The Korean Dongpo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ongpo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