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부리지 말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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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부리지 말아야 할 것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8.10.2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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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부리다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시키는 겁니다. 소를 부리고, 종을 부립니다. 일을 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로 마음대로 조종하는 느낌을 줍니다. 소나 종이나 주인의 뜻을 따르지 않기는 어렵겠죠. 다른 의미는 나타내 보이는 겁니다. 마술을 부리기도 하고 성질을 부리기도 합니다. 마술을 보이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담겨있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쪽같이 속이려는 의지가 담겨있을 겁니다. 하지만 성질을 부리는 것은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참지 못해서 드러나게 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행위 중에서도 나쁜 행위에 주로 부리다라는 말을 쓰는 것은 참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제일 많이 부리는 것은 아마도 욕심이 아닐까 합니다. 먹는 것에도 욕심을 부리고, 돈에도 욕심을 부립니다. 다 먹지도 못하면서 뷔페에 가면 접시마다 한 가득입니다. 예전에는 어른들은 이승에서 남긴 음식은 저 세상에 다 쌓여있어서 저승에 가면 다 먹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마 우리는 저승에서 먹어야 할 음식이 엄청나게 많을 수 있겠습니다. 저승에서 먹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요.

돈 욕심도 심각하지요. 주변에 사람이 굶고 있는데 은행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인디언 지도자의 주장이 생각이 납니다. 주변에 굶는 사람이 있는데 은행에 저금을 하는 것이 온당한가에 대한 주장은 지금도 생각할 점을 줍니다. 돈을 은행에 쌓아두지 말고, 주변 사람의 마음에 쌓아두는 것이 진리일 겁니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말은 베풀어야 한다는 말을 달리 표현한 게 아닐까요? 욕심은 다른 사람의 것을 뺐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자주 부리는 것에는 성질도 있습니다. 작은 일에도 날카로워져서 성질을 냅니다. 성질(性質)이라는 말은 원래 나쁜 말이 아닙니다. 사람이 원래 지니고 있는 본바탕을 성질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우리의 본바탕이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그런데 성질과 함께 쓰는 말을 보면 매우 부정적입니다. 성질이 괴팍하다든지 성질이 고약하다는 말을 합니다. 성질이 좋다는 말이나 성질이 착하다는 표현은 잘 쓰지 않습니다. 아마도 성질을 억지로 드러내거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밖으로 사용하는 것은 좋은 의미는 아닌 듯합니다. 성질을 내는 것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 참지 못하고 성질을 내게 될까요? 내 숨은 본성을 드러내게 될까요? 우리가 부리는 것 중에는 내가 못 참아서 일어나는 일이 많습니다. 못 참으면 나도 다치고, 남도 다칩니다. 상처투성이입니다.

심술을 부리는 것은 어떤가요? 심술(心術)이라는 말도 원래 나쁜 뜻은 아닐 겁니다. 마음이 보이는 기술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면 온당하지 않게 고집을 부리는 마음이나 남을 골리기 좋아하거나 남이 안 되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마음의 기술이 심술이라니 씁쓸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보여주는 기술이 심술밖에 없을까요? 남을 괴롭히는 것이 기술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부리는 것 중에 아주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얄미운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꾀를 부리다가 그렇습니다. 함께 일을 하는데 한 사람이 요령을 피우면 다른 사람이 더 힘들어집니다. ‘꾀’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내가 꾀를 부리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 있습니다. 꾀를 좋은 방향으로 써야겠습니다. 멋을 부리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지요?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것이니 좋게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멋을 부리느라 내실이 약해진다면 좋게 볼 수만은 없을 겁니다. 겉멋이 종종 위험할 때도 있습니다.

살면서 내가 부리고 있는 게 무언가 생각해 봅니다. 내가 감당해야 할 짐을 남에게 부리고, 나는 내 욕심을 부리고, 괜한 성질을 부리고, 심술을 부리고, 겉멋에 꾀를 부리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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