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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두루봉과 두리봉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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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4  17: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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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두루봉>은 한자로 ‘주봉(周峰)’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우리말 <두루>에 해당하는 한자 ‘주(周)’를 붙여서 만든 이름으로 보입니다. 순 우리말 지명을 한자로 바꿀 때 어원까지 따지기보다는 그 단어에 해당하는 한자를 붙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엉뚱한 한자가 붙게 되는 예도 많습니다. 주봉은 ‘주(周)’의 해석이 ‘두루 주’였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바꾼 이름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어원적으로 자세히 살펴본다면 이야깃거리가 아주 많습니다.

<두루봉>은 <두리봉>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의 ‘두루’나 ‘두리’는 크게 두 가지 뜻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나는 둥글다는 의미입니다. ‘두렵다’가 중세국어에서는 둥글다는 의미였습니다. 둘레, 두르다 등의 어휘를 생각해 보면 ‘둥글다’의 의미를 추론할 수 있을 겁니다. 두렵다는 둥글다 외에도 완전하다의 뜻도 있어서 주목됩니다. 주변에서 보면 둥글다가 완전함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루’가 쓰이는 ‘두루뭉술하다’ 등의 예를 보면 두루는 보편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두리번거리다. 둘러보다 등에서 여러 곳으로 이어져 있는 느낌도 있습니다. 만약 두루봉, 두리봉의 모습이 둥글다면 둥근 산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여러 봉우리가 잇닿아 있다면 두루두루 있는 산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한편 두리다의 다른 의미로는 무섭다가 있습니다. 중세국어에서 이 말이 두렵다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두렵다는 말은 현재도 쓰이는 말이죠. 역시 무섭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산세가 험한 경우라면 두리봉이 무섭다의 뜻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산의 모양이 어떠냐에 따라 어원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실제로 두루봉, 두리봉은 전국에 걸쳐 나타납니다. 서로 기원이 다른 어휘일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두리봉과 비슷한 두리산(豆里山)은 두류산(頭流山)으로 표기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두류산은 보통 백두에서 흘러내려온 산으로 해석합니다. 이 해석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주로 높고 험한 산인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두류산은 지리산(智異山)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조식 선생의 시조를 보면 ‘두류산 양단수를’로 시작하는데 이때 나오는 지명 두류산이 바로 지리산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지리산 역시 두루봉의 일종으로도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두류산이라는 지명도 여러 곳에 나타나는데 주로 산이 험한 경우가 많습니다.

두루가 들어가는 말로는 ‘족두리’와 ‘두루미’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족두리에서 두리는 머리라는 의미로 생각하거나 둥글다의 의미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족두리의 아래 부분이 둥글다는 점에서는 둥글다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머리에 쓰는 물건이라는 점에서는 머리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서정범 교수님의 경우는 고개를 젓는 유아어인 ‘도리도리’ 등과 연계하여 족두리의 ‘두리’를 ‘머리’의 의미로 보았습니다.

두루미의 경우는 ‘두루 + 미’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미는 새의 의미로 추론이 가능합니다. 올빼미 등의 있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새로 ‘매’도 같은 어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본어에서도 ‘-me’가 들어가면 새의 이름이 많습니다. 카모메(갈매기), 쓰바메(제비) 등이 예입니다. 우리말에서 두루미와 비슷한 새인 황새의 경우 ‘한새’에서 온 말로 한은 크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두루미의 두루도 크다의 의미로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두루봉과 두리봉은 어떤 의미일까요? 가능성을 몇 가지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둥글다의 의미입니다. 아마 봉우리가 둥글다면 여기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둘째는 두렵다의 의미입니다. 높고 험준한 산이라면 무서운 산이라는 표현이 가능했을 것으로 봅니다. 세 번째는 머리라는 의미로 보는 것입니다. 보통 산의 꼭대기, 정상을 표현할 때 ‘산머리, 산마루’라고 하므로 두리를 머리로 보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실제로 한자로 표현할 때 두류산은 머리 두(頭)를 씁니다. 물론 백두(白頭)의 경우에도 두(頭)가 나타납니다. 네 번째로는 지금 한자가 보여주듯이 두루의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 산이 잇따라 있는 곳이라면 두루봉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두루봉과 두리봉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 우리나라의 지명을 찾아보았습니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지명도 찾아보았으나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몇 권의 고어사전과 어원사전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결과를 추출하였습니다. 다른 언어와의 엄밀한 비교, 방언의 요소를 더 찾아본다면 명확히 두루봉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직접 두루봉에 가서 본다면 어원이 눈앞에 확 다가올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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