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한국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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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한국인은 누구인가?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5.12.0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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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국제교육원 원장)
 한국인에 대해서 글을 쓸 때 ‘한국인’과 ‘한민족’의 구별이 참 어렵다. 혹자는 뭐가 어렵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한국인이 곧 한민족이 아니냐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겠다. 전에는 나도 그랬다. 한국인이나 한민족이나 아무 용어를 써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한국인이라는 국가 개념의 용어와 한민족이라는 민족 개념의 용어에 차이를 두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특징하고 한민족의 특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인에는 속하지만 한민족에는 속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한민족에는 속하지만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도 많다. 많은 경우에 재외동포는 한국인이 아니다. 중국인이고 미국인이고 일본인이다.

 하지만 재외동포들에게 물어보면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용어가 혼란스럽다. 어떤 때 조선족의 경우는 자신을 중국 사람이라고 말한다. 고려인들도 자신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사람이라고 말한다. 당연한 대답이다.

 사실 한국 사람이라는 말은 국가의 개념이다. 그래서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재외동포는 앞에 ‘한국계’라는 말이 붙어야 한다. 미국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재외동포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일본 국적을 갖고 있는 우리 민족 사람도 한국계 일본인이라고 불러야 한다.

 지금은 해외에 있는 한민족을 부르는 명칭도 다양하다. 미주 지역은 ‘한인’이라고 부른다. 일본 지역은 ‘재일교포’라고 부른다. 중국은 ‘조선족’이라고 부르고, 러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국가의 재외동포는 ‘고려인’이라고 부른다. 예외적으로 사할린 동포는 ‘한인’이라고도 한다.

 반면에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은 한민족은 아니지만 한국인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원 민족이나 국가를 표현하는 게 좋다. 중국계 한국인, 베트남계 한국인 등과 같이 표현할 수 있겠다. 다문화 가정, 결혼 이민자 또는 다양한 이유의 이민자에게 알맞은 호칭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재외동포와 해외 입양인에게도 어떻게 호칭을 하고, 지칭을 해야 할지 고민하여야 한다. 하지만 한국인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또한 한민족의 범위도 넓게 보는 게 좋다. 그래야 차별이 사라진다. 민족의 개념도 엄밀함보다는 열려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한국인과 한민족의 개념을 열어놓았을 때도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기준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한국인이나 한민족의 범주를 정할 것인가? 같은 범주에 들어오려면 공통점이 필요하다.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서로가 동질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비슷한 모습이라고 하더라도 전혀 다른 사고를 하고 있으면 한국인이나 한민족의 개념에 포함시키기 어렵다. 그야말로 겉만 한국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동질성의 가장 기준이 되는 것은 언어이다. 문화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정확히 구분하기도 어렵고 너무도 다양해서 무엇이라고 설명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한국인, 한민족의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재외동포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재외동포와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또한 한국에 살면서 한국어를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선뜻 한국인이라는 말이 안 나온다. 국적과 민족은 단순히 서류나 핏줄의 문제가 아니다. 감정의 문제고, 동질감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