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언어(言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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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언어(言語)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5.11.1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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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가두는 생각

▲ 조현용(경희대 교수, 국제교육원 원장)
  박성배 선생님께서 사람 간의 의사소통을 막는 도구로 언어를 이야기 하셨을 때, 약간의 반발이 꿈틀거렸습니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닌가, 언어를 통해서 더 큰 나눔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언어가 논리가 되고, 그 논리는 죽을 때까지 변하기 어렵다는 말씀은 언어 속에 갇힌 우리에 대해서 더 생각해 보게 하였습니다. 언어가 감옥이 되는 것이죠. 사고의 감옥, 소통의 감옥.

  불교의 선에서 제일 첫 번째 중요한 것이 ‘침묵’이라는 이야기를 하셨을 때, 언어가 나를 가두고 있는 세계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언어를 사용하면 능력, 지혜의 대부분이 사라지고 만다는 말씀은 침묵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언어학을 공부할 때, 한 선배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언어학은 왜 공부하는가? ‘법을 공부하는 이유는 법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고, 언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언어가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궤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꾸 그 질문이 생각이 납니다. 언어를 통해서 사고가 얼마나 제한되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언어로 규정짓고, 그 언어로 다시 나를 얽어맵니다. 무지개를 일곱 색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언어가 만들어 놓은 감옥입니다. 우리는 언어가 규정해 놓은 대로 사과가 당연히 빨간 색이라고 생각하고, 의사나 운전수는 왠지 남자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하늘색은 푸른색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왜 밤에도 하고 있을까요?

  침묵은 언어와의 단절을 줍니다. 하지만 진정한 침묵은 언어로 생각하는 것도 끊어야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언어로 정의내리고, 비교하고, 판단하였던 세상을 언어가 아닌 무엇으로 다시 다가가 보는 것입니다.

  침묵을 통해서 그동안 언어의 감옥 속에서 놓쳐버렸을지도 모르는 아름다운 그리움들을 되살려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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