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우리말 의태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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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우리말 의태어의 비밀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5.12.0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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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국제교육원 원장)
의성어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소리와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 소리에 최대한 비슷하게 표현한다. 우리는 의성어를 보면 원래 소리와의 연관성을 생각해 본다. 가끔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러기는 ‘기럭기럭’ 하는가? 어떤 말은 의태어인지 의성어인지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통통 튀다’는 의성어인가, 의태어인가? ‘펄럭’은 어떤가?

 우리는 의태어와 구체명사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순하게 말해서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출렁’과 연관성이 있는 말은 무언가? ‘살금’과 연관 있는 말은 무언가? 연관되는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면 의태어의 어원에 대해서 고민해 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의태어는 연관성이 명확해 보인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팔팔’은 힘이 ‘팔팔하다’라고 할 때 주로 쓰는 의태 표현인데 이것은 두 팔과 관련이 된다. 보통 자신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나타낼 때는 두 팔을 들어 힘을 주어 보인다. 알통을 보이면서 자신의 힘을 나타낸다. ‘팔팔’의 핵심은 팔이다. ‘발발’ 거리다 발과 관련이 된다. ‘발발이’는 발을 빠르게 움직이면서 돌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개 중에도 발발이가 있다. 이런 모습을 빗대어 사람에게도 발발거리고 돌아다닌다는 말을 한다.

 ‘턱턱’은 숨과 관련하여 쓴다. 숨이 턱턱 막힌다는 말은 숨이 턱까지 찬다는 말과 관련이 있다. 턱을 손으로 잡아보면 금방 그 느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의태어는 구체적인 상황과 관련을 맺는다. 예를 들어 유아어 중에 ‘코 하고 자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말은 가벼이 코를 골며 자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의태어가 구체적인 상황과 연관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을까 한다.

 ‘쑥쑥’은 무엇이 생각나는가? 쑥이 자라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쑥대밭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며칠만 돌아보지 않으면 엉망이 되고 모두 쑥밭으로 변해 버리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쑥밭이 되었다’고도 표현한다. ‘죽죽 자란다’는 말에서도 ‘죽’이 대나무[竹]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비 온 뒤 대나무는 몰라보게 빨리 자란다. 의태어가 한자어와 관련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발을 동동 구르다’의 경우에 ‘동동(動動)’도 한자로 볼 수 있다.

 ‘줄줄’의 경우는 어떤가? 줄줄은 ‘줄’과의 관련성이 명확해 보인다. 비가 줄줄 온다고 표현하는 것은 내리는 모습이 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의태어도 일종의 비유인 경우가 많다. 논란의 여지는 있어 보이지만 ‘대롱’과 ‘대롱대롱’의 연관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롱은 ‘가는 대나무의 토막’인데, 이게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비유적으로 ‘대롱대롱’이라고 표현했을 수 있는 것이다. 

 의태어는 구체적인 명사와 관련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잘 살펴보면 더 많은 비밀을 풀 수 있을 게다. 의태어와 명사 간의 연관성을 발견한다면 학생들에게 더 쉽고 재미있게 의태어를 가르칠 수 있다. 주변의 의태어를 만날 때면 늘 관련된 명사를 찾고 그 연관성을 궁금해 한다면 많은 수수께끼를 풀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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