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용의 우리말로 깨닫다] 값어치 있는 삶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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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의 우리말로 깨닫다] 값어치 있는 삶이란?
  • 조현용 경희대 교수
  • 승인 2013.04.2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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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어치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삶을 값어치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 해답의 실마리는 ‘값어치’라는 단어에 있다. ‘어치’는 ‘그 가격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백 원 어치, 만 원 어치는 각각 그 값 정도의 가치라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과일 만 원 어치’라고 하면 만 원에 해당하는 과일을 사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우리는 종종 값어치 있다는 말을 비싸다는 의미처럼 사용한다. 하지만 ‘값어치’라는 말은 사실상 그 값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의미일 뿐이다.

우리말에 ‘값어치를 하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 표현은 비싸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지불한 값에 해당하는 품질을 갖고 있다는 뜻이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물건을 살 때, 그것이 값에 맞는 물건이기를 바란다. 물론 산 가격보다 가치가 더 높으면 좋겠지만 그 가격에 맞기만 해도 좋다는 생각이 이 표현에 담겨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건이 제 값을 못하면 바가지를 썼다든지, 속았다든지 하며 화를 내게 된다. 사람에게도 값어치를 한다는 말을 쓸 수 있다. 자신의 몸값을 제대로 해 내는 운동선수에게는 칭찬으로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미루어 볼 때 ‘값어치가 있다.’라는 말도 본질적으로는 비싸다는 의미보다는 그 물건은 그 값에 맞는다는 의미가 된다. 즉, 본래의 가치만 잘 담고 있어도 좋은 물건이 되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본래 지니고 있는 가치만 잘 발견하고 그대로만 살아도 훌륭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잘 모르고 비싸 보이려고 겉치장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경우에는 떠들썩한 ‘빈 수레’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또한 자신이 가진 가치도 모른 채 한탄하며 사는 사람은 정말로 자신의 ‘값’을 하나도 못 나타내는 사람이기 때문에 ‘값어치가 없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진정한 의미에서 불쌍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받고 있는 대우에 대해서 불만스러워 한다. 반면에 다른 사람을 보면서는 ‘월급이 아깝다’는 말을 쉽게 한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들도 나를 보면서 똑 같은 말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내 월급에 맞는 일을 하고 있는가? 나는 정말 그 값어치가 되는가? 내가 다른 직장으로 옮길 때 받을 수 있는 월급이 내 가치라는 말이 새삼 다가온다. 다른 직장으로 가면 받아주기는 할까?

값어치 있는 삶은 다른 사람을 따라하고, 부러워하고, 그렇게 되지 못해 아쉬워하는 삶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에 맞고, 그 능력을 잘 발휘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따라서 값어치 있는 인생을 살려면 우선 자신의 값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생각해 보라. 스스로의 가치는 얼마인가? 나는 값이 얼마나 나가는 존재인가? 그리고 그 값에 맞는 삶을 살고 있는가?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잘 모른다. 어떨 때는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어떨 때는 지나치게 과소평가한다. 자신의 가치에 맞게 산다는 것은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내 값어치는 내가 갖고 있는 재능이기도 하다. 우리는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남과 다른 자신의 재능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쓰는지는 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내 재능을 잘 사용하고 있다면 나는 그 값에 맞게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내 재능이 필요한 곳을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말은 뛰어난 능력이 있는 사람이 꼭 값어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저마다의 재능을 세상을 위해서 귀하게 사용하면 누구나 값어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글=조현용 경희대 교수/한국어 교육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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