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용의 우리말로 깨닫다] 한국어로 부른 애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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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의 우리말로 깨닫다] 한국어로 부른 애국가
  • 조현용 경희대 교수
  • 승인 2013.03.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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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조현용(사진)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부원장(문학박사·경희대 교육대학원 한국어교육 전공 주임교수)은 그동안 한국어교육 현장에서 우리말을 연구하며 깨달은 내용들을 본지 기고(코너명: ‘우리말로 깨닫다’)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한글·한국어에 관심 있는 재외동포들과 함께 나누기로 했다. 그는 재외동포와 외국인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데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경희대 국제교육원에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어로 부른 애국가

애국가는 나라를 사랑하는 노래이다. 나라를 사랑하며 불러야 하는 노래이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애국심을 가지고 애국가를 부르는 경우도 적고, 애국가를 부르면 애국심이 뭉클하게 생겨나는 경우도 많지 않다. 애국가는 형식적으로 부르게 되는 노래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저 행사곡의 느낌이 많다. 그렇다면 애국가가 뜨겁게 가슴에 다가온 경험은 어떤 때인가?

애국가가 나라 사랑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는 주로 스포츠 경기에서다. 국가대표간의 경기를 앞두고 울려 퍼지는 애국가 소리는 우리의 심장을 두들기는 듯하다. 우리가 하나임을 느끼게 하는 순간인 것이다. 또한 올림픽 등에서 금메달을 딴 후 시상대에서 울려 퍼지는 애국가도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온갖 어려움을 넘어 시상대 맨 윗자리에 오른 선수들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보통 선수들의 눈가에도 눈물이 흐른다.

내 경우에 애국가가 감동적이었던 경험은 주로 외국에서 애국가를 들었을 때다. 특히 외국에서 한국어교사들을 위한 연수회에서 특강을 할 때 듣는 애국가는 다른 어떤 순간보다 가슴이 벅차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어교사의 연수회에 가서 직접 느껴 보라. 지역에 따라 특색도 있다. 이민의 역사가 오랜 곳일수록 가슴이 뜨거워진다. 어려운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동포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늘 감동적이다.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동남아, 유럽, 중국, 구소련 지역의 연수회 모습이 눈앞에 또렷이 떠오른다. 같이 특강을 갔던 교수들의 눈에도 늘 눈물이 맺혔었다. 얼마나 타국에서 외로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포기하고 싶은 시간들이 많았을까? 타국에서의 애국가는 마치 아리랑을 듣는 듯한 감동을 준다.

지난 17일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 피겨 선수권 여자 싱글 경기 시상식에서는 특별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김연아 선수가 우승을 하였기에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것이라 기대는 하고 있었으나 캐나다의 현지 합창단이 직접 한국어로 애국가를 부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다. 보통 우승자의 국가를 녹음된 음악으로 트는 것이 일반적임을 생각해 볼 때 캐나다 주최측의 정성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데는 아이디어와 정성이 필요함을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우승할 만한 선수의 국가를 오랜 시간 연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알지도 못하는 언어는 더 어려웠을 것이다. 캐나다 합창단 단원들에게 한국어가 친숙해졌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졌다면 더 좋고.

캐나다 합창단이 부른 애국가는 비교적 발음이 또렷하였다. 한 자 한 자 정확한 입모양과 발음에서 합창단의 연습량과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한국어의 발음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한국어 발음이 너무 어렵다고 불평하던 외국인 제자들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캐나다 합창단의 애국가를 한국어 교육 자료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외동포를 가르치시는 선생님들도 꼭 교육 자료로 활용해 보시라.

시상식 후 캐나다 교포를 비롯한 많은 재외동포들이 ‘한국어로 부른 애국가’를 듣고 가슴이 뭉클해졌다는 기사들을 접할 수 있었다. 사실 텔레비전을 보는 나도 눈가가 뜨거워짐을 느꼈었다. 하물며 캐나다 현지에서 그 장면을 마주한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이국땅에서 동포도 아닌 사람들이 한국어로 우리의 국가를 불러준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동안의 외로움은 해소되고, 조국에 대한 깊은 자부심이 생겼을 것이다. 앞으로 애국가를 부를 때면 한동안 캐나다에서 ‘한국어로 부른 애국가’가 생각날 것이다.

[조현용 경희대학교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