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게모니 퇴조… 동북아, 권력경쟁 중심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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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헤게모니 퇴조… 동북아, 권력경쟁 중심 무대”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3.02.2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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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훈 극동문제연구소장 “동북아 정치, 파국 자처하는 양상”

현 시기는 미국 헤게모니의 가파른 퇴조에 맞닿아 새로운 잠재적 헤게모니 권력이 급부상하는 이른바 ‘헤게모니 이행기’에 속하고, 그 권력경쟁의 중심 무대는 다름 아닌 ‘동북아 지역’이며 현재 동북아 지역정치는 ‘파국’을 자처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수훈(사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중동 지역 정세가 불안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나면 세계 어느 지역도 동북아와 같이 국가주의와 민족주의, 그리고 안보, 적, 방위 같은 군사전략적 어휘가 사회 전반에 위력적으로 작동하는 곳이 없다”며, “동북아지역은 헤게모니 이행기의 정치를 펼치는 주역들이 이해관계를 관철해야 하는 ‘전략적 공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국제정치학회(회장 이호철)와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28일 오전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요국의 한반도 정책과 새 정부의 대외정책 과제’란 주제로 공동주최한 기획학술회의에서 이수훈 소장은 ‘헤게모니 퇴조와 동북아 지역정치’란 제목의 대표발제를 진행했다.

이 소장은 길핀(Robert Gilpin)이 언급한 미국 헤게모니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3요소, 달러의 국제적 지위, 핵 우위, 초국적 기업 영향력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오바마 정부는 대공황에 버금가는 2008년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집권하면서, 부시 정부와는 다른 ‘축소의 정치’를 펼쳤다. 이는 세계 여러 지역들에 대한 공약의 축소, 이라크전 철군 완료, 동맹 네트워크 강화, 다자간 협력주의 제고, 아시아로의 선회 등으로 구체화됐다.

이 소장은 “심각한 재정적자로 인해 오바마 행정부 들어 국방비 삭감이 일어났고, 2012년 초에는 향후 10년간 4,879억 달러의 국방비 감축을 골자로 하는 ‘신국방전략’이 발표됐다”며, “이는 헤게모니 퇴조관리 정치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전략이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 기적이라는 담론 중심에 있었던 일본을 중국이 대체하며 새로운 도전 권력이 됐다”며, “지난 30여년간 중국은 미국 헤게모니 퇴조와는 반비례적으로 상대적 권력을 확장해왔다”고 강조했다.

▲ 한국국제정치학회(회장 이호철)와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는 28일 오전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요국의 한반도 정책과 새 정부의 대외정책 과제’란 주제로 기획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 헤게모니의 새로운 도전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의 공식적 대외전략은 ‘평화발전’과 ‘조화세계’라는 두 관념으로 축약된다. 시진핑 부주석은 2012년 7월 세계평화포럼 개막연설에서 “선진국이 되어도 결코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물론 이는 정치적 수사로 볼 수도 있지만 향후 10년 동안의 중국 대외노선을 예견할 수 있는 단초인 측면도 없지 않다.

이 소장은 “동북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헤게모니) 이행의 정치는 매우 장기적이고 점진적일 수밖에 없고, 실질적인 ‘권력경쟁’ 못지않게 ‘담론 투쟁’의 성격을 띨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북한 핵실험을 비롯한 핵문제에 대한 국제적 대응책을 놓고도 미-중간에 상당한 밀고 당기기가 있었을 뿐 실질적인 행동이 없었다는 것이 이를 설명한다.

▲ 한국국제정치학회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주최한 이날 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주요 국가들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더불어 박근혜 새 정부가 맞게 될 기회와 도전의 변수들을 다양한 각도로 제시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윌러스틴(Immanuel M. Wallerstein)의 세계체제론(World system theory)에 등장하는 ‘헤게모니 순환’ 개념을 중심으로 동북아 지역정치를 분석한 이수훈 소장은 “2013년 벽두에 진단해보는 동북아 지역 상황은 결코 낙관을 불허할 정도로 불안하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들이 하나의 패턴을 만들고, 또 그것이 일정한 궤도를 구조화한다면 동북아의 미래는 파국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북한의 핵실험 단행, 중국 시진핑 체제 출범, 일본 아베 내각의 우경화, 미국 오바마 2기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내용 변화 등은 동북아 국제정치의 중대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으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프로세스는 매우 엄중한 국면을 맞고 있다는 것이 이날 이수훈 소장을 비롯한 국제정치학자들이 진단한 공통된 의견이었다.

▲ 이호철 한국국제정치학회장.

이호철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은 이날 학술회의에서 인사말을 통해 “박근혜 새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20세기 산업화와 민주화의 경험이 통합되고 따뜻한 문화의 꽃을 더해 21세기 코리아 모델이 실현되어 가기를 희망한다”며, “남북간 대화와 교류가 재개되고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 속에서 모든 국가들이 평화와 번영을 이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수훈 소장의 대표발제에 이어 제1패널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평가와 전망(김용호 인하대)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 책임대국과 시진핑의 대북정책 딜레마(차창훈 부산대) △자민당 아베 정권의 재출범과 일본의 한반도 정책 전망(박영준 국방대)이 발표됐고, 제2패널에서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여인곤 통일연구원) △유럽연합의 동북아 전략과 한반도 정책(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정은 시대 북한의 대외전략 변화와 대남정책(김근식 경남대), 제3패널 △신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전망(김현욱 국립외교원) △신정부의 통상협력 정책 전망(이상환 한국외대) △신정부의 북한통일 정책 전망(성기영 연세대) 등이 진행됐다.

[고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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