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와 사무라이 공공의식을 비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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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와 사무라이 공공의식을 비교하면…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2.11.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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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적 공공의식, 현대시민적 공공성과 상통… 사무라이, 공공의식과 무관”

김봉진 교수, ‘한국과 일본의 공공의식 비교연구’ 국제학술회의서

최근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국내·외 철학, 역사학계를 비롯해 사회과학 등 학문 분야마다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의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의 공공의식을 비교하며 동아시아 전통의 공공의식을 도출해내는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김봉진(사진) 일본 기타큐슈(北九州) 시립대학 교수는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정정길)이 지난 21일 오후 국립고궁박물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한국과 일본의 공공의식 비교 연구’ 국제학술회의에서 ‘선비와 사무라이의 공공의식’이란 주제를 발표하며, 선비를 공공의식의 담지자로, 사무라이는 공공의식과 무관한 계층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날 발표한 논문을 통해 동아시아 유교전통의 공공의식을 ‘중인공공’(衆人公共=공공의 민중화)으로 표현하며 ‘현대 시민적 공공성’과의 연결성을 시사했다. 반면, (근대) 일본의 공공의식 성격을 ‘국가공공’(國家公共)이라고 말하며, 그 역사적 연원을 ‘사무라이’ 문화와 연결시켰다.

김 교수에 따르면, 선비의 어원은 ‘선배’(先輩)라는 한어에서 유래하고, 역사적으로 여러 형태의 변형을 거쳐 수기치인(修己治人), 즉 ‘도리를 좇고 덕을 쌓는 일에 힘쓰는 사람’이란 뜻으로 정착됐다. 그는 선비의 본래 특징을 △도학자 △유학자 또는 성리학자 △‘공공인간’ 또는 ‘공공지식인’이라는 세 가지로 설명했다.

또한 공공이란 용어는 사마천의 『사기』 , 「장석지풍당열전(張釋之馮唐 列傳)」에서 ‘법이란 천자인 군주와 천하의 백성이 공공(公共)하자는 것이기에 법의 규정을 넘어선 중벌을 내릴 수 없다’는 뜻으로 처음 나온다. 즉 수평성, 공평성을 띈 ‘천하공공’(천하=백성의 공공) 용례는 이후 성리학이 등장하며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주자(朱子)에 이르러 ‘공공의 민중화’(衆人公共)로 발전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공공의 민중화’의 주요 담당자 또는 리더가 돼 형성된 계층이 바로 조선의 선비였다”고 말하며, “동아시아 전통의 공공의 본래성을 구성하는 요소인 ‘천하공공, 중인공공’은 국가차원으로 회수될 수 없는 개념이며 ‘중인’이란 ‘뭇사람’으로 그 범주는 전 인류를 포함한다”고 해석했다. 즉, ‘중인공공’의 전통은 ‘현대 시민적 공공성’에, ‘천하공공’은 ‘지구시민’이라는 말 속에 살아있다는 것.

▲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지난 21일 오후 국립고궁박물관 대강당(경복궁 내)에서 '한국과 일본의 공공의식 비교 연구'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반면, ‘윗사람 곁에서 봉사함’,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림’을 뜻하는 사무라이는 죽음과 죽임을 궁극 목표로 삼는 무인이며, 군대식 지배자인 동시에 주종관계로 얽힌 피지배자다. 또한 주군에 충성하는 사무라이는 애초에 공공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생’(生)의 뜻을 지닌 본래의 ‘도덕’과도 무관하다.

하지만 근세 접어들어 사무라이 도덕을 뜻하는 ‘무사도’, ‘무도’ 등의 용어가 생기며 이른바 ‘뒤틀린 도덕’이 등장하게 된다. 김 교수는 “메이지 시대에 들어서면 ‘무사도’가 마치 돌연변이를 일으키듯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게 된다”며 “무사도 바탕에 깔려 있던 야성과 호전성, 야만성과 폭력성을 감춘 채 깨끗한 윤리성이나 도덕성이 곧 무사도인 듯 꾸며졌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선비의 공공’이 시대적으로 ‘이상과 현실의 어긋남’을 피할 수 없었다면, ‘사무라이의 공공’은 천황, 국가 등을 중심으로 하는 ‘공공의 국가화’라는 ‘뒤틀림 현상’을 통해 변형됐다.

김봉진 교수는 서양 및 일본 근대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천하공공’이란 개념이 탈락돼 자리 잡은 ‘공공의 국가화’를 뛰어넘어, 지방-국가-세계의 다차원 글로내컬(global-national-local) 현대세계 상황에 알맞은 ‘천하공공, 중인공공’ 요소를 부활·재생시켜 새로운 공공의 지평을 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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