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브랜드, '한글'이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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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 브랜드, '한글'이 제격"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2.10.1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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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창제 566돌 기념 학술회의, '세종의 한글창제와 출판의 국가경영'

"정부, '한글청' 설립해 한글 통합정책 수행해야"
"한글 세계화는 곧 인류애의 실천이다"

K-Pop를 위시한 한류열풍 속에서 논의되고 있는 '한글 세계화'와 관련해, 김슬옹 세종대 겸임교수(한글학회 연구위원)는 "한글 세계화의 목표는 한글을 널리 알리고, 실용화 하며, 상품화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한글을 국가 브랜드화 하고, '한글청'을 설립해 한글 관련 통합정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한글 세계화의 목표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보편적 가치인 '소통문제 해결', '무(無)문자 민족에 대한 배려', 언어의 보존이라는 '생태주의 실현' 등이 있다"고 말했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리더십 연구소(소장 유병용)는 지난 9일 오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훈민정음창제 566돌을 기념해 '세종의 한글창제와 출판의 국가경영'이란 주제로 제 4회 세종학학술회의를 열었다.

김슬옹 교수는 지난 9일 오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리더십 연구소 주최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제 4회 세종학학술회의'에서 '세종식 한글 세계화 전략'이란 주제를 발표하며, 한글 세계화의 필요성으로 한글의 △보편성 △생태성 △홍보성 △상품성을 제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글의 보편성은 과학성에 기반해 창조성과 응용성을 갖는다. 또한 한글은 생태주의 핵심인 '차이'와 '관계'를 존중하는 사상을 띄고 있다. 이미 세계어가 되어 있는 영어와 로마자의 장점과 단점은 한글 생태주의의 동기이자 출발점이다.

김 교수는 "영어를 대체할 또다른 세계어 전략보다는 영어의 실증적 가치를 인정하되, 그 외 언어의 가치를 높여가는 다중언어 전략이 필요하다"며 "한국어와 한글이 그런 전략의 중심에 설 수 있다"고 밝혔다.

홍보성과 관련해 브랜드는 정체성과 주체성의 기호이자 상징이며,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복합체다. 이런 측면에서 "월드컵이나 핸드폰, '김치'보다 대한민국 최고 브랜드로는 '한글'이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한글의 상품성은 직접상품과 간접상품으로 나눌 수 있다. 한글 디자인을 통해 물건을 파는 것은 직접상품이며, 한국어 보급이나 문화보급을 통한 확산은 간접상품이라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사실 세계화 전략은 지금 당장의 흐름만 본다면, K-Pop 가수들을 한글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것"이라며 "수많은 국가정책보다 그들이 한글 디자인 옷을 입고 공연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하지만, 이러한 유행도 중요하지만 근원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한글 세계화 전략으로 언어전략, 제도전략, 집중전략, 단계전략 등으로 나눠 설명했다. 특히, 제도전략과 관련해 "정부에서 '한글청'을 설립해 한글 관련 통합정책을 수행하고, 민간에서는 세종학회, 한글 세계화 연구소 등을 설립해 한글 관련 각종 연구를 공동수행 및 집중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는 현재의 인류에게 필요한 평화, 자연, 나눔, 생명, 배려, 소통 등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집약된 것이 바로 '한글'이기 때문에 한글의 세계화는 곧 인류애의 실천이다"는 한글 세계화 교육에 참여한 학생의 소감을 인용하며 발표를 마쳤다.

▲ 제 4회 세종학학술회의에서 유병용 세종리더십연구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세종의 한글창제, 문해인민(文解人民)의 탄생"

이날 학술회의에서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식국가 조선의 근대와 한글'이란 기조강연을 통해 "언문, 즉 한글은 평민 담론장을 활성화 하는 언어 및 문자 수단이자 새로운 시간대를 열었던 원동력이었다"고 평가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한글창제는 언문을 해독할 능력을 갖춘 사람, 즉 '문해인민'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또, 문해인민은 한문을 쓰는 지배층과 구별해 한글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공유하는 새로운 '기록 공동체'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양반사족들이 그들의 문자인 한문을 통해 의사소통과 의견 개진을 하면서 그들의 역사를 써나갔다면, 문해인민들은 언문 사용을 통해 자신들의 현실을 돌아보고 독자적인 형상들을 만들어 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비주류' 또는 '소외'를 내면화 한 집단으로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투서, 벽서, 송사, 소설, 편지, 기록문화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역사 주변부로부터 중심부를 향해 이동하게 됐다.

요컨대, 송 교수는 "인민들은 한글과 함께 '근대'라는 낯선 시간대로 걸어 들어갔는데, 후에 국문이 공식화 되자 국문 담론장을 형성하면서 '시민'으로서 요건을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지식국가 조선의 근대와 한글'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한글창제, 세종대왕의 집요한 정치적 기획"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과학부 교수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발간의 정치과정 분석'이란 주제를 발표하며,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와 반포는 내·외의 견제와 반대 속에서 끈질기게 추진된 집요한 정치적 기획이었고, 최근에는 '에크리튀르(글쓰기) 혁명'으로까지 평가되기도 하는 역사적 치적"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훈민정음을 발간하기까지의 정치과정은 팽팽한 긴장과 대립의 연속이었다"며 "세종대왕의 입장에서는 각종 토론과 논의, 명령과 지시, 정책들을 실행하면서 여러 형태의 장악, 설득, 배제의 수단들이 수시로 동원되고 활용되는 가운데 성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훈민정음 창제는 사대(事大)나 한자문화의 지속을 용인하면서도 훈민정음으로써 그것을 자주적으로 심화시키고, 백성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고자 했던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며, "비록 백성들의 (직접적인) 참여는 없었지만 그들을 천민(天民)으로 보살피고자 했던 최고지도자(군주)와 엘리트(주변신료)의 식견과 상호소통이 빚어낸 성공적인 '변혁적 혁신'(transforming innovation)이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정 교수는 "세종대왕은 평소 신료들에게 솔직한 직언을 주문하며, 그들과 진지하게 토론하고 신뢰 속에 소통하면서 비전을 공유하고 위임하며 추진하는 가운데 국정을 집행했다"며 "한글창제도 이처럼 공개적인 방식으로 추진됐고, 세종대왕은 왕조시대에 흔히 목격되는 '권위주의적 전제군주'(an authoritarian tyrant)라기 보다 '권위있는 임금'(an authoritative monarch)이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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