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탈레반의 재집권이 가져다 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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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탈레반의 재집권이 가져다 준 교훈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1.09.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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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미국이 아프간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교훈

최근 미국 의회는 아프간 문제에 대한 청문회를 갖기로 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 정당 간의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길 수 없는 전쟁에서 졌다고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지 말라고 하고 공화당은 더 많은 사람들이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과 협상한 것을 잊어버리길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특사의 말대로 아프간의 가니 대통령이 5천명의 탈레반 포로를 석방한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아프간 사태로 동맹국에게 이미 명성과 신뢰를 잃고 있기 때문에 아프간에서 겪은 실패의 대가를 앞으로 치를 것이라고 엘리 레이크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말한다. 그는 최근의 경고가 맞다면 아프간은 국제 테러리즘의 안전한 피난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미국이 이라크는 물론 아프간에서도 공격 이후 그 다음 계획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은 아프간이 정치적 행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족과 부족 간의 네트워크를 잘 몰랐고, 미국은 아프간에서 극단주의의 원인이 되는 교육의 부족, 소외감, 기회의 박탈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유럽이 아프간 전 정부의 붕괴에서 배워야 할 교훈

유럽인들은 아프간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논의해 본 적이 없었다. 아프간이 탈레반의 손아귀에 들어간 후 그들이 이해하지 못한 세계에 대해 두려움을 갖기 시작했다. 마치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밀려오자 유럽인들이 일종의 혐오적인 태도를 가졌을 때와 비슷하다. 

유럽은 적은 숫자의 군대가 탈레반을 한때 궁지로 몰아넣었기 때문에 북아프리카 사힐 지역에서도 대규모 군대 증강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럽이 아프간에서 배워야 할 것은 아프간 정부군을 새로 만들었던 미군의 노력 속에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중 하나는 첨단 무기와 정보체계를 활용하는 미군들이 아프간의 군인을 현대화시키는 것과 그 현대화를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에 대한 올바른 균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군과 동맹군이 플러그를 뽑으니 아프간 정부군은 독립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상실하게 됐다. 결국 탈레반의 공격이 시작되고 아프간 전 정부의 급여 체계가 부패하면서 제때 월급을 받지 못한 병사들은 전투를 꺼리기 시작했다.  

한국이 아프간 탈레반에 관해 얻어야 할 교훈

우선 한국은 탈레반에 관해 ‘거리의 탈레반’과 ‘서구의 입맛에 맞는 말을 찾는 카불의 탈레반’ 그리고 ‘칸다하르의 상징적인 탈레반’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내의 일부 보도는 자꾸만 어느 한쪽을 너무 강조하는 것 같다. 

탈레반이 집권한 지 한 달이 됐지만 현 아프간 상황은 안개 속 정국이다. 국제사회는 서둘러 탈레반 정부를 국가로 인정하려 들지 않고 있다. 

수천명의 전사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아프간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탈레반 지도부는 카불대학교의 교수와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지만 노점상에서는 가구나 집기, 요리기구를 내다 팔고 식료품을 구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 카불의 은행 앞에는 자신들이 저금해 놓은 몇 푼 안 되는 돈을 찾으려고 줄을 길게 서고 있다. 

지난 20년간 수백만의 아프간 사람들이 인도주의적인 기관에서 일하던 외국인들의 도움을 받아서 식량과 의약품과 교육 문제를 해결했지만 그들은 아프간을 떠나버렸고 이제 추운 겨울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탈레반은 조직원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세력에게 종교적인 담론으로 시선을 돌리려 하고 샤리아(이슬람 율법) 방송은 반복적으로 이런 종교적 담론을 내보내고 있다. 아프간의 근본주의 운동은 조직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 탈레반 정부는 샤리아를 강조하는 종교집단에서 비롯된 탈레반 운동이었다는 사실과 아프간 사회가 변화하려면 최소한 한 세대는 넘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