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단 ‘개혁깃발’에 표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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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단 ‘개혁깃발’에 표몰렸다
  • 이구홍 해외교포연구소장
  • 승인 2006.04.02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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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 등 3개 기관장선거 되돌아본 ‘막전막후’

제 59회 민단 중앙위원회 회의가 지난 2월23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민단 8층 대강당에서 민단 전국 대의원 6백여 명과 방청객 2백 여명 등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중앙위원회는 그 다음날 열릴 중앙대회에 보고할 여러 안건을 각 분과위원회를 통해 상정된 것을 심의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의 초점은 단연 ‘민단 빅3’로 통하는 ‘민단 단장, 의장 및 감찰위원장’ 등 3기관장 선거에 쏠렸다. 이에 따라 중앙위원회의 안건은 다소 소홀함을 노출했다.

▲ 민단중앙본부 3개 기관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김광승 의장, 하병옥 단장, 김창식 감찰위원장 ◆하병옥 단장이 승리한 이유는? 다음날인 24일, 오전 10시 중앙 대회가 열렸다. 정몽주 민단 사무총장이 그 전날 중앙위원회에서 채택된 안건들을 종합 보고한 데 이어 승인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졌다. 이어서 민단의 3개 기관장 선거에 돌입했다. 김소부 민단 부의장의 개회선언에 따라 대회는 시작됐다. 순서에 따라 처음 등단한 하병옥 후보는 유창한 한국말로 포문을 열었다. “존경하는 대의원 여러분, 여러분은 단장으로 누굴 선출할지 이미 작정하시고 이곳에 나오셨을 줄 짐작합니다…. 여러분, 민단은 정말 야단났습니다.” 그는 ‘야단났다’는 대목에서 목청을 한껏 올려 대회장을 압도해 나갔다. 그는 다시 뜸을 들인 후 이번에는 유창한 일본말로 선거 공약과 포부를 밝히면서 중간중간 박수와 웃음을 유도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한국의 대학을 일본에 유치해 재일 동포 후세들의 민족 교육을 공고히 하겠습니다.”라는 대목에선 큰 호응이 일었다. 두 번 째 등단한 정 진 후보도 역시 한국말로 말머리를 열었지만 소문대로 한국말 구사력이 하 후보에 뒤지는 양상을 보였다. 그도 연설 도중 7차례의 박수를 유도해 내긴 했지만 설득력을 얻는 데는 미치지 못한 듯 했다. 그는 김재숙 민단 중앙 단장의 지원사격을 받는, 이점을 얻었지만 반면 김재숙 단장 6년의 공과를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불이익도 감수해야만 했다. 한마디로 정 후보는 하 후보의 ‘민단은 정말 야단났다’ ‘민단은 변해야 한다’는 공격에 맞불을 놓을 만한 근거를 제시하는 데는 성공한 것 같지 않았다. 두 후보의 소견 발표 후 곧 바로 단장 선거에 돌입했다. 개표 결과는 대의원들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병옥 후보 317표, 정 진 후보 251표. 개표 결과에 정 후보측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하 후보측은 쾌재를 불렀다. 정 후보측의 패착은 우선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상대방의 너무 쉽게 봤던 듯 하다. 정 후보측의 선거 본부는 도쿄 프린스 호텔에 뒀다. 그러나 선거 참모들의 선거 전략 부재와 진정성 없는 득표 작전은 대의원들의 표심을 사는 데는 크게 미흡해 보였다. 반면 하 후보 선거 본부는 민단 중앙본부 인근의 맨션 아파트였다. 하 후보측의 선거 참모들은 쟁쟁한 백전노장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민단의 국, 차장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그들은 ‘한국인들의 정서’에 호소하는, 진정성을 담은 선거 전략으로 일관했다. 그들은 대의원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던 것이다. 필자는 단장 선거 3일전 두 후보의 선거 본부를 찾아 본 후 예견했다. ‘이번 단장 선거는 이미 하 후보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정 후보 측 선거 참모들은 누구하나 필자의 견해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냉담한 반응만 보였다. 결과론적 얘기지만 정 후보측 참모들의 정세 판단은 옳았다는 얘길 결코 들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민단의장 선거 김광승의 돌풍 민단 단장 선거 직후 바로 민단 의장 선거가 시작됐다. 김재숙 단장 집행부 요원들과 정 진 후보측은 의장 선거에서만은 그들이 미는 황영만 후보가 당선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재숙 단장 집행부에서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황 후보를 단장 후보로 내세울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더구나 황 후보는 김재숙 단장 집행부에서 사무총장과 부단장을 역임한데다 전국적인 민단 차원에서 상당한 신망을 받아 온 인사였던 것이다. 황 후보와 맞선 김광승 후보는 지난 감찰위원장 선거에서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감찰위원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사다. 의장 선거 결과도 역시 대체적인 예상을 엎어 버렸다. 두 후보의 득표수는 김광승 후보 289표. 황영만 후보 283표. 불과 6표 차로 당락이 갈렸지만 분명 황 후보측에겐 충격이었다.이번에도 김광승 후보의 돌풍이 되풀이 된 것이다. 의외의 결과에 방청석에서까지 ‘와~와’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고문석에 자리했던 몇몇 인사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큰 표차로 압승한 김창식 후보 감찰위원장 선거에는 하병옥 캠프의 러닝메이트인 오사카 민단 단장 출신의 김창식 후보와 정 진 캠프의 도쿄 본부 단장 출신인 허맹도 후보가 맞붙었다. 개표 결과 득표수는 김창식 후보 334표, 허맹도 후보 230표. ▲ 이구홍 해외교포연구소장
이 같은 현저한 표차는 민단 중앙선거 사상 초유의 일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지난 수 십 년 전부터 민단 중앙단장 선거와 부인회 선거에 꼬박 꼬박 참석해 왔지만 이 같은 표차는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정 진 캠프 및 그의 러닝메이트는 한마디로 ‘표의 향방’을 전혀 가늠하지 못한 어리석음을 범했다.

혹시나 김재숙 단장의 지원을 업은 정진 캠프에선 ‘우리가 지명하면 당선은 보장된다’는 식의, 그들 캠프가 ‘미다스의 손’이라는, 안이한 판단에 젖었던 것은 아닐까? 선거에 패배한 정 진 후보는 필자에게 푸념 겸 호소를 했다. “한국말을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다음 민단 중앙단장 선거에서는 이번의 패착을 거울삼아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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