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주독일대사가 펴낸 ‘통일독일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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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혁 주독일대사가 펴낸 ‘통일독일과의 대화’
  • 유코24
  • 승인 2006.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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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마스 등 지도층 인사 16명과 대담록

지역감정·이념갈등·사회통합 등 ‘사회적 시장경제’ 로 풀어
지난해 ‘대연정 논란’ 유탄 맞은 보고서도 담아


“그들의 오늘 속 내일의 우리 찾았다” 청와대 국정홍보 비서관실은 지난해 10월7일 이수혁 주독일대사가 9월26일자로 작성한 ‘(9·18)‘독일 총선 전후 정치 분석’이라는 보고서 전문을, “감명 깊게 읽었고, 한국 상황과 비교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독후감’과 함께 3만8천명에게 메일로 보냈다.

이 보고서는 ‘의회해산→조기총선’의 배경을 짚고, 결국 독일 정계는 ‘경제개혁과 기민-사민당 대연정’이라는 해법을 모색하리라는 결론을 담고 있다. 그러자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은 즉각 기사와 사설로 당시 정치권의 핵심 쟁점이었던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과 연결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 대사로선 졸지에 ‘유탄’을 맞은 셈이다. 그는 독일에서 어떤 생각으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 대사가 20일 펴낸 <통일독일과의 대화>(랜덤하우스중앙 펴냄)는 그때 논란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확인’해볼 배경지식을 제공하는 책이다. 서문격으로 쓴 ‘(독일)경제정책 변천과 정캄라는 논문 한편과, 각계각층 독일 유력 인사와의 심층 면담 결과를 정리한 16편의 대담록으로 이뤄져 있다.

독일 사민당 한 하원의원과 면담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한 문제의 보고서는 이 책 6장 ‘9·18총선’에 그대로 실려 있다.

이 대사가 만난 이들은 브란트 수상과 함께 ‘동방정책’을 이끈 에곤 바 박사, 동독의 마지막 총리 로타 드 메지에르, 위르겐 하버마스 전 프랑크푸르트대 교수, <위험사회>와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로 유명한 울리히 벡 뮌헨대 교수, 위르겐 오베르크 지멘스 부회장 등 다양하다.

이 대사는 남북정상회담 5돌 기념일인 지난해 6월15일 현지에 부임한 직후인 7월7일부터 올 1월6일까지 모두 16명의 독일 유력 인사를 숨가쁘게 인터뷰했다. 때론 면담에 앞서 3주 이상 ‘사전학습’을 하기도 했다.

학자도 언론인도 아닌 현직 대사인 그는 왜 그랬을까? “우리 현실을 독일이라는 거울에 비추어보고 싶었다.” 그는 “‘지독히 엄격한 분단’을 끌어안고 사는 한국사회를 괴롭히는 지역감정·이념갈등·사회통합이라는 세가지 화두를 들고, ‘내일의 우리 모습을 알려주는 전령사’임을 확신하는 ‘독일의 오늘 모습’을 보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16편의 ‘통일독일인과의 대화’를 해석 없이 문답식으로 풀어놓았다. “독일의 실상에 더 가깝게 접근 할 수 있고, 화자에 따라 상이한 시각과 경험을 보여주는 장졈이 있으리라 판단한 때문이란다.

‘대장정’의 결과, 그가 얻은 교훈은? “적어도 전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 독일에는 정칟경제·사회정책을 둘러싼 좌우간의 이념적 갈등은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는 “기민당이든 사민당이든 모든 독일인에게 ‘사회적 시장경제’는 변화시킬 수 없는 사회제도”라며 “논란은 사회적 시장경제 자체가 아니라 ‘그 가능성과 한계’에 관한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동독에서 성장한)앙겔라 메르켈이 총리가 되는 데 동서독 주민간의 지역감정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그리곤 ‘뛰어난 갈등조정 능력’과 ‘공생의 가치에 대한 강조’를 독일 사회의 특징으로 꼽았다. 대부분의 사회적 논쟁이 이념갈등으로 비화하는 오늘의 한국사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봤다는 얘기다.
독일/ euko24.com 김홍민 bogykim@ke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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